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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삼각주는 홍콩, 선전, 둥관(東莞), 광저우(廣州), 중산(中山), 주하이(珠海), 마카오 등을 잇는 만(灣)을 일컫는다.
현지 관계자는 “1년 남짓 동안 빠르게 치솟고 있는 인건비 부담, 근로자 복지 문제, 잦은 이직, 각종 규제 등으로 경영 환경이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만 둥관지역에서 10여개, 선전에서 6∼7개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야반도주하는 공장주들마저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사는 “중국의 형법이 워낙 강한 데다 최근에는 집행마저 엄격해져 임금 체불로 고발당하면 바로 구속이 되고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면서 “이에 겁먹은 업주들이 어려운 상황을 버티다 도망가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주장 삼각주 일대에서만 구속된 한국인 업주는 7∼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견기업의 사장은 “지난 한해만 임금을 3차례나 인상해야 했고, 추가 잔업을 시키다 벌금으로만 1억여원을 추징당했다.”면서 갑자기 강화된 현지의 노무 정책을 성토했다. 그는 주장 삼각주를 떠나 내륙지대 이전을 준비 중이다.
●못견딘 공장주 야반도주도
세금 문제 역시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가운데 하나다.“‘이전가격 세제’는 홍콩, 타이완, 일본계 회사까지 이 일대에 만연한 현상”이라면서 “이 곳에서 느닷없는 세무조사는 사실상 공장문을 문을 닫으라는 최후 통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기업주들은 전하고 있다. 이전가격 세제란 관련기업간 국제거래를 할 때 가격을 독립적인 제3자간의 거래가액보다 낮거나 높게 책정함으로써 소득을 관련기업에 이전하는 경우, 세무당국이 정상가격을 산정, 그 정상가격에 따라 산정된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뿐이 아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가공무역 금지 등 조치로 세금 환급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지면서 “불과 몇%의 마진으로 근근이 운영되던 공장이 이익을 남기기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한 무역 관계자는 “낮은 임금과 풍부한 인력을 찾아, 또는 한국의 환경규제 등에 쫓겨 이 곳을 찾은 한국의 ‘한계기업’들은 ‘접느냐, 아니면 또 다시 내륙으로 떠나느냐,’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동북(東北)지역에서 수년간 기업을 경영하다 최근 이곳에 내려온 A씨는 더욱 절박한 진단을 내놓았다.
●한계기업 정착할곳 거의 없어
“임금 문제를 제외하고 각종 규제나 관(官)의 감시 측면에서 보면, 광둥은 동북과 비교할 때 천국이다. 남방 특유의 사업 관행이 강해 경영 측면에서 유리한 여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광둥에서조차 이 정도면 한국의 한계기업이 중국에 정착할 곳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수출입은행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주장 삼각주의 한국기업은 700개 정도다. 하지만 중국인이나 조선족 교포 등을 파트너로 하거나 전면에 내세운 소규모 기업까지 더하면, 적게는 2000개에서 많게는 300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jj@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