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가히 대체에너지 개발 전쟁에 돌입했다고 할 만하다. 화석 에너지 사용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가 환경재앙을 예고하는 가운데, 각국은 지구 환경을 위해 그리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브라질의 에탄올 개발 ‘협력 동맹´은 환경 에너지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1990년 이후 환경친화적 에너지 개발에 나선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미국·일본·중국의 대체에너지 개발 현황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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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 이른바 대체에너지 개발에 착수했다.
EU집행위원회는 2000년 대체에너지에 대한 포괄적 전략을 담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유럽 전략에 관한 녹색 보고서’를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신ㆍ재생에너지 개발 강화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약 정책 강화 ▲에너지 기술개발 강화 ▲원자력 안정성 확보 ▲핵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에너지 수입 다변화 등이다.
구체적 방안으로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생산의 20%를 충당하기로 했다. 또 2010년까지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22% 절약하고 2020년까지 연료(휘발유·경유)의 20%를 바이오 연료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EU가 이렇게 대체에너지 개발에 나선 데에는 회원국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작용했다.2000년 기준으로 50%에 달하는 EU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2030년이 되면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도쿄 의정서 채택도 대체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낸 원인이다. 교토의정서에 적극적이었던 EU는 지난 9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감축하고 이를 비(非)화석연료로 대체한다는 데 합의했다. 또 EU 차원에서 모든 자동차 바이오연료 사용 비율도 2020년까지 최소한 10%대로 높인다는 에너지 전략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가 자원 패권주의를 강화하면서 역내 천연가스·석유 공급 안정성을 위협한 것도 EU가 대체에너지 개발 속도를 높이는 한 배경이다.
현재 EU 회원국의 1차 에너지소비량 중 신ㆍ재생에너지 비율은 6.5% 정도다. 이 비율을 높이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입장이 약간씩 다르다. 프랑스와 영국은 원전 개발도 포함하면서 풍력·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확충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다. 원자력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비화석연료라는 논리에서다.
반면 독일·스페인 등은 원전 중심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효율 향상과 풍력, 태양광, 지열, 바이오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도는 50%대다. 주요 동력은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다. 현재 59기의 원전에서 나오는 전력량은 국내 전력의 78%를 충당한다. 생산 전력의 15%는 스위스 등지로 수출한다. 이처럼 원전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대체에너지 개발만의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04년을 기점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는 게 현지 기관들의 평가다. 환경에너지관리공단(ADEME)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체에너지는 산업전력의 14%, 난방의 19%, 자동차 연료 등의 1%를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재정·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기준 프랑스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16.3Mtep(원유기준 1630만t)이다. 이는 EU 25개국의 15%에 해당하는 양으로 유럽 최고의 생산량이다.
전기 생산 분야에서 풍력 비중도 높일 계획이다. 해안 면적이 넓다는 장점을 이용해 장기적으로 전기 소비량의 30%까지를 풍력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또 상대적으로 뒤처진 바이오연료 분야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에탄올 연료인 E85의 보급을 늘려 에너지 독립성을 제고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적극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기존 곡물 재배 면적의 5∼6%와 사탕무 재배 면적의 10%를 활용, 바이오 연료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08년부터 화석연료 소비의 5.75%를 바이오 연료로 충당하고 2010년에는 7%(EU 권고치 5.75%),2015년에는 10%로 점차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독일은 2004년 ‘재생 에너지 촉진을 위한 법’을 제정했다. 주요 내용은 재생에너지의 전력 공급 비중을 현재 10%대에서 2010년 12.5%,2020년 2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1차 에너지 소비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율도 2020년까지 1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앞서 2001년에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의 기초연구 네트워크를 발족해 연구한 결과에서 나온 것이다.
독일 대체에너지 정책의 특징은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한 데 있다. 대신 전역에 1만 7574대의 풍력 발전기를 가동해 1만 8428MW의 전력을 생산한다. 풍력 에너지는 독일이 가장 자부심을 가지는 분야로 재생에너지 부분의 16%, 전체 전력시장의 4.3%를 담당한다. 풍력 에너지 시장 규모만 50억유로에 해당한다.
또 정부가 직접 나서 ‘태양열 집열판 10만개 보급운동’을 펼치는 등 태양열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확산에도 주력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10억KWh의 태양전기를 생산했다. 또 전국에 태양열 집열판 100만대가 설치돼 생활·난방 용수 사용에 활용되고 있다.2005년 기준으로 태양광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의 0.6%를 차지한다.
이밖에 영국도 2002년 ‘에너지 리뷰’를 발표, 에너지 수입 의존도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원 다양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기술혁신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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