검찰, 신씨 이르면 오늘 영장… 수사 급진전
- 신정아(35)씨 권력 비호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16일 오후 신씨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사건의 두 핵심 인물이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신씨에 대해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선정 과정에서 가짜 학위를 제출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이르면 17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 대해선 ‘부적절한 친분’ 관계인 신씨를 도와주기 위해 직위를 이용한 혐의(직권남용)를 조사한 뒤 일단 이날 밤 늦게 귀가시켰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을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두 사람을 대질 조사할 방침이다.
- ▲ 신씨, 공항서 체포…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신정아씨가 검찰수사관에 이끌려 서울 서부지검으로 가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검찰은 변 전 실장을 상대로 신씨 임용 대가로 동국대에 특혜성 예산을 지원했는지, 기업들의 성곡미술관 후원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기획예산처와 다른 부처의 그림 교환과 구입 과정에서 신씨를 도울 목적으로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도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변 전 실장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청와대에서 넘겨 받아 청와대 전산팀이 배석한 가운데 제3의 장소에서 분석 작업을 벌였다.
검찰은 신씨에게는 가짜 학위로 동국대 교수에 임용된 경위와 이 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도움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16일 이후 두 달간 미국에 머물던 신씨는 일본 도쿄(東京)를 거쳐 이날 오후 5시10분쯤 JAL(일본항공) 953 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검찰은 신씨가 출석에 불응할 것에 대비, 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서부지검으로 연행했다. 신씨는 나리타 공항에서 탑승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모든 것을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신씨의 변호인인 박종록(55) 변호사는 “하루빨리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신씨가 조기 귀국했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도 이날 오후 2시쯤 모범택시를 타고 서부지검에 도착한 뒤 곧바로 검찰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대우건설 사장 시절 신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에 3억원을 후원한 박세흠(58) 현 주택공사 사장과 성곡미술관에 7000만원을 후원한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 등을 소환 조사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0038.html
신씨·변 前실장, 다른 방서 조사 받아
- 지난 7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해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기자들과 맞닥뜨렸을 때 “나는 예일대 박사가 맞다”며 당당하게 말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에서 도피성 체류를 해온 신정아(35)씨가 16일 오후 5시9분쯤 일본항공(JAL)953편을 타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가짜 학위 파문으로 출국한 지 정확하게 2개월(62일) 만이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베이지색 점퍼 차림으로 비행기에서 내린 신씨를 입국 수속도 하기 전에 맞은 것은 검찰 수사관들이었다. 신씨는 옅은 화장을 했지만 도피생활에 시달린 듯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초췌한 표정… 다리 풀려 주저앉기도
수사관들이 체포영장을 제시하자 신씨는 놀란 듯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검찰은 신씨가 출석 요구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귀국 현장에서 연행했다. 귀국 전 미국에서 가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던 신씨는 입국 후엔 작심한 듯 말을 아꼈다.
- ▲ 16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직후 검찰에 체포된 신정아씨가 호송차 안에서 검찰 직원의 부축을 받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수사관들에게 팔짱을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입국 게이트로 들어선 신씨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입을 굳게 닫았다.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나 누드사진 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전혀 입을 열지 않았다.
신씨는 공항 출구로 이동하는 내내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때론 카메라를 피하려고 수사관들 뒤로 얼굴을 숨기기도 했다. 한때는 다리가 풀린 듯 휘청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에서 준비한 승합차로 향하던 중 공항 출구 앞에서는 잠시 주저앉았다. 입국 심사 과정에서 신씨의 여권을 찾지 못해 잠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씨를 연행해온 검찰 관계자가 입국 심사장 직원에게 먼저 신씨의 얼굴을 확인시킨 뒤 나중에 여권을 보내주기로 하고 입국장을 통과했다.
