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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베트남 처녀들 왜 한국에 시집오나

鶴山 徐 仁 2007. 3. 28. 21:14
  • 한국 농어촌에서 여섯 쌍이 결혼하면 그 중 한 쌍은 신부가 베트남 여성이다. 새삼스러우면서도 놀라운 수치다. 2005년 한국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의 결혼 8027건 중 국제결혼은 35.9%인 2885건이었고, 그중 과반수인 1535건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었다.

    그녀들은 어떤 사정 때문에 이역만리 한국으로 시집을 오는 것일까. 베트남 전문가인 김현재(金鉉宰) 영산대 교수가 최근 학술지 ‘동아연구’(서강대 동아연구소 刊) 제52집에 발표한 ‘베트남 여성의 한국으로의 결혼이민: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고찰’은 현지의 자료와 상황을 분석, 그 원인에 대해 ‘베트남에서의 시각’으로 분석한 최초의 학술 논문이다.

  • ①김 교수는 한국으로 오는 베트남 여성들이 대부분 남부 농촌인 메콩 델타 지역 출신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5년 베트남 북부인 하노이 주재 한국 영사관이 발급한 결혼 비자가 720건이었던 데 비해 남부에 있는 호찌민 주재 영사관은 그 다섯 배가 넘는 3853건이었다.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베트남 경제는 크게 성장했으나 도농(都農) 간의 격차는 2004년 상위·하위 각 10%의 소득차이가 13.5배나 될 정도로 극심해졌다. 메콩 델타 지역은 이농(離農) 때문에 같은 해 여성이 남성보다 36만5300명이 많을 정도로 성별 불균형도 커졌다. 이런 사회경제적 문제는 국제결혼의 큰 원인이 됐다.

    ②17세기 말에 가서야 베트남 영토로 편입된 남부는 북부와는 환경이 크게 다른 곳이다. 역사적으로 인도·이슬람·프랑스·미국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인 이곳은 유교적 전통이 덜하고 이민족과의 결혼에 개방적인 편이다. 또한 중매를 통해 신부대를 지불하고 결혼하는 풍속이 있어 결혼중개업체의 시스템에 친숙하고, 수로를 따라 촌락이 산재됐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이 얕아 주위의 평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 ③주변국의 환경변화도 중요 요인이다. 2000년 한 해만 1만3863명의 대만 남성들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 그들 역시 중개업체를 통해 1주일쯤 베트남을 방문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과의 맞선을 본 뒤 혼인신고까지 끝내고, 일부는 인신매매나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히는 등 현재 한국·베트남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이미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다. 이런 사회적 물의에다 대만 정부가 국적 취득 요건을 강화하면서 대만인과의 결혼 건수는 급감했고, 그 빈 자리를 한국 남성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2000년 95건에 불과했던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의 결혼은 2005년엔 5822건으로 급증, 같은 해 3212건의 대만 남성을 앞질렀다.

    ④한류(韓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베트남 TV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는 100여 편이다. ‘대장금’만 해도 여러 차례 공중파를 탄 나라다. 신문·잡지 같은 인쇄물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농촌에서 TV만 접한 여성들은 한국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됐고, 베트남 언론들은 계속 “드라마 속의 환상을 버리라”고 경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와 같은 분석에 따라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에게 알맞은 귀화·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응력이 높은 농촌으로의 이주 권장 ▲학력에 맞는 별도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 ▲경제적 적응을 높이기 위한 소득지원과 노동시장 정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 학술지 <동아연구>에 논문 '베트남 여성의 한국으로의 결혼이민: 그 배경과 원인에 대한 고찰'을 쓴 김현재 영산대 교수. 베트남에 10년 동안 유학하고 국립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에서 민족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베트남통(通)'이다. /조선일보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