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특파원 리포트] 옥스퍼드대 ‘개혁 몸살’

鶴山 徐 仁 2006. 12. 17. 16:01
  • “미국식 경영 마인드 도입”↔“쓸데없는 짓”
    實權 가진 사상 첫 ‘외부인’ 부총장이 주도
    교수들 “학문 위축” 반발, 학생들은“찬성”
  • 김영진 hellojin@chosun.com
    입력 : 2006.12.12 23:58 / 수정 : 2006.12.13 02:51
    • “우리도 미국의 아이비 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사립대) 같은 경영 방식을 도입해 기금도 많이 끌어들이고, 교수 평가도 철저히 해야 한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가 존 후드(John Hood) 부총장이 제안한 미국식 대학개혁안을 놓고 홍역을 앓고 있다. 후드의 개혁안은 옥스퍼드 내부인으로만 구성된 23명의 이사회를 15명으로 줄이고, 그 절반을 외부의 회계·금융 전문가 등으로 채우는 방안도 담고 있다. 영국 대학에서는 총장은 명예직에 불과하며, 부총장이 사실상 대학 경영을 총괄한다.

      옥스퍼드대 최초의 이방인 부총장인 그는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는 게 옥스퍼드가 살 길”이라며 900년 전통 깨기를 부르짖고 있다. 후드 부총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교직원 총회(congregation)에서 자신의 개혁안이 740대456이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됐는데도 포기하지 않는다. 대의원 3700여명 중 3분의 2가 불참했으니, 우편투표 방법을 동원해 2차 회의를 열어 결판 짓자고 하고 있다.

      이번 교직원 총회는 1985년 마거릿 대처(Thatcher) 당시 총리에 대한 명예박사 학위 수여 안건 논의 이후 21년 만의 대규모 총회였다. 상당수 교수들은 당시 경쟁 개념을 도입한 신(新)자유주의적 교육 개혁을 추진한 대처를 비판하며, 명예박사 학위를 주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이번에도 대학 개혁안에 대한 교수들의 반대는 극렬하다. “학문적 성과가 세계최고 수준인데 무슨 근거로 900년 전통을 깨려 하는가” “형편없는 개혁안이 옥스퍼드를 두 갈래로 갈라놓는다” “학문의 자유가 뒷전으로 밀린다” “옥스퍼드에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독재가 등장할 것이다”…. 한 법대 교수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의회 동의도 없이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결정이나 마찬가지 시도”라며 후드 부총장을 비난했다. 상당수 교수들은 후드 부총장이 대학 물정과 전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일거에 대학을 바꿔놓으려다 집단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선 올해 800만 파운드(약 144억7800여만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학교 재정이 좋아지면 교육여건이 개선될 것을 기대하며 대학 개혁안에 찬성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드 개혁안에 대한 최종 신임 투표 성격인 우편투표는 오는 18일 오후 4시에 마감된다. 후드 부총장측과 반대파 교수들은 선거 운동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홍보전을 전개한다. 역전을 노리는 후드 부총장은 교수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반대파 교수들은 “지난번 총회 투표에 이어 확실히 (후드 부총장을) 패배시키자”며 A4용지 2장 분량의 이메일을 교수들에게 보냈다.

      10여명의 교수들은 아예 실명을 걸고 반대표를 호소해, 마치 후드 부총장 불신임 연판장을 돌리는 듯한 분위기이다. 옥스퍼드 일각에서는 후드 부총장이 교수들과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월 중도 하차한 하버드대의 로렌스 서머스 총장의 재판(再版)이 될지도 모른다고 예측한다. 옥스퍼드대는 올해 영국의 더 타임스 조사 결과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이어 세계 3위로 매겨졌다.

    • 존 후드/옥스퍼드 부총장
    • 존 후드 부총장은  뉴질랜드 출신으로 오클랜드 대학 부총장을 지내다 지난 2004년 10월 옥스퍼드대 사상 처음 외부출신 부총장으로 선임됐다. 옥스퍼드대 로즈(Rhodes)장학생 출신이란 게 옥스퍼드와의 유일한 인연이다. 오클랜드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18년간 뉴질랜드 최대기업인 플레처 챌린지사에서 일하며 요직을 거쳤다. 그는 뉴질랜드 총리 산하 성장혁신 자문이사회와 기업위원회 주요 멤버로 활동하며 뉴질랜드 정부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