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극빈1 - 문태준

鶴山 徐 仁 2006. 9. 3. 10:04
    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서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답 끝에 나비 하나가
    나비가 데려온 또 하나의 나비가
    흰 열무꽃잎 같은 나비 떼가
    흰 열무꽃에 내려앉는 것이었다

    가녀린 발을 딛고
    3초씩 5초씩 짧게 짧게 혹은
    그네들에겐 보다 느슨한 시간 동안
    날개를 접고 바람을 잠재우고
    편편하게 앉아있는 것이었다
    설핏설핏 선잠이 드는 것만 같았다

    발 딛고 쉬라고 내줄 곳이
    선잠 들라고 내준 무릎이
    살아오는 동안 나에겐 없었다
    내 열무밭은 꽃밭이지만
    나는 비로소 나비에게 꽃마저 잃었다


    [제 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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