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BC 방송이 미국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 북한이 지하시설이 있는 함북 길주군 풍계리 외곽에서 핵무기 실험 때 지하 실험장과 외부 관측 장비를 잇는데 사용될 수
있는 케이블을 감은 대형 얼레들을 내려놓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북한의 지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정부 소식통은 "북핵 6자회담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의 지하
핵실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판단 아래 24시간 밀착감시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과학기술부 산하의 지진전문 관측기관인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관련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5월 길주군에서 갱도를 파낸 적체물이
쌓여있는 것이 인공위성에 포착되면서 의혹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핵실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만, 지금까지 핵보유 국가들이 왜 핵실험을 단행하는 것인지, 한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판단도 이같은 기초적인 지식에 바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우선 핵의 기술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 살펴본다. 가급적 전문용어과 자세한 배경설명을
생략하고 간명하고 쉽게 풀어 설명하기로 한다. 핵실험의 이유 ① - 플루토늄탄의 특수성 때문
핵폭탄의 원리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핵물질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놓았다가 순간적으로 결합시켜
핵분열(폭발)을 일으킴으로써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 등을 발산하게 만드는 것이다. 핵폭탄은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으로 나뉜다. 그중 우라늄탄은 특별히 핵실험을 필요가 없다. 우라늄탄은 공 모양으로 된 핵물질을 반으로 쪼개 놓았다가 결합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핵물질의 손실이 있긴 하지만 일정한 양만 확보하고 있으면 불발로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일명 ‘리틀보이(little boy)’로 불린,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핵폭탄이
바로 우라늄탄이었는데 실험 없이 곧바로 실전에 투입됐다. 당시 ‘리틀보이’는 성능의 3%만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 정도만으로도 히로시마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으니 그 가공할 위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튼 성능의 1%만을 발휘하든 10%를 발휘하든 우라늄탄은 폭발에 실패할 확률은
적다. 반면 플루토늄탄은 반드시 핵실험이 필요하다. 우라늄탄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핵실험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실패할 확률이 있다. 플루토늄탄은 공 모양의
핵물질을 귤 조각처럼 잘게 쪼개놓고 그 사이에 폭약을 끼워 넣는다. 그 폭약들에 일일이 전선을 연결하고 그것이 일순간 동시에 폭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 기술이 어렵다. 약간의 착오만 있어도 불발탄이 된다. 우리가 흔히 ‘고폭(高爆 ; 고성능폭약)실험’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작동을 시험하는 것으로, 북한은 최소 70회 이상 이러한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루토늄탄은 이렇듯
제작이 어렵지만 일단 폭발에 성공하면 우라늄탄보다 큰 효과를 얻는다. 일명 ‘팻맨(fat man)’이라 불린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된 플루토늄탄은 20%의 성능을 발휘했다. ‘리틀보이’의 3%성능보다 월등히 높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이 ‘맨하탄 계획(Manhattan Project)’에 의해 만들어낸 인류 최초의 핵폭탄은
3개였다. 2개는 플루토늄탄, 1개는 우라늄탄이었다. 플루토늄탄은 실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2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나가사키에 투여됐고 다른
하나는 그 20일 전에 실험용으로 쓰였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고르도(Alamogordo) 인근 사막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올라갔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핵실험이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은 원자로에서 뽑아낸
플루토늄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96년 가을경 파키스탄과 농축 우라늄 기술을 들여오기로 비밀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우라늄탄을 만들기
위해 관련 장비(고강도 알루미늄)를 외국에서 수입하려 시도한 적이 있지만 미국 등의 제지로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실험한다면
‘플루토늄탄’일 가능성이 높다. 핵실험의 이유 ② – 정확도와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각각 3%, 20%의 성능을 발휘했다. 핵폭탄을 보유하게 되면
일단 갖고 있는 폭탄이 ‘제대로 터지는지 안 터지는지’ 확인해보아야 하고, 터진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성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핵실험은 여러 차례 반복된다. 현재 핵보유국들은 각각 최소 5회에서 1,000회
정도의 핵실험을 하였다. 지금 북한의 길주군에서 지하시설과 외부 관측장비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인공위성으로
