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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통계자료

[특집 | 2018년 이후 인구가 줄어들면] 11년 이후 한국 인구 감소... 세상이 바뀐다

鶴山 徐 仁 2007. 3. 16. 21:34
5000만명 못 돼 인구 정점 꺾여… 2020년엔 노인만 770만명에 달해, 손자·손녀 귀해져
▲ 텅빈 신생아실. 출산율의 감소는 산부인과 병원을 비롯한 관련 분야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2018년 이후 인구 감소국이 된다. 대한민국 인구는 2018년 4934만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감소세를 보여 2030년 4863만명, 2050년 4234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구 순위도 2005년 세계 25위, 2020년 28위, 2030년 32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말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는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15~49세의 가임(可妊)여성이 평생 낳는 아기 수를 말한다. 1970년 4.5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1983년 2.1명으로 떨어졌고 2003년 1.19명에 이어 2005년 1.08명이 되었다. 합계출산율 1.08명은 세계 최저였다.

합계출산율은 2010년 1.15명, 2020년 1.20명, 2030년 1.28명으로 늘어나지만 신생아 수는 지난해 43만8062명에서 2050년 22만6000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21일 신생아 수가 5년 만에 늘었다고 발표했다. 연말까지 신생아 수는 8000~1만여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것이 일시적인 반등인지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이 통계청의 입장이다.
북한의 남침(南侵)으로 야기된 6·25 전쟁 3년 동안 남한에선 250만명 이상의 민간인과 군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1953년 7월 휴전 이후 전란의 인구 격감을 서둘러 보충이라도 하듯 한국사회는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작업에 몰입했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켜 인구학자들은 ‘베이비붐 세대’라고 명명한다.

베이비붐 시기의 인구증가율은 연평균 3%에 달했다. 먹을 건 없는데 집집마다 식구(食口)만 늘었다. ‘제 밥그릇은 다 타고난다’고 당시의 부모세대는 믿었다. 1962년 박정희 정권은 인구폭발의 불길을 끄는 게 급선무였다. 가족계획사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하였다. 배고픔을 상징하는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왔고 가난한 집의 아들 딸이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上京)을 감행하게 된다.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등장한 게 이때다. 1970년대에 이르러 가족계획 표어는 더 절박해졌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로 바뀌었다. 2006년에 개봉된 영화 ‘잘 살아보세’는 정부가 가족계획이라는 이름하에 부부생활에 관여하는 당시의 상황을 풍자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1984년에 이르러 20대의 나이가 되었다. 결혼과 출산의 연령에 이른 것이다. 이 시기의 정부는 ‘인구폭발’ 문제를 걱정했다. 인구정책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출산율을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를 놓고 묘책을 짜내기 위해 골몰했다. 정부의 인구계획은 1988년까지 합계(한 부부당)출산율을 2.1명 수준, 즉 인구대체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폭발한 인구가 관성에 따라 60년간 계속 증가해 2050년에는 6131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6년까지 출산억제정책을 유지했다.
정부의 인구 예측은 보기 좋게 어그러졌다. 2003년 합계출산율이 1.19명으로 떨어져 버린 데 이어 2005년 1.08명이 되었다.

정부의 인구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한국사회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IMF 관리체제를 겪은 데다 여기에 인터넷 시대가 전개되면서 구조적인 변화가 불어 닥쳤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느는데도 여전히 사회는 육아문제를 여성에게만 떠넘겼다. 설령 육아문제가 해결되어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맞벌이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살인적인 사교육비였다. 여기에 부동산값 폭등은 젊은 부부로 하여금 출산의욕을 꺾어버렸다. 인구학자들은 “인구는 한번 줄어들면 회복하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인구증가율 감소는 가장 먼저 고령화 진행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노인 1명당 14세 이하의 아동이 2.1명이다. 2020년이 되면 노인 1명당 아동수가 0.8명으로 떨어져서 아동보다 노인이 많아지고, 2030년에는 노인 1명당 아동수가 0.5명이 되어 노인 2명당 아동 1명이 된다. 손자·손녀는 정말로 금값이 되는 시대가 된다.

2020년이면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맏이격(格)인 1955년생이 노인인구에 편입된다. 이때부터 매년 70만~80만명이 새롭게 노인인구가 된다. 전체 인구로 보면 2005년 현재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전체의 9.1%인 437만명이다.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의 15.6%인 770만명, 2030년에는 24.3%인 118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쯤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6·25 전쟁 이후 50년 이상 한국은 꾸준한 인구 증가를 보여왔다. 한국인에게 인구는 으레 증가하는 것으로만 간주되었다. 인구 감소는 선진국의 일로만 여겼으며 오히려 인구폭발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많았다.

합계출산율 1.5 이하가 계속되면 한국은 불과 11년 후 인구 감소 국가가 된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다. 인구 감소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2018년 이후 한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정치, 경제, 교육, 가족 등에서 필연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일을 집중 해부한다.

조성관 주간조선 차장대우(mapl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