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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레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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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두레마을은 삼봉산(三峰山) 기슭에 터를 잡고 있다. 삼봉산의 높이는 1200m이고 두레마을이 있는 위치는 600m 높이에 있다. 나는 어제 낮 한 자루를 들고 풀숲을 헤치며 800m 높이에 올라 마땅한 집터를 살폈다. 내 생각은 십여 평 남짓한 조그만 집을 지으려는 생각이다. 집을 짓되 외부에서 일체 자재를 들이지 말고 산속에 있는 재료들만으로 짓자는 생각이다. 그러니 돌, 흙, 나무로만 집을 짓는 것이다. 그것도 건축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지 말고 나 같은 아마추어들이 의논하여 천천히 집을 꾸려 나가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에는 전기뿐만 아니라, 기름보일러 같은 문명의 기구들도 들이지 말고 순수 자연 상태로 집을 세우고 또 유지하자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재래식 온돌에 아궁이를 만들어 나무로 난방을 하는 것이다. 지금 산에는 지척에 쌓인 것이 땔감들이다. 그런데도 농촌에서도 석유 보일러를 쓰고 전기로 밥을 짓고 티비, 세탁기, 냉장고를 돌린다.
전기가 발명된 후에 천재가 사라졌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인류 역사에 큰 빛을 발한 천재들이 거의가 전기가 발명 되어 실용화되기 이전에 활약하였던 사람들이다. 전기가 들어오고 라디오, 티비에 이어 컴퓨터가 실용화되어지면서 사람들은 생각의 깊이가 없어지고 편리하게, 편하게, 쉽게 살려는 생각에 열중케 되었다. 그래서 깊은 사색과 고뇌를 거쳐 어떤 경지에 이르게 되는 창조성이 약화 되어진 탓이리라.
그런 뜻에서 나는 지리산 두레마을의 한켠에 손수 한 채의 집을 지어 자연상태 그대로를 지키며 생각하고, 글쓰고, 기도하며 지났으면 하는 것이다. 내 나이도 이제 65세에 이르렀다. 비록 성직자이긴 하나 다른 성직자들과는 달리 온갖 경험을 쌓으며 용하게도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남은 세월에 욕심을 버리고 좀 더 초연한 마음가짐으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조금씩 실천하며 살아가는 첫 출발로 이런 집을 손수 지어 틈나는 데로 이 집에 들어앉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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