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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통계자료

“소재혁명 보라”

鶴山 徐 仁 2007. 3. 31. 00:35



[창간87주년]지구촌 곳곳 R&D센터… “소재혁명 보라”



지난해 4월 LG화학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김반석 사장과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사 연구개발(R&D) 현황을 소개하는 ‘테크 페어’ 행사를 열었다.

단순한 회사 설명회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력의 밑천이 되는 정보전자소재의 R&D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미국 주요 대학의 박사과정 재학생 20명이 초대돼 정보전자 소재에 대한 기술 발표를 했다. 눈에 띄는 발표를 한 학생은 즉석에서 채용 인터뷰를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2005년과 2006년 2차례 테크 페어 행사를 열어 해외 연구인력 10명을 뽑고 70여 명의 인재 풀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내 화학·섬유업체들이 R&D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로 뛰고 있다. 정보전자 소재 등의 신(新)성장 동력을 육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 굴뚝기업에서 발빠른 변신

삼성그룹의 모태(母胎)인 제일모직은 2000년 섬유에서 화학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PC와 전자제품 소재를 집중 육성했다.

이 결과 이 회사의 매출 60%는 화학과 전자부품 재료 사업에서 나온다. 불에 타지 않는 PC 모니터용 외장재, 냉장고용 내장재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용 외장재에서는 2위다.

전형적인 굴뚝사업인 석유화학에서 시작한 LG화학도 첨단 정보전자 소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1995년부터 2차 전지, 편광판 등 ‘꿈의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국내외에서 따낸 특허만 8000건이 넘는다.

특히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2차 전지와 편광판 등 정보기술(IT) 부품 소재를 독자 개발해 국내 휴대전화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섬유업계에서 영원한 맞수인 코오롱과 효성의 기술경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오롱은 지금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등에 쓰이는 전기전자용 유기재료 및 광학용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효성은 타이어코드 등 산업용 신소재 연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 해외 연구인력 확보에 총력

제일모직의 성공적인 변신에는 제진훈 사장의 ‘사람 욕심’이 주효했다. 제 사장의 해외 출장은 미주, 유럽지역 연구인력 채용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또 경기 의왕시에 R&D센터를 세우고 2010년까지 연구인력을 1000명 선까지 끌어올린다는 밑그림을 그린 사람도 제 사장이다.

LG화학의 변신은 1995년 정보전자연구소 설립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고(高)수익 전자재료 중심의 연구와 원천소재 기술개발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등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글로벌 R&D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등에 소규모 ‘위성 연구소’를 설립하고 신고분자 소재, 평판 디스플레이 재료 기술 확보와 현지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코오롱은 2003년 경북 구미시 기술연구소와 경기 용인시 중앙연구소를 통합한 중앙기술원을 설립했다. 1971년 국내 최초의 민간기업 부설연구소를 세웠던 효성은 현재 그룹 주력 사업 부문별로 중앙연구소, 생산기술연구소, 중공업연구소 등으로 기술경영 체제를 갖췄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임종찬 KCC중앙연구소장 “석유 대체할 에너지 소재 개발 주력”▼


“건강한 주거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 1등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건축자재라는 한 우물을 판 KCC는 직원의 70%가 이공계 출신일 정도로 R&D에 기업의 명운(命運)을 걸고 있는 기업이다.

임종찬(사진) KCC 중앙연구소장(전무)은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R&D를 기술경영의 핵심 기치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KCC는 ‘친(親)환경’을 글로벌 R&D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KCC의 친환경주의는 10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2002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수용성 자동차 페인트 개발로 이어졌다.

경기 용인시에 있는 중앙연구소는 5만 평의 터에 실험연구동이 2만5000여 평에 달하며 전담 연구원만 440여 명에 이른다. 내로라하는 전문 연구진이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곳은 실리콘과 친환경 수성 도료의 산실이기도 하다.

KCC는 사원 재교육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이다. 우수한 직원은 외국 유학을 보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도록 지원해 건축 자재업계 인재양성소로 통한다.

임 소장은 “창사 5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는 글로벌 역량 강화의 해”라며 “친환경 건축 내외장재 제품 개발은 물론 최첨단 신소재 실리콘 사업을 통해 석유를 대체할 고효율 에너지 소재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동호 삼양중앙연구소장 “신기술 개발 직원에겐 최대 2억 원 포상”▼


“전 세계 고객의 니즈(needs)를 해결하는 솔루션 파트너가 되겠다.”

이동호(사진) 삼양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연구개발(R&D)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삼양사는 화학·식품·의약 등을 핵심 성장 사업군으로 삼아 R&D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0년까지 매출 6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는 곳은 의약·산자·화성기술연구소 및 제넥스 생명공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삼양중앙연구소(대덕연구단지 소재)다. 현재 162명의 연구 인력이 일하고 있다.

2004년에는 미국 유타 주에 의약연구개발법인인 ‘Samyang Research Corporation’을 설립해 해외 R&D 네트워크 강화에도 나섰다.

삼양사는 사내의 기술개발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기여한 직원들에게 최대 2억 원까지 포상해 주는 인센티브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 소장은 “신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제품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재에 응용될 때까지 모든 단계를 30여 명의 연구 인력이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며 “고객 만족을 기술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 이옥섭 아모레퍼시픽 기술원장 “中-日-佛 연구소, 핵심 성장동력”▼


“2015년까지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 10개를 육성하겠다.”

이옥섭(사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기술연구원의 시설과 인력을 지금의 2배로 늘려 세계 10대 화장품 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장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사명도 지난해 태평양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꿨다.

이 원장은 “2015년까지 연구개발(R&D) 인력을 현재의 30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고 해외 고급 인력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R&D 전략의 중심에는 중국 일본 프랑스에 있는 해외 연구소가 있다. 프랑스의 현지 연구소가 1997년 개발한 ‘롤리타 렘피카’ 향수는 프랑스 향수 시장 점유율 3, 4위권에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 최고의 기술과 시장이 있는 해외에서 연구개발로 정면 승부를 걸어 얻은 결실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연구소의 연구 인력도 현재 10명에서 2015년까지 40∼50명으로 늘리는 등의 해외 연구소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원장은 “요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능성 소재 개발이 연구개발의 핵심”이라며 “미국 프랑스 독일 대학의 연구진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R&D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