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바람의 길을 물어 가렵니다

鶴山 徐 仁 2006. 7. 2. 00:10

        바람의 길을 물어 가렵니다 글 / 이진규
      하루를 걸어갔습니다 나의 하루를 넋 잃은 나의 사랑을 슬픈 주머니 속에 가두고
      들녘을 지나 유채꽃 만발한 호숫가에 이르러 내 슬픔이 왜 슬퍼야만 하는지를 알았습니다
      너무도 투명한 호숫가에 앉아 홀로 왔음을 알고서는 눈물이 팽그르르 돌았습니다
      유채꽃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도 유채꽃 마음을 흩고 지나는 바람의 향 배인 머리채도 저 푸르른 하늘을 닮았습니다
      바람에 물결이 일고 일렁이는 물결에 제 흐트러져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른거리는 물 이랑을 타고 슬픔이 넘실거리는 그 거리의 그대 모습이 보입니다
      엇비스듬히 기댄 어깨 위로 돌아선 마음이 고개를 치어드는 것을 꽃을 들고 지나는 사내의 눈웃음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내 가슴에 내 마음에 담가 두었던 그대의 마음이 제 손 끝에 실려 이제 물 속에 녹아드네요
      저도 저 호숫가 둔덕을 뒤덮은 유채꽃 향기를 따라 이 슬픔 여기 놓아두고 가렵니다
      호수를 벗어나 바다에 이르는 길을 따라 푸른 향을 몸에 달고 머리채 흔들며 떠난 바람의 길을 물어 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