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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애물단지 ‘피플비즈니스’ 보물단지 되다

鶴山 徐 仁 2006. 11. 12. 12:37
 원문출처 : 애물단지 ‘피플비즈니스’ 보물단지 되다
애물단지 ‘피플비즈니스’ 보물단지 되다
“사원을 감원대상 삼지말고…” 지식기반 시대의 고부가산업
IT 서비스·광고 등 영역 다양 고용효과 커 국가경제 큰 도움

고급 세탁기로 유명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은 지난 2002년 ‘AS(애프터서비스)사업부’를 분사시켰다. 그래서 탄생한 게 ‘A&E factory service’라는 긴 이름의 수리 전문업체. 이 회사의 탄생은 수익성이 낮은 비용센터(cost center)였던 AS 사업을 특화하여 수익성과 고객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고육지책의 결과였다. 월풀에게 AS 사업부는 저수익 사업 구조로 인해, 수익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었다. 가전제품의 내구성이 개선돼 AS 수요가 줄어 인력은 과잉 상태였지만, 포기할 경우 “제때 수리를 못 받았다”는 고객의 원성에 직면할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사의 결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시어스(Sears)사와 합작 투자로 설립된 A&E factory service는 미 전 지역의 90%에 퍼져있는 촘촘한 서비스망과 1500명의 기술인력을 자산으로 대변신을 시도했다. 변신의 핵심은 AS 대상을 월풀·시어스 제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일렉트로룩스·GE(제너럴일렉트릭)·샤프·하이얼 등 경쟁사 제품까지 확대한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분사 3년간 수익성 개선과 성장을 달성하였고, 지속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매출액 5조원 규모인 가전업체 메이텍을 인수하였다. 월풀은 가전제품 AS부문의 선도업체인 메이텍의 기술 인력1000명 이상을 A&E factory service에 투입,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AS 분야가 수익성이 낮다는 고정 관념도 부숴버렸다. 가전제품 AS의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고객만족도 유지에 필요한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일감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게 성공 비결이었다. 월풀의 성공에 자극받은 글로벌 기업들은 서비스 부문을 모회사와 독립시켜 독자적인 수익사업으로 전환해가는 추세다.



애물단지에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피플비즈니스의 화려한 변신

사람(임직원)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으면서도 회사 이익의 대부분이 사람에 의해 창출되는 이른바 ‘피플비즈니스(People Business)’가 주목받고 있다. 이 비즈니스는 회사의 이익과 비용 대부분을 종업원에게 의존한다. 이미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주류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자문·서비스 중심의 피플비즈니스는 단순노동 집약적인 인력용역업 정도로 평가절하됐다. 기업들도 피플비즈니스 영역을 수익원보다는 비용센터(cost center)로 여기고 어떻게든 인건비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제품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가 힘들어지고, 고객의 요구도 점차 다양화·세분화됨에 따라 글로벌기업들은 종업원을 비용절감의 대상이 아닌 전략적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지식기반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유형자산의 중요성이 줄어든 빈 자리를 ‘사람’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또 회계·법률·광고·컨설팅 등 지식 기반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피플비즈니스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

비즈니스의 유형은 ‘자산과 종업원 중 어느 쪽 의존도가 높은가’에 따라, 또 ‘투자회수기간이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 4가지로 나뉜다. 피플비즈니스는 고정자산이나 무형자산보다 종업원 의존도가 높고, 투자회수기간이 짧은 판매·서비스 등에 특화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화이자처럼 종업원 의존도가 높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회수기간이 5~7년 걸리는 제약업계는 피플비즈니스로 분류하기 어렵다. 대표적 피플비즈니스 업종은 회계·법률·경영 등의 자문업, IT 서비스업, 광고업, 헤드헌팅업 등이다. 외국 업체 중에는 금융 중개·자문업체인 메릴린치, 우편 및 배달·배송 업체인 페덱스(FedEx), IT 서비스 업체인 IBM글로벌서비스 등이 피플비즈니스 유형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증권·대우증권 등 증권사와 삼성SDS·LGCNS 등 IT서비스업체, 제일기획 등 광고대행업체, 삼성전자서비스와 웅진해피올 등 생활가전 전문 서비스업체 등이 피플비즈니스로 분류될 수 있다.

종업원 의존도가 높은 피플비즈니스의 성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을 준다.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제조업과 농어업·광업, 건설업 등에서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일자리 수는 11% 늘었다. 이는 매년 30%씩 성장한 피플비즈니스의 고용효과 덕분이다. 피플비즈니스는 미국 전체 민간인력의 25%를 담당하고 있으며, 매년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종업원수 상위 25위까지의 피플비즈니스 기업이 채용하는 인력은 매출액 상위 25대 기업과 맞먹는다.


