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서종규 기자]
단풍은 가을 산행의 가장 큰 기쁨이다. 단풍의 시작을 알리는 설악산 능선의 단풍은 어느 화가가 일부러 붉고 노란 물감을 푸른 종이에 찍어 놓은 듯한 환상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산홍엽이라고 했던가. 전국의 산들은 모두 울긋불긋 그 화려함을 한없이 드러낸다.
특히 억새꽃은 8월 말에 꽃이 솟아 나와 9월에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가을 내내 그 하얀 손을 흔들며 오고가는 등산객들에게 가을 소식을 전한다. 그러니 단풍보다도 먼저 가을을 알고 세상에 가을 편지를 쓰는 것이다.
영남 알프스
영남의 알프스 중에서도 신불산에서 영축산 가는 능선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이 환상적이다. 이 신불산 능선은 8월 말에 이미 꽃대를 드러낸다. 완만한 능선에 펼쳐진 억새의 물결을 가르며 난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영축산에 도착해 있다. 간월산에서 간월재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억새의 평원이 펼쳐져 있다. 간월산 억새 물결은 간월재까지 임도가 나 있어서 승용차로도 가능하다. 특히 간월재에는 계단과 쉼터를 나무로 만들어 놓아서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영남 알프스에서 억새의 절정은 역시 재약산이다. 배냇고개에서 재약산 정상인 사자봉에 오르는 길까지는 임도로 뻗어 있다. 사자봉으로 오르는 길에 핀 억새의 물결이 황홀하였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오면 일제히 능선쪽으로 드러눕는 억새의 물결. 더구나 넘어가는 햇살을 받은 억새의 잎은 억새꽃과 함께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자봉에서 수미봉에 사이를 사자평원이라고 부른다. 이곳 125만평에 이르는 재약산 동쪽의 사자평원은 두 봉우리 사이의 해발 800m 지점부터 완만한 타원형의 언덕들로 이어진 분지이다. 이 광활한 분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벌판이다. 억새풀이 밀집해 자라는 곳만도 5만평에 이른다. 부산 승학산
가을이 되면 승학산의 너른 들판을 뒤덮은 하얀 억새꽃은 장관을 이루고, 정상에서 부산항과 낙동강, 드넓은 김해평야를 바라보면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느낌이다. 장흥 천관산
천관산 정상 부근의 암봉 사이에는 넓은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다. 정상인 연대봉에서 구정봉까지 이르는 4km 구간은 억새 군락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관산 산행은 요즘이 적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다도해를 바라보며 억새밭을 거니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 창녕 화왕산
화왕상 정상의 억새밭은 5만6천평에 이르고 푸른 가을하늘과 더불어 장관을 이룬다. 그렇게 힘든 코스가 없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산행하기 알맞은 곳이다.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가을 억새 산행으로 화왕산을 추천할 것이다. 광주 무등산
특히 하얗게 핀 억새가 동남쪽으로 뻗은 능선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백마의 말갈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등산객들은 이곳을 백마능선이라 이름 붙였다. 또 무등산 동화사터에서 중봉으로 오르는 능선과 중봉 부근의 군사시설 복원지에서 장불재로 이어지는 억새의 물결이 대단하다. 가을이면 백마의 등처럼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이 환상적이다. 이곳에선 서석대, 입석대, 규봉암, 광주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전망도 좋다. /서종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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