확인되었는데, 핵실험시 ‘관측소’의 존재여부는 의미를 갖는다. 핵실험을 하기 전에 인근 지역에 여러 종류의 관측장비를 설치해 놓고 예정된 시간에
핵폭발이 일어나는지, 어느 정도의 방사능이 방출되는지 등을 측정한다. 그래야 핵폭탄의 정확도와 성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한번 터뜨려보자’는 식의 핵실험이라면 관측이 필요 없겠지만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어렵게
획득한 핵물질을 소모해가면서 하는 핵실험이니만큼 북한으로서는 어떻게든 ‘본전’을 찾으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일단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하고 나서도 보유국들이 계속 핵실험을 하는 이유는 핵폭탄을 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핵폭탄은 말 그대로 ‘폭탄’이었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폭격기에 싣고가 공중에서 떨어뜨렸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그렇게 했다가는 비행기가 날아가다가 격추될 것이다. 현대전에서 이것이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게를 작게 만들어 미사일의
탄두(彈頭)에 실어 날려보내야 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은 무게가 4톤이 넘었다. 폭격기에
싣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핵폭탄이 미사일에 장착되어 제대로 된 ‘무기’로서의 대접을 받으려면 무게를 1톤 미만으로 줄여야 하고, 보다 작고
가벼운 신형 핵폭탄을 만들면 다시 그것을 실험해 보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참고로, 중국은 1964년
첫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경량화에 5년 정도가 걸렸고, 실용화된 무기로 발전하기까지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핵실험의 이유 ③ - 안전장치의 확인을 위해 예를
들어 항공기에서 뛰어내려 지상 100미터 지점에 이르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낙하산 배낭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배낭에 약간만 충격을 주어도, 예를
들어 그냥 걷는 도중에도 낙하산이 펼쳐진다면 낭패다. 그래서 함부로 펼쳐지지 않도록 배낭 옆에 안전장치를 설치해놓았다. 이 안전장치가 너무
엄격해서 낙하산이 정말로 펼쳐져야 할 때 안 펴지면 큰 낭패다. 핵폭탄에도 이러한 안전장치가 있다. 보관하는
도중 핵물질이 결합하여 스스로 폭발한다면 그야말로 '자폭'하는 행위가 된다. 이 때문에 겹겹의 안전장치를 둔다. 그런데 핵폭탄이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이 안전장치가 풀리지 않거나 풀리는 시간이 지연된다면, 핵폭탄은 불발에 그치거나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가장 좋은 조건의
안전장치를 얻기 위해 핵보유국은 부단한 핵실험을 하게 된다. 또 플루토늄탄의 경우, 원료인 플루토늄-239는
반감기(방사성 원자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2만4천 년이긴 하지만 작은 질량변화에도 민감한 플루토늄탄의 특성상 성능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오래된 핵무기를 핵실험에 동원해 정기적으로 평가해준다. 물론 이것은 핵무기를 다량 보유한 국가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핵실험의 이유 ④ – 정치적인 이유 단순하지만, 핵실험은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직접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물론 핵실험을 생중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핵실험시 발생하는 지진파와 해일, 대기중 방사능 등으로 인해 인접국에서는 핵실험의 성공여부와 핵폭탄의 성능을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핵무기의 보유여부를 '현실화'함으로써 대외적인 위협수단으로 삼는다. 미 러 중 영 불 등 과거 5대
핵보유국들은 과거 냉전체제에서 ‘핵으로 공격하면 그게 맞게 응수하겠다’는 상호확증파괴(MAD : 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개념 아래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핵실험도 숱하게 했다. 상대가 핵을 갖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보복공격(2nd strike)이 우려돼 쉽게 선제공격을 못하는 것이다. 핵실험은 대외적인 위협수단과 함께
대내적인 결속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별한 적대국가가 없고 민주적인 정부의 경우 핵실험을 하게 되면 반핵(反核)여론으로 인해 오히려 대내결속을
해칠 수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적대국가가 있거나 권위적인 정부가 집권해 있는 국가의 경우 핵실험은 인민들에게 ‘결전의지’와
‘권력에 대한 충성심’을 북돋는 계기가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다. 인도가 먼저 핵실험을
한 직접적인 이유는, 중국과 파키스탄으로 인한 장기적인 안보 위협도 있었지만, 당시 막 집권한 인도인민당(BJP)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단행한 측면이 크다. 1998년 당시 인도가 중국, 파키스탄과 예전에 비해 특별히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가
핵실험을 했을 때, 실험지 인근 주민들이 방사능 위험을 항의한 것이 아니라 거리에 뛰어나와 만세를 불렀을
정도였다. 인도가 핵실험을 한 2주일 후에 피키스탄이 핵실험을 했는데, 인도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었다.
파키스탄 국민들이 정부에 핵실험을 강력히 요구해, 만약 그때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면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정치생명이 위험할 정도였다고 한다.
파키스탄 역시 핵실험에 성공하자 국민들이 거리에서 나와 축포를 쏘며 환영했다. 인도는 1998년 5월
11일에 3회, 5월 13일에 2회, 총 5회의 핵실험을 했다. 파키스탄은 5월 28일 5회, 5월 30일 1회, 총 6회의 핵실험을 했다.
