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7월 3일 오후 이스라엘 특공대원 100여 명을 태운 C-130 수송기 4대가 F-4 팬텀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이스라엘 내 기지를 이륙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이스라엘에서 3840㎞나 떨어진 우간다의 엔테베공항. 그곳에는 이스라엘인 위주의 승객 106명이 탑승한 에어프랑스기가 팔레스타인 게릴라에 의해 납치된 뒤 억류돼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7월 4일 0시를 기해 ‘선더 볼트(Thunder Bolt)’로 명명된 구출작전을 시작했다. 52분 만에 끝난 작전 결과 7명의 납치범 전원이 사살됐고 이스라엘은 특공대원 1명과 인질 3명이 목숨을 잃는 데 그쳤다.
가장 성공적인 인질 구출작전 사례로 꼽히는 ‘엔테베작전’은 이렇게 이뤄졌다. 영화 속에선 엔테베작전처럼 특수부대원들이 납치범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인질들의 희생 없이 구출에 성공하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85년 10월 이집트항공의 B-737여객기가 말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되자 이집트는 특수부대인 777부대를 출동시켜 구출작전을 폈다. 그러나 서투른 작전으로 110명의 인질 중 57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하는 등 거의 모든 인질이 죽거나 다쳤다. 1980년 4월 미국은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52명을 구출하기 위해 2개 항모전투단과 6대의 대형 헬기 등을 투입한 대규모 작전을 펼쳤으나 미군 항공기 간의 충돌사고로 작전을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보고 대실패로 끝이 났다.
탈레반에 의한 한국인 인질사태로 벌써 2명의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고 장기화되면서 구출작전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구출작전의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특전사 소속 707부대 등 우리 한국군에도 해외에서 구출작전을 펼 수 있는 훈련된 정예 특수부대가 있다. 하지만 인질 억류 장소와 상태 등에 관한 정보, 특수부대 침투 수단 등에 있어서 미군과 아프가니스탄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런 현실을 한탄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활동 중인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유사시 구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해외에 파병되는 등 국제적 역할이 커지고 해외에서 부자 나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져 우리 국민이 무장단체 등에 납치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역할이 많은 강대국일수록 해외에서의 대규모 재해·재난시 재외(在外) 자국민들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거나 인질로 잡혔을 때 구출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놓고 있다. 주한미군은 유사시에 대비, 한국 내 미국인들이 공중과 해상으로 한반도를 긴급 탈출하는 비(非)전투원 소개훈련(NEO)을 매년 두 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99년 인도네시아 정정(政情) 불안 때 우리 교민 구출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우리 정부와 달리 일본은 대형 수송함까지 파견해 자국민을 긴급 철수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말리아에서 해적들에게 우리 선원들이 납치된 지 80일이 다 돼 가지만 우리 정부는 구출을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왔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우리 국민들을 국가가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애국심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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