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28. 무지개 색깔을 묻지 말라 - 디지로그 교육

鶴山 徐 仁 2006. 2. 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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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색깔이 몇 색이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앵무새처럼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울 것이다. 조석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디지털 신호가 만들어 내는 수천 수만의 색깔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대답한다. 교실 속의 무지갯빛이 일곱 색으로 고착된 것은 순전히 뉴턴의 스펙트럼 실험 때문이다. 그 자신이 실험실 조수에게 "너도 이 빛이 일곱 색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던 것을 보더라도 단지 뉴턴이 자의적으로 그렇게 나눠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훨씬 이전의 대석학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지개 색을 네 색으로 보았고, 세네카는 다섯 색, 그리고 마루켓리누스는 여섯 색깔로 구분했다. 또 아프리카의 쇼너어족은 3색, 바자어의 부족은 청색과 황색 두 색으로 나눈다. 놀라운 것은 식물학자들도 모든 꽃 색깔을 분류할 때 바자어족처럼 청색계와 황색계의 둘로 나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1 아니면 0 이라는 양분법적 디지털 사고가 아이들의 색채 개념을 빈약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말 사전에 수록된 색채들은 빨간색만 해도 56가지가 된다고 한다. 대체 어느 나라의 말이 빨갛다와 뻘겋다를 구별하고 발갛다와 벌겋다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겠는가. 우리는 불그레와 불그스레가 다르고, 볼그레와 볼그스레가 서로 다른 미묘한 색채의 정감을 나타낸다. 거기에 불그스름과 불그죽죽의 꼬리까지 달라지면 색깔은 걷잡을 수 없이 가지를 친다. 그러나 이렇게 풍부한 색깔문화도 이념화하면 오방색이 된다. 거기에서 음에 속하는 흑백의 무채색까지 빼고 나면 청.홍.황의 삼 태극 빛만 남는다. 그래서 서양의 교통체계가 한국으로 오면 그린(綠)사인이 청색으로 둔갑한다.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념적인 편 가름을 할 때에는 작은 차이는 무시돼 원색 안에 흡수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초록색 신호를 뻔히 눈으로 보면서도 '청색 신호등'이라고 부른다. 이념은 색맹을 만든다. 그리고 다양한 색채를 죽여 오직 한 색만을 남기려 한다.

금욕적인 청교도였던 포드 1세는 검은색 자동차만을 생산해 왔다. 미국에서 자동차 색깔이 다양해진 것은 GM사에서 시작된 일로 그 뒤 탈이념적 시대에 들어서면서 색깔 옵션은 1700여 개로 늘어났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자동차 색깔은 100색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소비자의 성향으로 흑백이 그 주류를 이룬다. 초등학교에 교육에서도 우리는 열 가지 색(10색상환)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84가지를 배운다. 그래서 한국색채연구소의 한동수씨는 1000여 색을 도입한 특수 유아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도루묵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디지로그 사회를 선점하려면 우선 무지개 색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우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색채와 색채들 사이에 있는 것들, 아직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경계 영역의 어렴풋한 빛깔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미래의 땅 빛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커서 오직 한 색깔의 크레용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왜 크레용 상자에는 자기가 필요로 하지 않은 색깔까지 들어가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는 컴퓨터의 컬러 바와 같은 색채는 아무 데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아이들이 만나는 색깔들은 이슬과 향기에 젖어 있는 붉은 꽃송이이거나 바람이 불면 짐승처럼 웅성거리는 초록색 이파리들이거나 혹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빛들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성서의 이 한마디 말은 꼭 기억해 둬야 한다. "생선을 달라는 아이에게 누가 뱀을 주겠는가." 하물며 아이들이 달라고도 하지 않은 뱀을 그것도 독 있는 뱀을 던져 주어서야 되겠는가.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2.01 20:35 입력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28. 무지개 색깔을 묻지 말라 - 디지로그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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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색깔이 몇 색이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앵무새처럼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울 것이다. 조석으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디지털 신호가 만들어 내는 수천 수만의 색깔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대답한다. 교실 속의 무지갯빛이 일곱 색으로 고착된 것은 순전히 뉴턴의 스펙트럼 실험 때문이다. 그 자신이 실험실 조수에게 "너도 이 빛이 일곱 색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던 것을 보더라도 단지 뉴턴이 자의적으로 그렇게 나눠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훨씬 이전의 대석학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지개 색을 네 색으로 보았고, 세네카는 다섯 색, 그리고 마루켓리누스는 여섯 색깔로 구분했다. 또 아프리카의 쇼너어족은 3색, 바자어의 부족은 청색과 황색 두 색으로 나눈다. 놀라운 것은 식물학자들도 모든 꽃 색깔을 분류할 때 바자어족처럼 청색계와 황색계의 둘로 나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1 아니면 0 이라는 양분법적 디지털 사고가 아이들의 색채 개념을 빈약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말 사전에 수록된 색채들은 빨간색만 해도 56가지가 된다고 한다. 대체 어느 나라의 말이 빨갛다와 뻘겋다를 구별하고 발갛다와 벌겋다의 차이를 나타낼 수 있겠는가. 우리는 불그레와 불그스레가 다르고, 볼그레와 볼그스레가 서로 다른 미묘한 색채의 정감을 나타낸다. 거기에 불그스름과 불그죽죽의 꼬리까지 달라지면 색깔은 걷잡을 수 없이 가지를 친다. 그러나 이렇게 풍부한 색깔문화도 이념화하면 오방색이 된다. 거기에서 음에 속하는 흑백의 무채색까지 빼고 나면 청.홍.황의 삼 태극 빛만 남는다. 그래서 서양의 교통체계가 한국으로 오면 그린(綠)사인이 청색으로 둔갑한다.

