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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전쟁이 한참 진행중이던 7월 24일부터 26일 사이에 Beirut Center for Research and
Information이 지역과 인구구성을 고려해 선정한 800명의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이다. 이 설문조사는 레바논 내 히즈불라의 위상과, 이번 전쟁에 대한 각 종파들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레바논 국민들은 악명높은 종파주의에도 불구하고 외적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생각보다 훨씬 일치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설문 1-3)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지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지독한 환멸이 확인된다는 것이다.(설문 5-6) 1년 전, 미국과 프랑스는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을 계기로 레바논에 주둔중이던 시리아 군대를 몰아내려는 운동에 나선 레바논 정파들을 '백향목 혁명'(cedar revolution)이란 이름으로 추켜세우면서 후원을 굳게 약속했었다. 이들이 현 집권세력인 '라피크 알 하리리 순교자 동맹'이다. 이들은 지지자들에게 미국의 전폭적인 후원이 레바논의 안보와 번영을 담보해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상 미국의 후원이란 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하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을 경우 이슬람권에서도 오직 시리아(와 이란) 만이 무기와 자금을 대어 적극적으로 레바논을 도와줄 의지가 있음이 확고하게 증명되었다. 한 마디로 레바논 집권연정은 개망신을 당했다. 후원자라던 미국은 적의 편을 들고, 정부군은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나가 싸우지도 못했다. 의병은 목숨을 걸고 나가 싸우는데 관군은 얻어터질까봐 두려워 출진도 하지 않은 셈이다. 결국 레바논 집권연정은 초기에 무기력한 호소만 되풀이 하다가, 나중에는 상당부분 히즈불라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죽은 라피크 알-하리리는 레바논 수니파의 거두였다. 중동 전체를 통틀어 봐도 부귀영화 외에는 관심이 없는 부패한 왕족이나 장기집권중인 철권 독재자들이 미국과 손잡은 경우는 있지만, 선거로 권력을 쟁취한 (준)민주적 무슬림 정치세력이 미국과 손잡은 경우는 레바논이 유일했었다. 즉 레바논은 미국의 중동민주화 정책의 유일한 교두보였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레바논의 친미세력은 파멸했다고 봐도 좋다. 미국이 레바논에서 작년과 같은 지지기반을 되찾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하더라도 2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 빈 자리는 히즈불라가 메울 것이다. 이것이 중동의 정치분석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히즈불라가 정치적으로 엄청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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