뒤이은 파키스탄이 인도보다 1회 핵실험을 더 한 것에서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는 오기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이 핵경쟁이다.
핵실험의 종류와 영향 핵실험에는 지상, 지하, 수중에서의
핵실험이 있다. 지상(地上)핵실험은 미국과 소련이 초기 핵실험 시기에 많이 이용했던 방법이다. 그러나 핵폭발로 인해 생성된 막대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권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주변국에 피해를 주는 관계로 미-소는 1963년에 대기권 핵실험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프랑스와 중국은
이러한 합의에 서명하지 않고 지상핵실험을 단행했으며, 이로 인해 프랑스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되기까지 했다.
수중(水中)핵실험은 주로 공해(公海) 상에서 실시되는데, 지상핵실험과 마찬가지로 해양생태계를 심하게
훼손시킨다. 프랑스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군도에서 100여 차례 핵실험을 실시하는 바람에 인근 해역이 회생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상과 수중핵실험에 비해 지하(地下)핵실험은 주변국에 피해를 주지 않고 자국 내에서 조용히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진을 일으켜 인근 지층의 변화와 지반균열, 함몰을 일으킬 수 있고, 핵폭발의 규모를 잘못 예측한 경우 지상으로
분출되어 나올 수도 있다. 1970년 미국 네바다주에서 행한 1메가톤급 수소폭탄 실험으로 인해 라스베가스의 빌딩에 벽이 가고 창문이 깨지는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일단 지상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없다. 수중핵실험도 한반도
인근 바다의 얕은 수심 때문에 하기 힘들고, 만약 해일을 일으켜 인접국에 피해를 입혔을 시 엄청난 외교적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지하핵실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지금까지 핵보유국들의 지하 핵실험은 주로 사막에서 이루어졌으나 북한에는
사막이 없으니 민가에서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에서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핵폭탄은 메가톤급의 수소폭탄은 아니기 때문에 그리 큰
지층의 균열을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산악지형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지하핵실험은 어떻게
하나? 지하핵실험의 원리는 간단하다. 석유를 시추하듯 땅 속 깊숙이 갱도를 파고, 맨 밑바닥에
핵폭탄을 넣어 둔다. 밖에서 원격조정 스위치를 눌러 핵폭탄이 터지면 갱도가 무너지면서 입구를 막아버린다. 폭발 시 발생하는 방사성물질은 땅 속에
묻힌다. 1단계 갱도는 200~1000미터 깊이로 판다. 핵폭탄의 위력에
따라 깊이가 다르다. 수십 킬로톤 급의 핵폭탄은 200미터 정도만 파면 되지만 메가톤 급의 수소폭탄은 1킬로미터 이상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갱도의 지름은 1~3미터, 갱도 내부는 시멘트와 석고, 철판으로 겹겹이 둘러친다. 핵실험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관측소도 200미터 이상 외곽에
설치한다. 2단계 이런 준비과정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핵폭탄이 옮겨진다.
핵폭탄은 직경 1.5m, 길이 20m 가량의 크기로 특수 제작된 밀폐용기에 담겨 갱도 가장 밑부분에 놓여진다. 안전하게 움직여야 하는 핵폭탄이니
만큼 커다란 컨테이너 트럭이 동원된다. 그리고 핵폭탄과 지상관측소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설치된다. 핵폭탄
주위에는 폭발장면을 담기 위한 카메라, 방사능을 측정하는 기구 등 각종 장비가 장착된다. 인공위성으로 보면 이런 시설물들의 이동이 포착될
것이다. 3단계 모든 장비의 설치가 완료되면 갱도 입구를 막아버린다.
시멘트, 석고, 암석을 들이부어 입구를 철저히 봉쇄한다. 잘못해서 폭발 후 방사성 물질이 지상으로 분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갱도
입구를 막는 장면이 인공위성으로 포착되면 핵실험이 실시될 징후다. 1, 2, 3단계를 마치면 폭파버튼을
누르는 일만 남았다. 준비과정에 한 달 이상이 걸리지만 실제 실험은 몇 시간 만에 끝난다. 관측소에서 버튼을 누르면 수백만 분의 1초 사이에
핵폭발이 일어난다. 그 짧은 시간에 측정된 수많은 데이터들이 관측소로 전달되고, 핵폭탄 주위에 있는 각종 장비는 수백만 분의 1초 동안의 임무를
다하고 녹아버린다. 폭탄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갱도 내부의 시멘트, 석고, 철판이
녹여 용암과 같은 상태가 되고 입구도 녹아 내려앉는다. 방사성 물질은 그 안에 갇힌다. 폭발 직후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 지진파는 자연적인 지진과
달라 전문장비를 동원하면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도 핵실험을 했는지 알 수 있다. 몇 시간 후에 용암과 가스를
채취함으로써 실험은 마무리 된다. 이렇게 하여 핵무기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
했다? 앞서 설명하였듯 플루토늄탄은 핵실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회적인 방법으로 핵실험을 하는
방법이 있다. ‘남의 손’을 빌리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한때 핵무기를 보유하였다가 자진 폐기하였다.
