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프리미어리거 4호인 ‘라이언 킹’ 이동국(28·미들즈브러)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25일 홈 리버사이드 구장에서 레딩FC와 치른 리그 28라운드 후반 40분 아예그베니 야쿠부와 교체 투입돼 약 9분을 소화했다.1월31일 입단식을 치른 지 25일 만이다. 설기현(28·레딩)은 결장해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미들즈브러 홈페이지는 ‘동국(DG)에겐 동화 같았다(Almost A Fairytale for DG)’는 제목으로 기사를 싣고 “(결승골을 넣은) 야쿠부가 교체될 때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면서 “투입되는 이동국에겐 더 큰 환호가 쏟아졌다.”며 데뷔 순간을 돌이켰다.
경기 흐름이 레딩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처음엔 이동국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레딩은 42분 존 오스터의 득점에 힘입어 2-1로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라이언 킹’의 사자후가 터져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인저리타임 3분 미들즈브러의 역습 상황에서 스튜어트 다우닝이 상대 왼쪽 측면을 파고들자, 이동국은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뛰어들며 손을 번쩍 들어 신호했다. 다우닝의 크로스를 받은 이동국은 왼발로 논스톱 슛을 때렸다. 그라운드에 튀긴 공은 오른쪽 골 포스트를 맞혔다. 관중석에선 탄성이 쏟아져 나왔고, 이동국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이동국은 곧이어 오른발 중거리슛을 쐈으나 공이 떴다.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이동국은 “처음 뛰는 자리에서 좋은 찬스를 만들어 기분이 좋다. 앞으로 그런 기회가 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하겠다.”면서 “집에 가면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분간 주어지는 시간이 짧겠지만 강인한 모습을 자주 보여 출장 시간을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가렛 사우스게이트 미들즈브러 감독은 “이동국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기회를 주고 싶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를 보고싶어 하고 잘 해주길 바라고 있었는데 기대에 잘 부응해 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 인터넷판은 “꿈 같은 데뷔전을 치를 뻔했다(close to dream debut).”고 평가하며 평점 7점을 줬다. 선제골을 터뜨리고 결승골을 도운 비두카가 팀 내 최고인 8점.
한편 앞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풀럼전에서는 라이언 긱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연속골을 앞세운 맨유가 2-1로 이겼다. 박지성은 교체 명단에 있었으나 나오지 않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