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친구의 모습에서 서글픔을

鶴山 徐 仁 2007. 2. 28. 21:25

친구의 모습에서 서글픔을

淸溪 정헌영 아 막역한 친구여 얼마나 심한 열병을 앓았기에 검은 머리 흰 머리 되어 듬성듬성 민둥산을 만들었는가. 노을빛 타는 친구여 그 팽팽한 얼굴 카랑카랑한 목소리 어데 가고 푸슬푸슬한 주름살 힘없는 쉰 목소리가 웬 말인가 친구의 얼굴이 내 얼굴인데 나이가 무엇이기에 힘과 패기 있던 정답게 나누던 이야기 어데 가고 꾸부렁해진 등허리 뒷짐 지고 걸어가는 팔자걸음 지나친 자기주장 혼자만의 아집으로 바뀌어 몸도 마음도 그들을 닮아 가니 오, 매정한 세월아 앗아간 세월만큼 우리의 우정은 짙어 가는데 우리 모습 속절없이 일그러져 평생 늙지 않을 것 같던 친구도 어느새 황혼빛으로 물들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