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국제기구 주름잡는 한국인] ‘반기문 시대’ 연 일등공신 유엔 한국대표부

鶴山 徐 仁 2007. 1. 5. 09:49

|뉴욕 이도운특파원|지난달 14일 저녁 6시. 뉴욕 유엔본부 건너편 이스트 45번가에 자리잡은 주 유엔 한국대표부로 승용차 행렬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대표부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리셉션이 열렸다. 한국대표부에 도착, 차에서 내리는 내빈들은 대부분 각국 외교사절과 유엔본부 직원들이었다. 각종 국제 비정부기구 단체 관계자, 유엔 출입기자, 로비스트 등도 포함돼 있었다. 유엔에 정통한 한국 고위외교관은 “유엔의 외교는 공식 연설과 막후 교섭, 그리고 리셉션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내빈들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설치된 한국대표부 로비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뒤 1층 홀로 안내됐다. 홀에서는 최영진 유엔대사 부부가 먼저 내빈들을 맞았다. 외교통상부 차관까지 지낸 최 대사는 능숙한 솜씨로 손님을 맞았다.

유엔에서 최 대사의 ‘카운터 파트’는 사무차장들과 각국의 유엔 대사들이다. 반 총장 선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최 대사는 지난해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의 대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또 미 전역의 각종 연구소와 단체 등으로부터 강연요청을 많이 받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워싱턴이든, 필라델피아든 직접 방문한다.

최 대사와 인사를 마친 외교사절과 유엔본부 직원들은 오준 차석대사와 조현 차석대사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과장과 국제기구정책관을 지낸 외교통상부 내의 대표적인 다자외교 전문가다. 오 차석대사는 유엔에서 정무, 군축 및 국제안보와 함께 안보리를 담당하고 있다.

조현 차석대사는 유엔의 경제, 사회, 행정 및 예산 담당이다. 외교부 국제경제국장을 지낸 조 차석대사는 통상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이다.

오·조 두 차석대사는 지난해 반 총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외교관, 유엔본부 직원들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만났다. 결국 선거를 통해 반 총장이 당선됐고, 한국 외교의 위상도 올라갔지만 두 차석대사의 유엔 인맥과 활동폭이 크게 확대되는 부수효과도 얻었다.

6시40분쯤 반기문 총장이 도착했다. 반 총장은 부인 유순복 여사, 최영진 대사 부부와 함께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는다. 주요국의 외교사절들도 이때쯤 도착한다. 미리 한국대표부에 연락을 해서 언제 반 총장이 도착하는가를 파악해둔 것이다.

잠시후 오시마 겐조 일본대사가 도착했다. 겐조 대사가 도착하자 행사를 취재하던 언론인들이 일제히 겐조 대사에게 몰려간다.

그날 오후 겐조 대사는 왕광야 중국대사 등과 함께 “반 총장이 북한 문제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겐조 대사는 마이크를 내미는 기자들에게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리셉션에 참석한 언론인 가운데는 유엔 출입기자단의 간사인 CNN의 리처드 로스 기자도 보였다.10년간 유엔만 담당해온 로스 기자는 유엔 내에서 일종의 ‘권력’이다. 리셉션에서도 로스 기자가 먼저 다가가기 전에 각국의 외교사절과 유엔 직원들이 몰려온다.

7시를 조금 넘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부인 난 여사와 함께 등장했다. 모든 카메라의 조명이 반 총장과 아난 전 총장의 악수 장면에 집중됐다. 그것이 이날 행사의 말 그대로 ‘하이라이트’였다.

유엔대표부는 이날 리셉션에 900여명을 초청했고, 대부분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오준 차석대사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강대국이 주최하는 리셉션에 보통 400명 정도가 참석한다.”면서 “900명의 참석자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라고 말했다.

유엔대표부는 최근의 위상 강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10월2일 주최했던 국군의 날 및 개천절 기념 리셉션에도 무려 600여명이 참석했던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리셉션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존 볼턴 당시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참석했다. 오 차석대사는 이같은 변화가 일단은 반 총장의 당선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지만 한국의 다자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awn@seoul.co.kr

기사일자 : 2007-01-03    14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