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내가슴속에 당신
내가 죽어 눈을 감을 때까지 내 가슴에 남이 있을 당신이여.
난 당신이 보고파...아니 사무치도록 그리워서
수 없이 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당신의 그림자를 찾아 헤맸고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당신의 모습은
나를 서러운 격정의 흐느낌으로 몸부림치게도 했었지요.
당신이 그렇게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곳으로 가신 뒤
32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단 한번
꿈속에 다녀가신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당신 모습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병마에 시달리시던 당신과의 그리 많지 않은 기억 속에
너무나 뚜렷이 남아있는 유난히 슬퍼 보였던 모습 하나가 있습니다.
슬픔에 젖은 눈으로, 먼 산을 멍하니 바라다보시던 당신.
나 역시 당신 곁에 말없는 그림자가 되어 그렇게 앉아있었지요.
핏기 없는 얼굴로 삶이 힘겨워서 그렇게 하염없이 앉아 계실 때.
전 아무 것도 어떤 위로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마을 잔치 때 북을 치시며 흥겨워하시던 밝은 모습도
제 가슴 한구석에 뚜렷이 남아 있어 살며시 미소 짖게도 합니다.
빛 바랜 한 컷의 사진처럼...
41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막내딸인 저.
당신은 제게 당신을 기쁘게 해 드릴 기회를 한번이라도 주셨는지요?
제가 커 가는 것을 보시면서 흐뭇해하신 적은 물론 있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전 너무 가슴 아픕니다. 아니 가끔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당신께 기쁨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시고
그렇게 빨리 가셔야만 했습니까?
내내 통곡해도 시원치 않을 천근 만근 응어리를 남기고서 말입니다.
압니다. 당신이 떠나가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 지를 ..
'내가 이 어린것을 두고 어찌 눈을 감을 수 있을까..'
아파 누워 계시는 동안 그 말을 되 뇌이며 눈물 훔쳐 내셨었지요.
유난히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아
고개조차 제대로 못 들던 11살짜리 막내딸.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워 보이기만 한
여리디 여린 그 딸을 두고 가시기가 너무 힘드셨는지
끝내 눈을 감지 못하고 가신 것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막내가 감겨드려라"
작은아버지 말씀에 나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만히 쓸어 내리니 거짓말처럼 당신의 눈은 감겼었습니다.
'저요, 엄마 걱정 안 하시게 울지 않고 잘 살께요 '
속으로 기도하며 살아왔듯 전 이렇게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제 평안한 모습으로 꿈속에서라도 저를 한번 찾아와 주세요.
우리막내딸 잘 살고 있구나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전 이 세상 다하는 날까지 당신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살아 갈 겁니다.
늘 씩씩한 막내딸의 모습으로........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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