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비교. 통계자료

국산차 가격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鶴山 徐 仁 2006. 11. 12. 11:05
연식만 바뀌어도 몇백만원까지 올려받아
대형승용차는 일본차 내수가격보다 비싸
美·日서 무관세 수입땐 시장잠식 불보듯

국산차가 신(新)모델을 출시하거나 연식(年式)을 바꿀 때마다 수십만, 수백만원씩 가격을 올리는 관행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산 중형세단인 쏘나타(엔진 배기량 2L)와 SM5(2L)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은 1800만원대다. 여기에 안전·편의장치만 몇개 붙여도 2000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4년 전 만해도 이들 모델의 기본형 가격은 1400만원대였다.

◆소형차도 1500만원, 중대형차는 3000만원 ‘훌쩍’= 소형세단인 베르나(1.6L) 고급형은 1500만원이 넘는다. SUV(지프형차)의 경우는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 1800만~2400만원대였던 구형 싼타페(2L 디젤)가 작년에 신형(2.2L 디젤)으로 바뀌면서 2200만~3300만원대로 대폭 올랐다. 지난달 출시된 베라크루즈(3L·디젤엔진)는 최고급형 가격이 4200만원대에 달한다. DVD내비게이션까지 붙이면 차값만 4700만원이 넘는다. 차급은 베라크루즈보다 아래이지만 일본산 SUV인 CR-V(2.4L·휘발유엔진)가 3090만~349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국산차의 최근 가격 인상폭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랜저·SM7 등 고급세단의 경우 텔레매틱스·카시어터 등을 패키지로 500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형은 2600만원대이지만 필수 편의사양을 고급형에만 붙여놓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옵션을 늘리다 보면 4000만원은 쉽게 넘어간다.

또 1997년 처음 출시된 체어맨처럼 10년간 이렇다 할 기술변화가 없는 모델조차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일본차 내수보다 국산내수 가격이 더 비싸= 반면 일본차는 지난 10년간 가격인상이 거의 없었다. 물가인상 요인이 적었던 부분도 있지만, 업체들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상승 요인을 자체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700원대까지 떨어진 탓에, 중대형차는 일본 쪽이 오히려 싼 ‘역전(逆轉)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차 스즈키 알토는 일본내 가격이 80만8500~97만1250엔(약 647만~777만원)으로 GM대우의 마티즈(666만~884만원)와 가격 차이가 없다. 준(準)중형세단인 도요타 코롤라(1285만~1504만원) 역시 국내 아반떼(1120만~1615만원)나 SM3(1042만~1575만원) 가격과 비슷하다.

대형차로 가면 아예 일본차의 내수가격이 국산차의 내수가격보다 더 싸다. 닛산 뮤라노(2307만원)는 최근 출시된 베라크루즈가 경쟁상대 중 하나로 꼽는 모델이지만, 베라크루즈보다 최고 40%나 저렴하다. 일본에서 팔리는 동급 SUV보다도 비싸게 받는 것은 국산차의 브랜드 가치를 감안할 때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대형세단도 마찬가지. 도요타의 최고급세단 크라운 마제스타(4536만~5292만원)가 에쿠스(4589만~7686만원)보다 저렴하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국산차는 국내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그동안 가격을 꾸준히 올려왔다”며 “한미(韓美) FTA(자유무역협정)로 미국산 일본차가 무관세로 들어올 경우, 내수시장을 상당부분 빼앗길 가능성마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