'가재는 게 편이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념적인 편 가름을 할 때에는 작은 차이는 무시돼 원색 안에 흡수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초록색 신호를 뻔히 눈으로 보면서도 '청색 신호등'이라고 부른다. 이념은 색맹을 만든다. 그리고 다양한 색채를 죽여 오직 한 색만을 남기려 한다.

금욕적인 청교도였던 포드 1세는 검은색 자동차만을 생산해 왔다. 미국에서 자동차 색깔이 다양해진 것은 GM사에서 시작된 일로 그 뒤 탈이념적 시대에 들어서면서 색깔 옵션은 1700여 개로 늘어났다. 거기에 비해 우리의 자동차 색깔은 100색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소비자의 성향으로 흑백이 그 주류를 이룬다. 초등학교에 교육에서도 우리는 열 가지 색(10색상환)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84가지를 배운다. 그래서 한국색채연구소의 한동수씨는 1000여 색을 도입한 특수 유아교육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도루묵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디지로그 사회를 선점하려면 우선 무지개 색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빨주노초파남보를 외우게 할 것이 아니라 그 색채와 색채들 사이에 있는 것들, 아직은 이름조차 지어지지 않은 경계 영역의 어렴풋한 빛깔로 눈을 돌리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한 미래의 땅 빛이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커서 오직 한 색깔의 크레용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왜 크레용 상자에는 자기가 필요로 하지 않은 색깔까지 들어가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는 컴퓨터의 컬러 바와 같은 색채는 아무 데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아이들이 만나는 색깔들은 이슬과 향기에 젖어 있는 붉은 꽃송이이거나 바람이 불면 짐승처럼 웅성거리는 초록색 이파리들이거나 혹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다의 빛들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성서의 이 한마디 말은 꼭 기억해 둬야 한다. "생선을 달라는 아이에게 누가 뱀을 주겠는가." 하물며 아이들이 달라고도 하지 않은 뱀을 그것도 독 있는 뱀을 던져 주어서야 되겠는가.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2.01 20:35 입력

 

 

 

"디지로그는 한국의 희망"

이어령 고문, KBS-1TV 설 특집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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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어령(사진) 고문이 28일 KBS-1TV 신년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해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를 주제로 국민에게 새해 덕담을 전했다. 이 고문은 이날 밤 11시20분부터 1시간여 동안 방송된 '이어령의 병술(丙戌)덕담-한국, 이것이 희망이다'에서 "IT 강국 한국의 디지털 기술이 한국인 고유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결합된다면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 고문은 올 초부터 본지에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디지털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날로그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제조업.마케팅 등 전 분야에서 디지로그 바람이 불고 있으며, 전 세계가 디지로그 통합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고문은 한국민이 디지로그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는 근거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정(情) 나누기 문화'를 들었다. 시루떡을 돌리며 집안의 경사(정보)를 이웃과 함께 나눴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환경에 심는다면, 우리만의 '블루오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2006.01.30 19:12 입력 / 2006.01.31 07:22 수정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26. 쥐를 이기는 방법, 바이오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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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아날로그 자연환경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약시자가 늘고 MP3 플레이어로 난청자가 분다. 수능시험장에는 안경은 기본이고 약시자를 위한 모니터가 따로 설치됐다. 그리고 6세에서 19세 미만의 미국 청소년들 가운데 12.5%가 소음성 난청 증상자라고 한다.