새로운 성공 법칙

피플비즈니스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사람’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IBM글로벌서비스·UPS·페덱스·EDS·메릴린치 등 연간 매출이 12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100대 피플비즈니스 기업을 분석, 피플비즈니스를 위한 4가지 성공법칙을 제시했다.



①‘사람’을 측정·관리하는 새로운 지표의 도입

경제적 부가가치(EVA)와 같은 전통적인 재무분석 지표들은 투입자본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당연히 직원의 업무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 전통적 재무지표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측정정보를 거꾸로 왜곡하기도 한다. 예컨대 직원당 매출액 지표는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많이 활용할수록 높게 나오고, 핵심인재들이 모조리 퇴사해도 재무지표로는 이를 파악하기 힘들다.

피플비즈니스 분야의 선도기업들은 ‘워코노믹스(workonomics)’ 지표를 통해 ‘사람’을 관리한다. 워코노믹스는 기존의 주주가치 지표인 EVA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수익을 측정하는 수단이지만, ‘투입자본’이란 기준 대신 ‘투입직원’을 쓴다는 것이 다르다. 즉 직원들이 창출한 부가가치에서 직원들의 인건비를 뺀 값으로 경제적 수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BCG는 워코노믹스로 측정한 생산성이 기존 재무지표들과 큰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몇 년 전 실리콘밸리의 한 IT기업이 신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였다. 당시에는 고급인력 스카우트 경쟁이 아주 치열했다. 연구원들은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대가로 더 높은 보수를 경영진에 요구했다. 경영진들의 태도는 시큰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이 다른 사업에 비해 직원당 매출·이익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엔지니어들의 요구에 ‘No’라고 답했다. 심지어 소프트웨어 개발사업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잘못된 상황파악이 회사경영을 망칠 수 있었던 일종의 위기였다. 하지만 경영진은 ‘워코노믹스’ 지표로 실적을 재분석했다. 그 결과, 경영진 판단이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다른 사업에서 직원당 매출과 이익이 높게 나타난 것은 업무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했기 때문이고, 직원생산성은 오히려 소프트웨어 개발부문이 다른 사업보다 높았다. 또 핵심 연구원들에 대한 보수도 그들이 창출한 부가가치나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향후 인력유출의 위험이 농후하다는 징조였다.


②종업원에 대한 정보 수집과 활용

효율적인 인력운영을 위해 종업원에 대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과 관련한 비용 정보에만 관심을 보일 뿐, 직원들의 특성·직원이 창출하는 가치 등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피플비즈니스 성공을 위한 두 번째 법칙은 직원들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직원들의 동기부여나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재무성과와도 연계시키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도이치뱅크는 직원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 장치들을 활용하고 있다. 본사는 매년 3차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각 부서별로도 매년 4000명씩을 조사한다. 또 3년에 한 번씩은 전 세계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도이치뱅크는 경력 개발이나 성과 보상, 교육 훈련 시스템 등 인사제도를 바꿀 때 다양한 설문조사로 얻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또 핵심 인재 발굴·육성 전담팀을 통해 핵심 인재의 경력(career path)을 특별 관리한다.


③‘수익’과 ‘사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보상체계 구축

전 직원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보상체계의 구축은 모든 기업의 숙원이다. 사람이 핵심인 피플비즈니스에서는 더 중요한 이슈다. 경영성과에 대한 수익과 위험을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미리 수익과 성과급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매년 수익의 25~55%를 성과급으로 내놓아 종업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있다. 미국 장기불황과 9·11테러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성공비결 중 하나는 보상체계이다. 보상체계의 특징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익분배 제도다. 사우스웨스트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 모두에게 회사 이익의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지급한다. 지난 20여 년간 단 한 번의 파업도 없었고, 이직률 또한 업계 최저 수준인 이유를 알 만하다.


④종업원 개인의 노하우를 조직으로 확산

기업은 사람을 채용할 뿐이다. 사람 자체를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회사측에서 채용한 사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하다.

초보적 형태의 피플비즈니스 기업의 가치는 보유한 인력가치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 기업가치를 더 키우려면 전문영역에서 축적된 경험·노하우를 직원 개인의 머릿속에서 빼내 조직 전체가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조직이 공유하는 경험과 노하우는 그 기업만의 독점적인 서비스로 발전해 경쟁우위의 원천이 된다. BCG에 따르면, 독점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플비즈니스 기업의 직원 생산성은 일반 기업의 3배에 달한다.

‘피플비즈’로 성공하려면

①‘사람’ 측정·관리하는 지표 도입

②종업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

③수익·사람 모두 유인할 보상틀 구축

④개인의 노하우, 조직에 활용하라

오승욱 보스턴컨설팅그룹 팀장
나지홍 경제부 기자 jhra@chosun.com
입력 : 2006.10.27 23:45 20' / 수정 : 2006.10.27 23:4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