이날 공항엔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들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또 신씨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지나갈 때면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신정아다”라고 소리치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신씨를 촬영하기도 했다. 신씨는 오후 5시56분쯤 수사관들과 함께 승합차 뒷자리에 올라타고 서울 서부지검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구토를 하는 등 힘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6시38분쯤 서울 서부지검에 도착한 신씨는 “갑자기 귀국한 이유가 뭐냐”, “변 전 실장과 어떤 관계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현관 계단에서 다시 한 번 힘없이 쭈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난 뒤 변 전 실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변 전 실장과 다른 방에서 조사받아
이에 앞서 신씨는 오후 2시40분쯤 선글라스를 낀 채 일본 나리타 공항에 나타났고, 그를 발견하고 질문을 던진 취재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만 말하고 인천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오후 6시쯤에는 신씨의 법률 상담을 위해 지난 14일 일본으로 출국했던 박종록 변호사가 아시아나항공 OZ103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박 변호사는 “신씨가 검찰 수사를 통해 자신의 (예일대 박사) 학위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신씨도 자신이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씨의 전격 귀국에 대해 박 변호사는 “본인의 판단일 뿐 변 전 실장 등과의 사전조율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변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법률적인 부분만 상담했을 뿐 사적인 부분은 전혀 묻지 않아 모른다”고 말했다. 신씨는 변 전 실장과 다른 방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0056.html
- ▲ '신정아씨와의 22시간 인터뷰'에서 신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시사IN제공
- 신정아씨는 시사 주간지 ‘시사 IN’ 창간호와 한 인터뷰에서 최근 한 일간지에 보도돼 물의를 빚은 누드 사진에 대해 “합성”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누드사진을 찍은 적이 없으며 2006년 봄 갤러리 인에서 사진작가 황규태씨의 사진전이 열렸을 때 내 얼굴에 가슴이 엄청나게 큰 백인 여자의 몸을 합성해 놓은 작품을 보고 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신씨가 언급한 갤러리 인의 전시는 2004년 3~4월 열린 황규태 사진전 ‘떠도는 것들에 대하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황씨는 이 전시에 40×40㎝ 크기의 사진 49점을 이어 붙여 만든 작품 ‘DNA봄’을 걸었다. 황씨 주변 인물들과 유명인들의 얼굴을 각각 엉뚱한 물체와 합성해 콜라주로 만든 것이었다.
갤러리 인 관계자는 “그중 신씨의 얼굴과 반 누드 몸체를 합성한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신씨가 전시를 시작하기 전에 보고 화를 내며 가져 가는 바람에 전시는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그 사진은 최근 일간지에 보도된 누드사진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 그 사진을 본 다른 미술인도 “두 사진은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씨가 언급한 ‘합성 사진’이 이 일간지에 보도된 사진은 아닐 수도 있다.
문제의 누드사진은 신씨의 얼굴을 한 여성의 알몸 사진 두 장으로, 보도된 당일인 13일부터 합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조선일보 9월 14일자 A12면 참고〉 일부 사진 전문가들은 머리카락과 발의 윤곽 등이 선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합성이라고 설명했다.
신씨의 주변인들은 “삼풍백화점 때 사고로 팔에 긁힌 상처가 있는 신씨의 몸이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게 보이는 게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0074.html
변씨 혐의는 부당하게 신씨 도와줬는지가 초점
-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서울 서부검찰청에 전격 소환되고, 신정아씨도 이날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음에 따라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또 ‘부적절한 친분’ 사이로 알려진 두 사람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서부지검은 이날 오후 2시 변 전 실장을 소환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귀국한 신씨도 오후 6시40분쯤 소환했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건물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경우에 따라선 대질 조사까지 받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두 사람을 비슷한 시간대에 맞춰 소환한 것은, 진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 대질조사 필요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개별 조사를 하겠지만, 일부 진술이 맞지 않는다면 대질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신정아씨 권력 비호 의혹과 관련,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가 모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은 16일, 기자들이 서울서부지검 청사 앞에서 다른 조사대상이 있는지 등을 체크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두 사람이 검찰 조사실에서 대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국대 홍기삼 전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변 전 실장의 추천을 받았다”고 했지만, 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대·동국대 등에서 연락이 와 동국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서로 진술과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가짜 학위 파문 과정에서 지난 7월 16일 미국으로 도피한 지 딱 2개월 만에 귀국했다. 신씨가 도피 이후 변 전 실장과 이메일이나 전화를 주고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 전 실장의 개입 의혹 보도(본보 8월 24일자 A1·10면)가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 지속적인 연락이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신씨 무슨 혐의?