남아공은 1979년 9월에 2~4킬로톤으로 추정되는 미니 핵폭탄 실험을 했으며 1982년 핵폭탄 제조에 성공한 후 1989년까지 총 6개를
만들었다. 모두 항공기로 투발하는 조악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1979년 핵실험이 남아공 단독이 아니라
이스라엘과의 합작품이라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있다. 남아공은 풍부한 우라늄이 있지만 핵폭탄 제조의 기술적인 능력이 부족했는데, 이스라엘과 이것을
맞바꿨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아공의 핵폭탄 제조에 이스라엘이 깊숙이 개입했으며 핵실험도 이스라엘의 실험이나 마찬가지라는 견해가 있다(남아공은
1989년 자진 핵폐기를 선택해 1993년까지 120여 차례의 핵사찰을 성실히 받았으며, 사찰단으로부터 ‘남아공의 핵프로그램이 종료되었다’는
공식 인정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북한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 파키스탄의 핵폭탄
기술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바터(barter)하였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1998년 5월에 실시된 파키스탄의 핵실험 때 북한 과학자
20~30명이 대거 입국한 증거가 포착되었는데, 이들이 핵실험을 참관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다.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는 "북한의 핵실험은
파키스탄의 핵실험으로 같이 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최근 말했다. 일부 전문가와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98년
5월 30일에 실시된 파키스탄의 2차 핵실험이 사실은 북한의 핵실험이었을 것이라도 주장하기도 한다. 파키스탄이 핵실험장만을 빌려주었다는 것이다.
사실 파키스탄의 2차 핵실험은 수상쩍은 점이 많다. 1차에서 5회의 핵실험을 하였는데, 2차 때는 1회밖에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보통 핵실험은 불발로 끝날 가능성에 대비하고 여러 종류의 폭탄 성능을 비교하기 위해 한번에 2~3회의
핵실험을 실시한다. 인도가 1차에 3회, 2차에 2회의 핵실험을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파키스탄은 왜 1차 때 5개를 소진하고 2차
때 1개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핵실험을 했을까? 또 1차와 2차 때의 핵실험의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으며,
1차 때 공개적으로 핵실험 여부를 밝혔던 것과 달리 2차 때는 조용히 핵실험만 하고 넘어갔다. 그래서 2차는 북한 과학자들이 파키스탄 내부에서
주도적으로 만든 핵폭탄이 아닐까, 파키스탄은 장소만 대여해 주는 식으로 핵실험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사실로 받아 들이고 있는 전문가들은 그래서 “지금 북한의 핵실험 제스처는 쇼(show)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단지 의혹일 뿐이지만 여하튼 이런 우회적인 방식의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핵무기의 성능을 개량해
나가려면 언젠가는 공개적으로 내놓고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폭탄은
얼마나? 현재 북한이 어느 정도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을지 개인이나 기관마다 예상치가 천차만별이지만
60kg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핵발전소의 용량과 가동기간을 고려할 때 1차 핵위기를 전후해 30kg 정도, 2차 핵위기 발발 후 재처리를
통해 다시 30kg 정도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지난해부터 시도한 재처리를 포함하면 여기에 30kg 정도가 더
추가된다. 플루토늄 60kg정도이면 만들 수 있는 핵폭탄은 6~7개 정도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예측하는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보통 핵실험에 2~3개를 소진한다고 봤을 때 2차례 정도의 핵실험을 할 수 있는 분량이다. 물론 1차에 성공하면
굳이 2차 핵실험을 할 필요는 없다. 핵실험 가능성, 기술적 측면도 보아야
북한의 핵실험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측면의 관측만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고
고립과 제재를 자초하는 길인데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정치적 측면의 고려도 해봐야겠지만 핵개발과 관련해서는
핵폭탄의 기술, 과학적 측면의 고려도 해봐야 한다.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엄청난 비난을 감수하면서 완성한
핵폭탄인데 가만히 감상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일단 만든 이상 본격적으로 시험하고 성능도 개선하면서 한번 들어선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핵의 생리다. 이러한 측면도 반드시 고려사항에 포함시켜 예측하여야 할 것이다. DailyNK
분석팀 -곽대중 기자 -한영진 기자 -박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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