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철진(시인, 예술촌 촌장)
지난 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지 560돌이 되는 날이었다.
1946년 한글 반포 500돌을 맞이하여 '한글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었다가
1990년에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는데,
올해는 국경일로 승격되어 처음 맞는 한글날이라 더욱 의미 있는 한글날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국경일이 되어 처음 맞은 한글날은 그만 핵실험의 파장에 묻혀 빛을 잃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 안은 꼭이면
좌우익의 대립으로 어지럽던 해방 후로 되돌아온 듯 빛깔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마구 쏟아져 나와 대립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주시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포용 정책' 포기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인 10월9일 기자 회견에서
“이제 한국이 제재와 압력이라는 국제 사회의 강경 수단에 대해
대화만을 계속하자고 강조할 수 있는 입지가 없어진 게 아닌가...
한국 정부도 이 마당에 와서 포용 정책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는가,
포용 정책 효용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어렵게 됐다.”
며 이제까지의 북핵에 대한 일관된 묵인, 방관, 비호의 기존 입장을 버리고
분명히 변화된 입장을 보였고, 이에 필자는
이번만은 말장난이 아니길 바라면서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제까지는 북한의 핵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일리 있다.
(2004년 11월 12일 미국 LA)",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선제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2006년 5월 29일 향군지도부 초청 환담 중)"
며 북한 핵실험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또
"북한의 핵실험은 아무런 징후나 단서를 갖고 있지 않다.
(2006년 9월 8일 핀란드)"며 핵실험 가능성을 부인하더니,
지난 10월 3일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북한의 의도를 잘 파악해 핵실험을 하는 상태에 이르지 않도록
대화를 통한 노력을 강화하고,
또 한편으로는 실제로 실험을 강행했을 때 초래될 상황에 대해
북한이 분명히 알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국무회의 중)"고 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는 뭐고 참여 정부는 뭔지 필자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결국 국민의 정부 '햇볕 정책'과 참여 정부 '포용 정책'의 대북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을 도와 준 결과가 되었는데도,
재임 시절인 지난 2001년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 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했다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유언 비어를 퍼뜨리지 마라.
(만약 북에 핵이 개발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고 호언 장담한 장본인인 전직 대통령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히려 11일 전남대 특강에서
"핵실험은 '햇볕 정책' 때문이 아닌 미국의 부시 정책 실패 탓"
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더하여
노 대통령의 '포용 정책' 포기 발언에 질타의 화살을 쏘았다.
이에 KBS, MBC 등 공영 방송들은 DJ의 친북 반미 논리를 부각시키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였고, 12일 오전 MBC라디오, KBS라디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민간 대변인으로 불리는 재일 교포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북한이 다음 단계로 수소폭탄 실험을 단행할 것이며,
유사시 뉴욕과 도쿄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을
전파에 실어 내보내며 김정일의 대남 언론 공작을 대신해 주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포용 정책' 포기 발언을 한 지 며칠 되었다고,
13일 그것도 통일부 고위 당국자가 비공식 기자 간담회를 자청,
"북한 핵실험을 막지 못한 데 대해서는 무한대의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북 포용 정책을 매도, 매장하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
고 강조하며,
"포용 정책이 왜 책임지고 매를 맞아야 하느냐"
고 했다 하니, 참여 정부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정부와 공영 방송들의 이러한 일련의 행태를 보면서,
이 땅의 결식 아동들과 노숙자들은 버려 둔 채
아직도 대북 민간 지원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을 보면서
필자가 지금 남북한 어느 땅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소 잃고 외양간은 고칠 수 있어도 한번 잃은 나라는 다시 찾기 어렵다.
그때는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