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추적] 김장수 국방, 헤이든 CIA 국장에 무슨 말 했나 김 국방 `동북아 군사력 불균형 … 미국이 조정해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방부를 방문한 마이클 헤이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우리 국방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장관은 이날 국방부 장관 접견실에서 헤이든 국장에게 "중국과 일본은 서로를 핑계 삼아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며 "한국이 그 사이에 끼여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28일 군 관계자가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미국의 조정자 역할을 요청했다고 한다. "헤이든 국장은 김 장관의 말을 경청했으며 이해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 장관이 미 CIA 국장을 상대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군비 증강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CIA 국장과는 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논의하는 게 관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샌드위치 한국 안보를 거론한 데 대해 군의 다른 관계자는 "미 CIA가 중국과 일본의 빠른 군사력 증강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샌드위치 상황의 한국 안보 문제를 미국의 안보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의 논리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한국은 북한 핵 문제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당면 현안 해결이 시급한 형편이다'→'따라서 중국과 일본의 군비 경쟁에 대응할 여유가 없다'→'이 상황이 지속되면 동북아 균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결국 한국의 동맹국이면서 이 지역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동북아 전략질서가 헝클어질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군은 핵무장을 코앞에 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의 전차와 야포, 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는 그것대로 남한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군은 군인 수를 65만에서 50만 명으로 감축하는 국방개혁과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돌려받는 협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방부 측은 중국과 일본의 급속한 군사력 팽창을 보고 속만 태워왔다.
군 관계자는 "자칫하면 동북아 안보구도가 19세기 말과 비슷한 형국으로 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조정도 한.미 동맹의 한 기능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우 첨단 전력을 강화하고 군 구조를 개편해 총체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게 정보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14.7%였다. 중국은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의 규모와 맞먹는 9만3000t급 핵추진 항모를 2020년까지 건조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에 앞서 4만8000t급과 6만4000t급 재래식 항모를 2010년까지 건조해 항모전투단을 창설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DF(둥펑)-3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조만간 배치할 예정이다. 중국은 올 초 F-16급인 J-10을 공개한 데 이어 2015년까지 신형 전투기인 J-13과 14를 실전 배치할 전망이다.
일본도 군사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위청을 국방부 격인 방위성으로 승격시켰다. 특히 일본은 정찰위성 4기를 2015년까지 도입하고 SM-3 탑재 이지스함, 1만3500t급 헬기모함, 공중급유기 등 첨단무기를 확보 중이다. 일본은 40여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어 불과 몇 개월이면 핵 국가로 변신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에서는 "중.일 간의 군비 경쟁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계기가 된 측면이 있다"며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군 작전 능력 보유를 희망해 온 일본이 핑계를 얻게 됐고, 여기에 자극받은 중국이 첨단 전력 강화에 매달리고 있어 새로운 동북아 정세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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