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문일식 기자]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지난 2월 4, 5일의 철원, 화천, 인제, 홍천 여행의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추운 겨울을 제대로 만끽하자는
취지로 결정한 강원도 북부 여행. 짐을 꾸린 뒤 문을 열고 나서자 찬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잠시 머뭇거리게 했습니다. '정말 추운 날씨구나'
다시 들어가 이불 속에라도 숨고 싶었지만, 올해 마지막 추위가 될지도 모르기에 차에 얼른 몸을 싣고 저 먼 동토의 고장 철원으로
달렸습니다.
외곽순환을 거쳐 이어지는 43번
국도를 타고 포천을 거쳐 쉽게 철원에 도착했습니다. 약 2시간여 만에 도착한 철원은 신철원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태봉의 수도, 통일시대의 중심
철원임을 알리는 커다란 입간판이 도로를 삼키며 문처럼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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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의 진산인 금학산의 웅장한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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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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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철원의 진산인 금학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철원의 평야지대위에
불쑥 솟아 있는 산이어서 그런지 그 산세의 위용이 무척 웅장했습니다. 금학산은 약 950여 미터의 높이로 학이 날아와 앉아있는 형상이란 의미에서
지어진 명칭이라고 하며, 도선의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금학산을 진산으로 정하면 국운이 300년을,
현재 궁예궁터가 있는 고암산에 정하면 국운이 25여년 밖에 안 간다고 하였는데, 궁예는 고암산을 진산으로 궁궐을 지었으니 그의 후고구려는 18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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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삼부연폭포의 얼어붙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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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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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천을 건너자마자 나있는 도로를 따라 우회전해서 가다보면 5분도 채 안
돼 삼부연폭포에 도착했습니다. 이번 철원여행에서 철새와 함께 꼭 보고자 했던 것이 바로 얼어붙은 삼부연폭포와
직탕폭포인데 그 첫 번째 폭포 앞에 이른 것입니다. 삼부연폭포
뒤쪽의 산등성이 너머로는 눈부신 햇살 입자를 쏟아내고 있었고,
삼부연 폭포 주변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어두운 느낌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삼부연 폭포는 겸재 정선이 금강산으로 가다가 뛰어난 풍경을 보고 그림을 그렸을 만큼 풍광이 뛰어난 곳으로 물줄기가
세 번 꺾여 떨어지며 가마솥 같은 웅덩이를 만들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추운 날씨 덕에 떨어지는 폭포수대신 시간을 멈춰버린 듯한 꽁꽁
얼린 폭포수를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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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쓸쓸해진 승일교와 임무를 교대한 한탄대교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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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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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연을 빠져나와 철새탐조를 위해
고석정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승일교라는 다리는 고석정을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승일교 대신 주황색의 철제다리를 통해 건널 수 있고,
승일교는 철제다리에 바통을 물려주고, 세월 속에 놓여져 있습니다.
승일교는 38선이 그어지던 당시에는 북한 땅으로서 북한에서 짓다가
한국전쟁이 지속되면서 북한은 철원이북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다시 남한에서 마저 지어 완공한 다리입니다. 지어진 배경에 따라 북한과 남한의 지도자
이름을 따서 승일교(이승만의 승, 김일성의 일)로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실은 한국전쟁 때 산화한 고 박승일 대령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다리라고
합니다.
승일교에서 머지않은 곳에 고석정 관광단지가 있습니다. 철새탐조나 안보관광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곳 철의 삼각 전전관에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철의 삼각지대라는 말은 평강을 정점으로 철원과 김화를 잇는
지역을 말하는데, 중부전선 최고의 요충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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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교저수지 둑방에 삼삼오오 떼지어 모여있는 독수리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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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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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부터는 버스를 타고 철새탐조 투어에 올랐습니다. 안보관광과는 달리
제2 땅굴을 들르지 않고, 토교저수지와 주변에서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등의 천연기념물을 탐조하고, 철의 삼각
전망대와 월정리역을 들러 고석정으로 나오는 코스입니다. 노동당사와 철원감리교회 터,
도피안사 등은 따로 들르지 않기 때문에 투어 이후에 따로 들러야
합니다.
탐조투어든 안보관광이든 이를 위해서는 민통선 즉 민간인 통제구역을 지나야 합니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이는 탐조투어 가이드를 맡고 계신 분이 여러 방면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귀담아 들어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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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필승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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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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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교회로 매년 겨울이 오면
뉴스를 통해 트리 점등식을 알리던 교회였는데 남북 상호간에 전파를 보내지 않기로 한 협약 때문에 근래 들어 트리 점등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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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내 곳곳에 위치한 월북방지용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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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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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주변이나 저수지 둑 위에 세워진 주황색의 네모난 표지판이 곳곳에 있는데
이는 월북방지 표지판이라고 합니다. 눈에 잘 띄게끔 만들어져 비행도중 실수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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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슬봉이었으나 6.25때 수많은 폭격으로 형태가 지형이 변해버린 아이스크림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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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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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산에 도읍을 정해 궁예는 18년만에 왕의 위업을 닫아야 했습니다. 고암산의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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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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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고지가 많습니다. 그야말로 피로써 지켜낸 땅들이니만큼 숙연함이
많이 묻어나는 곳이라 하겠습니다. 김일성이 애지중지했다는 김일성 고지부터 10일간 24번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처절한 전투의 상징이자 집중포화로
말미암아 마치 백마가 누워있는 것 같다하여 붙여진
백마고지와 원래는 삽슬봉이라는 봉우리였는데 엄청난 폭격으로
고지가 마치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 같다고 해서 명명된 아이스크림 고지 등이 있습니다. 철의삼각 전망대에 오르면 궁예가 도읍을 정했던 고암산
일대와 여러 고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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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삼각전망대..이곳에서는 북한의 여러곳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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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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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의 남쪽 마지막역인 월정리역에 있는 부서진 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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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문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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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삼각 전망대 뒤편에는 원산으로 가는 경원선의 역이자 남한의 마지막
역인 월정리 역이 있습니다. 옛 역사의 모습과 함께 폭격을 맞고 쓰러진 채 50여년 한많은 세월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열차가 있습니다. 그
열차 뒤에는 통일이 되면 힘찬 기적과 함께 움직일 것 같은 기관차 한대가 위로라도 하듯이 서 있습니다. 옛 철원의 시가지였던 곳의 여러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민통선을 나와 고석정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탐조투어에서 빠졌던 여러 곳을 들르기 위해
떠났습니다.
군에 복무하던 시절에 한 때는 자신의 안방처럼 드나들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6.25의 상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세대들에게 다시는 동일한 참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