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
그 언젠가 그대가 나를 보았을 때엔 나는 너무도 어렸습니다 그래서 보리수의 옆가지처럼 그저 잠잠히 그대에게 꽃피어 들어갔지요
너무도 어리어 나에겐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나에게 말하기까지 나는 그리움에 살았었지요 온갖 이름을 붙이기에는 내가 너무나 큰 것이라고
이에 나는 느낍니다 내가 전설과 오월과 그리고 바다와 하나인 것을 그리고 포도주 향기처럼 그대의 영혼 속에선 내가 풍성한 것을...
- 릴케
"소녀의 기도"를 처음 듣게 된 것이 아마 중학교 다닐 때가 아닌가 십다.
6.25를 겪은지 몇년이 지나자 않은 그 시절 당시의 살림사는 것이 모두 그렇지만 라디오 한대 없이 그저 귀 동냥으로 유행가를 따라 부르던 그 시절 인지라 나에게는 학교에 가면 풍금소리 그리고 방과 후에 밴드부 아이들이 연습하는 악기의 소리를 듣는게 전부이고 친구가 불어 주던 하모니카 소리에 감동을 받던 시절이다.
라디오 소리에서 흐르는 음악도 우리는 어쩌다 제사 지내러 큰집에 가면 항상 큰아버지의 방 선반위에 가지런히 놓인 진공관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신기 한듯 귀를 기우리던 기억이 내가 처음 목소리 말고도 소리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꼇으리라. 하기는 당시의 어른들도 이 라디오를 통하여 625가 터진 것을 들으며 웅성대던 모습도 볼 수있었다.
그 얼마후 당시의 학생들 간에는 광석 라디오를 만드는게 유행 이었는데 라디오라 하지만 조그만 광석을 구해서 어찌 어찌(지금은 잊었지만) 조물락 거려서는 이어폰을 연결하던가 종이로 나팔을 만들어 스피커를 대신 하는 어설푼 라디오를만든것으로 귀를 즐겁게 하곤 하였는데 그때 그 종이 나팔에서 흐르는 멜로디가 바로 이 곡이 아니었던가 기억 한다..
우리집 거실에는 피아노 한대가 지금도 버티고 있다.
이 피아노는 큰녀석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피아노 학원이 없는 시골에서 음악을 전공한 이웃 가족이 피아노를 가르처 준다 하기에 아내가 거금을 들여 구입하여 가르치기로 한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법 치는 피아노 소리에 한때는 흥겹기도 하고 술이라도 한잔 걸치면 신청도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어릴때 부터 만지던 것이라 정이 든 탓도 있지만, 어쩌다 즈그 엄마가 거실도 비좁고 하니 피아노를 처분 하자고 하면 유독 큰녀석이 마다하고 고집을 한 탓에 잦은 이사의 와중에도 언제나 이삿짐 중에서 상품의 대접을 받으며 실려와서는 거실의 중요한 자리를 찾이 하고는 하였다.
엊 그제에도 아내와 큰녀석은 이 피아노의 운명을 이야기 하였나 보다. 이야기가 끝난 후 집에 들어 온 나에게 아내는 곧 결혼할 큰녀석이 장가를 가면 피아노를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기는 큰 녀석이 없으면 피아노를 다룰 사람도 없지만 결혼 후에 국내에 있을 것도 아난데 그 먼 미국에 까지 가지고 간다고 한댄다.
그제야 나는 그녀석이 왜 그리 피아노에 애착을 갖는지 알 것만 같았다. 도리켜 보면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어쩌다 퇴근 후에 보면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을 자주 볼수도 있었고. 그 녀석리 장교 생활을 마치고 직업을 갖게 된 연후에도 가끔 그 잎에 있는 것을 보아 왔고, 휴일이면 어쩌다 사우나에라도 가자는 나의 권유를 마다 하고 버티더니 내가 혼자 다녀와 보면 역시 피아노에서 소곡들을 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때가 이 녀석이 무엇인가에 갈등이 있었을 때가 아니 었던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또한 며눌 될 아이를 만나고 부터는 이녀석이 새삼스레 피아노 앞에 앉는 횟수가 잦아 지고 연주 하는 곡도 밝고 활기한 곡들로 변하였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결국은 장가 들면서 살림살이에 끼워 가지고 간다 하니 사실은 나도 모르는 새 그동안 피아노가 이 녀석에게는 말 못할 희로애락의 길을 함께 하여온 벗이 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 얼마 있지않아서 이녀석도 피아노도 내 곁을 떠날 것이다.
가지고 가는 아이나. 같이 따라 가는 피아노나 앞으로 늘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이제 까지 큰녀석이 그리 하였고 그 곁에서 피아노가 친구 하여 주었듯이 이역에 가서라도 이 두녀석(큰녀석과 피아노)과 며눌아이, 모두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기뿔때나 슬풀때나.같이 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항시 그들의 삶의 공간에 즐겁고 행복한 화음이 넘처 났으면 좋겟다.
벌써 초겨울이다. 지난 밤에는 빗소리와 바람소리에 간간히 천둥 번개도 있었지만 오늘 아침을 맑게 개인 하늘에 흰 구름마저 한가롭게 떠다닌다
이제 보름 후이면 새 세상을 열게될 녀석들, 또 다른 삶의 길에서 출발하게될 녀석들을 생각 하며 듣는 이 아침의 피아노 소곡 소녀의 기도가 귀를 즐겁게 한다 이곡을 듣고 나면 엘리제를 위하여 . 은파. 도나우강. .등 가끔 술 한잔 걸치고 왔을 때 이녀석에게 신청한 곡들을 들어야 겠다.. 커피를 끓여 마시면서...














[사진: 집에서 본 삼각산, 도봉산, /우면산의 가을과 정상의 소망탑 그리고 예술의 전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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