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겨레 사람들이 공유(共有)하고 있는 심성(心性)이 있다. 남 다른 영성(靈性, Spirituality)이다. 그래서 나라를 세운 날인 건국기념일도 개천절(開天節)이라 이름 하였고 애국가에도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 하였다. 개천절이란 말의 글자 풀이는 ‘하늘이 열린 날’이란 뜻이다. 세계에는 나라도 많고 민족도 많지만 자기들의 나라를 시작한 날을 우리처럼 개천절이라 이름 붙인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오늘은 2월 23일이다. 이 날은 나에겐 특별한 날이다. 해마다 이 날을 맞으면 나는 금식을 한다. 1974년 이후 지금까지 지켜 가고 있는 나만의 개천절이다. 1974년 2월 23일에 나는 하늘이 열리는 체험을 하여 몇 시간이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치범으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다. 말이 정치범이지 내가 정치를 한 것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하였던 유신헌법을 반대하고 긴급조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였던 일로 인해서다.
그 때 내가 수감되어 있던 방은 0.7평의 좁은 방이었다. 맨손체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그 해 2월 23일은 2월 달 늦추위가 닥쳐 감방 안은 너무나 추웠다. 추위가 심해지니까 다리뼈가 비틀리는 듯이나 저리고 아플 정도였다. 그런 자리에서 나는 성경을 읽으며 기도하던 중에 홀연히 하늘이 열리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온 몸으로 뵙게 되었다. 그때에 밀어 닥친 감격과 넘치는 기쁨을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해마다 이 날을 맞으면 그 날의 감격을 되새기며 지난 일 년 간 혹시나 그릇 되게 살았던 것이나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에 대해서나, 나 자신에 대하여 불성실하게 대하였던 것들이 있었는지를 돌이켜 살피며 새로운 다짐으로 다시 출발하곤 한다.
지금 나는 미국의 대서양 쪽의 군사도시인 Newport 란 곳에서 동포들을 상대로 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집회 기간 중에 금식하기가 몹시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66세의 나이까지에 이른 내 삶의 여정에 워낙 중요한 날이기에 그냥 보낼 수만은 없어 나 혼자만의 개천절로써의 금식행사를 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