검찰은 신씨를 피의자 신분이라고 밝혀 사법처리를 전제로 조사 중임을 시사했다. 신씨는 일단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씨에게 적용될 혐의는 학력위조(사문서 위조와 행사)와 업무 방해, 공무집행 방해 등이다.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 재단측은 신씨가 예일대 박사 학위를 위조해 제출,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감독 선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내놓은 상태다. 두 건의 고소는 검찰 수사의 출발점이었다. 검찰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 가짜 학위 파문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고소된 혐의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겠다”고 했다. 또 신씨의 이메일에서 변 전 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확인됐을 때도 “수사의 초점은 고소된 혐의”라고 말했다. 고소된 내용들이 신씨에 대한 범죄 혐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검찰은 신씨 계좌 추적, 통화내역, 자택,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씨에게 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에서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신용불량자 신씨가 증권계좌에 5억원대의 잔고를 갖고 있는 사실을 확인, 자금 출처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기업의 성곡미술관 전시회 후원금의 일부를 신씨가 횡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또 검찰은 신씨가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기획예산처 등에 미술품 판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잡고 있다. 신씨가 정부부처에 미술품을 파는 대가로 성곡미술관측으로부터 일종의 ‘커미션’을 받았다면 ‘배임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변 전 실장의 혐의는
검찰은 변 전 실장을 상대로는 기획예산처 차·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직위를 이용, 신씨를 부당하게 도와줬는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 중이다. 신씨가 학예실장으로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에 기업의 후원이 쏟아진 배경과 관련, 변 전 실장이 ‘입김’을 넣고, 그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추궁하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0071.html
‘정윤재 수사’ 포함해 속전속결로 급반전
검찰, 지난주만 해도 “끝 안보인다” 고민
‘추석前 매듭위해 보이지않는 손 가동’說
- 검찰이 ‘신정아 게이트’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기각해 수사가 벽에 부닥치자, 청와대의 협조로 변 전 실장의 업무용 컴퓨터만 조사하는 선에서 증거조사를 끝냈다.
여기에 발맞춰 두 달 전 미국으로 도피해 “들어갈 일이 없다”던 신정아(35)씨가 16일 급거 귀국해 검찰 소환에 응했다. 10일 사표를 낸 뒤 잠행(潛行)해왔던 변 전 실장도 이날 오후 검찰에 자진출석했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건설업자 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부산지검도 화요일(18일)쯤 정 전 비서관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는 양대 의혹 사건을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월 초 남북정상회담과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검찰 수사가 미칠 악영향을 최대한 줄이려는 ‘프로그램’이 가동됐다는 풀이인 것이다.
- ▲ 16일 밤 서울 서부지검 8층 특수부에서 신정아(사진 가운데)씨가 조사받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신씨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자마자 검찰에 체포됐다. /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신·변씨 같은 시각 탑승수속·출두
지난 7월 16일 미국으로 출국했던 신씨는 이날 오후 2시쯤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았다. 같은 시각 서울에서는 변 전 실장이 모범택시를 타고 혼자서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검찰은 변 전 실장에게는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신씨에게는 업무방해와 횡령 등 혐의로 18일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신씨의 조기 귀국과 관련, 신씨측 박종록(55) 변호사는 “시간을 끌수록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어 하루 빨리 진실을 밝히고 싶어서 귀국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미국측 지인도 “지금까지 보도된 신씨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고, 처벌 가능한 업무방해죄 및 횡령죄 등도 실제 형이 가볍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귀국해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는 주변인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8월 31일부터 정윤재(43) 전 비서관의 비리 의혹을 재수사해온 부산지검도 18일쯤 정 전 비서관을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수사결과에 따라 정 전 비서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계획대로라면 18일쯤 변 전 실장과 신씨, 20일쯤에는 정 전 비서관의 구속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얘기다. 만약 추석 연휴(22~26일) 이전에 두 사건의 큰 가닥이 잡힌다면 세 사람의 구속까지 진행시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여권·검찰, 조기종결 이심전심?
캄캄한 터널을 헤매는 것처럼 보이던 양대 의혹 사건이 이처럼 거의 동시에 ‘마무리’ 방향으로 급진전한 것과 관련,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서는 조기 매듭 프로그램이 작동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당장 한나라당에서는 “검찰이 여권의 경선 흥행과 남북정상회담을 띄우는 것을 돕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서부지검 수사팀과 대검 간부들은 지난주에 “빨리 구속시켜 불을 꺼달라는 것 같은데 신씨가 미국에 있어 끝이 안 보인다”고 말하며 고민해왔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들은 누가 검찰에 압박감을 주는지 밝히지 않았고, 청와대나 여권 인사들은 “검찰에 빨리 끝내달라고 요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자신들의 수사 스케줄에 따라 하는 것일 뿐 청와대나 여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22~26일)를 고비로 ▲통합민주신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 일정(9월 15일~10월 14일)과 ▲남북정상회담(10월 2~4일)이 예정돼 있다. 당장 18~21일에는 남북정상회담 1차 선발대가 파견된다.
이런 정치일정을 보면 여권으로서는 양대 사건의 조기 종결을 노골적으로 요구는 못하더라도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임은 분명하다. 청와대나 여권이 검찰에 감히 바라는 바를 청할 수는 없어도 본디부터 바라던 것이란 뜻이다. 따라서 검찰이 여권과 구체적으로 수사 일정을 협의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양측 사이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 통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17/20070917000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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