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쪽 혼내주자" 스윙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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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의 쏠림은 오래전부터 있긴 했다. 유권자가 이쪽 저쪽을 오가며 한쪽으로 몰아준다는 뜻에서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를 '스윙 현상'으로 불렀다. 그렇다 해도 제1당과 2당의 득표율차가 10%포인트 이내가 보통이었다. 그랬던 것이 2002년 지방선거에선 20%포인트, 올해 지방선거에선 30%포인트 가까이 표차가 벌어졌다. 올 지방선거의 6개 종류 누적 득표차는 5600만 표 대 2500만 표로 더블 스코어 이상이었다.
'탄핵 총선'때 열린우리당에 쏠렸던 투표가 이번의 한나라당으로 되돌아 가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에 불과했다. 이런 쏠림 민심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시대 이후 두드러졌다. 학자들은 '쏠림 민심'이 구조화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 네거티브 투표성향=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다시피 이번 선거의 쏠림 민심은 한나라당을 지지하기보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싫어하는 측면이 강했다. 네거티브 투표성향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97년 외환위기 후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분노의 에너지를 네거티브 투표성향의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황상민(심리학과) 연세대 교수는 "성장을 거듭하던 대한민국과 한국민이 외환위기를 거치며 집단 무력감을 경험했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런 감정도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심리 상태에선 미움을 쏟아낼 대상을 찾게 마련인데, 대중적 무력감을 키운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대책이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대 김용복(정외과) 교수는 "외환위기 후 진행된 어정쩡한 개혁이 기득권층에겐 불안감을, 서민들에겐 좌절감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과 좌절이 네거티브 민심의 에너지원인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불만지수가 높은 편으로 조사된다. 직업 만족도에서 일본인은 10명 중 6, 7명이 만족을 표시하는 반면 한국인은 3명가량이 만족한다는 조사가 있다. 이런 불만이 때론 월드컵 열기라는 역동적 신명으로 전환하기도 하고, 선거 때는 잘못한 표적에 대한 집중적인 심판으로 나타난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얘기다.
지역을 나눠 가졌던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엔 지역주의표가 기승을 부렸다. 이들이 정치권을 떠나면서 늘어난 부동층도 쏠림 민심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 연구소장은 "전체 유권자의 10~15% 정도인 수도권의 40대가 과거엔 지역정당의 든든한 기반이었지만, 이젠 지역 이탈의 중심 세력"이라고 말했다.
◆ 정치 예측성 떨어뜨려=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의 투표 쏠림은 결과적으로 민주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민심의 무서움을 정권에 경고하는 성격이었다. 야당이 득표율에서 앞섰던 78년 총선과 85년 신민당 돌풍 때가 그랬다. 이번 선거도 민심의 기대를 이탈한 정부.여당의 무능과 독선을 응징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민주화가 달성된 시대에 정치 예측의 어려움은 정치 안정과 정당의 책임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면도 있다. 당장 패배한 열린우리당과 정부에서 선거 결과를 중시하지 않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민심을 언제든지 변하는 돌개바람쯤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거 몇 달 앞두고 막판에 뜨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말도 그런 경우다.
오히려 완승한 한나라당에 당혹감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다음 선거에서 어느 당이 어떤 처지가 될지 누가 알겠느냐"며 "승리가 민망하고 두렵다"고 했다.
고려대 임혁백(정외과) 교수는 "기존 정당이 차별화를 못해 유권자는 바람을 좇고, 그러면 정당이 다시 바람을 찾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출처 : Time Box
글쓴이 : 풍경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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