디지털 쓰나미에 대해 속수무책인 것처럼 현대인은 얼마 전 남아시아의 자연 쓰나미에 대해서도 약했다. 푸껫과 몰디브 같은 관광지에서는 수천 명이 참변을 당했지만 안다만.니코바르 군도(群島)의 옹게족 114명 전원은 모두가 고지대로 피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스리랑카 얄라 국립공원의 코끼리.멧돼지.원숭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배가 난파하기 전에 쥐들이 먼저 달아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상식이다.

쥐 이야기가 나왔으니 컴퓨터의 마우스는 어떤가. 매초 1800만 개의 명령을 실행한다는 인텔리 마우스라도 여전히 곡식을 축내고 대들보를 긁던 옛날의 쥐들처럼 컴퓨터 사용자들을 괴롭힌다. 더블클릭이 힘든 노인이나 화면을 볼 수 없는 신체 장애인들에게는 오히려 손으로 더듬어 칠 수 있는 키보드가 더 고맙다. 미셸 세르가 '파라지드'에서 한 말처럼 역사상 인간은 쥐를 이겨본 적이 없다. 그것을 이기려면 디지털 기술을 한 단계 높여 인간과 기계를 일체화하는 바이오닉스와 손을 잡아야 한다.

아니다. 벌써 그런 시대가 오고 있다. 로지텍사는 바로 지난 9일, 미국 이머전사가 개발한 '햅틱스'(그리스어로 손으로 잡는다의 haptikos에서 온 말) 기술을 채택해 촉감으로 조작하는 마우스를 발매한다고 발표했다. 스크린 위의 포인터가 그 감촉을 마우스에 전달해 웹페이지나 소프트웨어와 물리적인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실 지금까지 편리한 그래픽 프로그램을 놔두고 종이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컴퓨터에 올리는 '아날로그 동맹자'가 많았다. 그림을 그릴 때 미묘한 손 감각의 터치를 느낄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감촉 마우스를 사용하면 삼차원의 화상을 묘화하는 데 있어서도 물체의 등고선, 표면의 질감, 그리고 테두리에 닿는 아날로그적 감촉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심지어 작은 파일과 큰 파일을 드래그할 때에도 그 무게의 차이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터넷 쇼핑에서 이용하면 물건을 손으로 만져보고 살 수가 있다.

이 마우스의 혁명은 인간과 기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일체화를 상징한다. 한마디로 인간이 기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의 생체조직에 맞추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인공부품을 인체조직의 근육, 골격, 신경계와 일체화시킨 바이오 하이브리드의 의지(義肢)가 생겨나고 초소형 카메라를 단 바이오닉 아이(義眼), 그리고 뼈를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 휴대전화 등이 생겨나 디지털 쓰나미를 예방한다.

그래서 휴스턴대에 가면 동물원이 아닌데 우스꽝스럽게 걷고 있는 펭귄 새들을 볼 수가 있다. 걸음이 부자유스러운 노인이나 뇌졸중 환자들을 위해 펭귄의 독특한 보행 속에 숨겨진 비밀을 캐내려고 연구가 진행 중이다. 입는 컴퓨터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벌써 일본의 쓰쿠바대에서는 입기만 하면 '6백만 불의 사나이'처럼 인체 기능이 증폭되는 HAL이란 기기가 등장했다. 모두가 고령사회에 대비하려는 준비다.

수천 년 동안 인간에게 페스트를 옮기고 불면의 밤을 주었던 쥐가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되고 포케몬의 피카추가 되고 또 컴퓨터의 마우스에서 DNA의 특허 생물체 '하버드 마우스'에 이르는 진화를 했다. 이제 디지로그 시대가 오면 문명의 수챗구멍에서 나온 그 음산한 쥐들이 바이오닉스의 웰빙 쥐가 돼 모처럼 인간들을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할는지 모른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1.30 19:11 입력 / 2006.01.31 07:08 수정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25. 숨겨진 수염을 찾아라 태극무늬의 비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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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긴 수염을 기른 노인이 길을 가는데 어린아이가 쫓아와 물었다. "주무실 때는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주무세요? 빼고 주무세요?" 할아버지는 한참 생각해 봤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오늘 밤 자 보고 내일 일러 주마. 잠자리에 든 노인은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잤지만 답답한 생각이 들어 꺼내 놓고 잔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전한 생각이 들어 다시 이불 속에 넣는다. 노인은 밤새도록 수염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하고 잠을 잤는지 끝내 아이의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관운장 수염으로도 알려진 이 일화는 외국인이 태극기에 대해 질문할 때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 두 교수가 쓴 경영학 저서('Built to Last')에서 장(章)마다 찍힌 태극 아이콘을 발견했을 때의 그 당황스러운 느낌도 그런 것이다.

