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
세상엔 수도 없이 많은 길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는 늘 더듬거리며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눈부시고 괴로워서 눈을 감고
가야 하는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사랑 이라는 이름의 길입니다.
어쩌면 고행일 수도 있는 그 길...
그 길을 우리는 그대와 함께 가길 원하나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나 혼자 힘없이 걸어가는 때가 있습니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그대가 먼저 걸어가는 적도 있습니다.
그대와 내가 하나가 되어 가길 바라나
세상의 모진 바람이 그대의 등을
혹은 내 등을 떠미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폭설로 인해 길이 막힐 때도 허다합니다.
그런 세파 속에서 늘 흔들리고
그리하여 늘 눈물겹고 늘 안타까운 것이
사랑이란 이름의 아득한 길이 아닐런지요..
사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걷는 길은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보다는 고통,
그리고 만족보다는 후회가 더 심한
형벌의 길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나를 키운 건 8할의 바람이었다고
미당 서정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씨앗을 심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나게 하기까지는
8할이 슬픔이란 거름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