두 교수는 '변화냐 안정이냐, 신중이냐 모험이냐, 저 코스트냐 고품질이냐, 가치 존중의 이상주의이냐 이익 추구의 현실주의냐' 라는 여덟 개의 대립 항목을 만들어 100년간 미국 기업들의 행태를 분석.조사해 봤다. 그 결과 그들이 알아낸 것은 100년 동안 지속적으로 번영.발전해 온 기업들은 모두가 태극 모양의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or의 억압'에 굴복한 기업은 흥하다가도 금세 소멸해 버리고, 반대로 이것과 저것을 함께 지닌 'and의 능력'을 가진 회사는 100년의 번영을 누렸다.

역설적인 생각을 피하거나 모순되는 힘과 생각을 동시에 추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A 아니면 B의 택일적 사고에 의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윈-윈'전략처럼 A와 B의 양극을 동시에 추구해 성취한 기업들은 음의 꼬리에 양의 머리가 오고 양의 꼬리에는 음의 머리가 이어져 돌아가는 태극 모양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이 두 개의 대립을 하나로 합쳐 그 중간을 취하는 절충이 아니라 모순되는 쌍방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동시에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태극의 음양과 같은 힘이라고 설명한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해병대는 해군과 육군을 그냥 혼성한 집단이 아니다. 바다냐 육지냐의 택일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동시에 싸울 수 있도록 한 양서류(兩棲類) 같은 신개념에서 태어난 유니크한 군대 조직인 것이다. 그래서 경영 마인드에 '태극 무늬를 단 기업(비저너리 컴퍼니)'들은 동서 가릴 것 없이 해병대처럼 강하다.

공자는 너무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새롭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H 핑가레트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어떤 의무가 서로 충돌할 때 그중 하나를 선택하려 들지만 공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논어'에서 양을 훔친 아버지의 고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또 양자론 연구의 공적으로 귀족의 작위를 받게 된 닐스 보어도 자신의 이론을 보여 주기 위해 태극 문장을 단 예복을 입고 식장에 나타났다. 태극 도형 둘레에는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라틴어가 적혀 있었다. 대립(對立)하는 것은 상보(相補)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IMF, e-커머스의 버블, 그리고 반기업 정서의 도전들은 한국 기업들의 수염에 대한 질문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or의 억압'을 'and의 능력'으로 바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음양 상보하는 태극 마크를 비전으로 삼는 것- 그것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1.28 05:04 입력 / 2006.01.28 05:06 수정

 

 

 

디지로그 시대가 온다 25. 숨겨진 수염을 찾아라 태극무늬의 비전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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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긴 수염을 기른 노인이 길을 가는데 어린아이가 쫓아와 물었다. "주무실 때는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주무세요? 빼고 주무세요?" 할아버지는 한참 생각해 봤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오늘 밤 자 보고 내일 일러 주마. 잠자리에 든 노인은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잤지만 답답한 생각이 들어 꺼내 놓고 잔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전한 생각이 들어 다시 이불 속에 넣는다. 노인은 밤새도록 수염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한숨도 자지 못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하고 잠을 잤는지 끝내 아이의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관운장 수염으로도 알려진 이 일화는 외국인이 태극기에 대해 질문할 때 우리에게도 일어나는 현상이다. 제임스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 두 교수가 쓴 경영학 저서('Built to Last')에서 장(章)마다 찍힌 태극 아이콘을 발견했을 때의 그 당황스러운 느낌도 그런 것이다.

두 교수는 '변화냐 안정이냐, 신중이냐 모험이냐, 저 코스트냐 고품질이냐, 가치 존중의 이상주의이냐 이익 추구의 현실주의냐' 라는 여덟 개의 대립 항목을 만들어 100년간 미국 기업들의 행태를 분석.조사해 봤다. 그 결과 그들이 알아낸 것은 100년 동안 지속적으로 번영.발전해 온 기업들은 모두가 태극 모양의 비전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or의 억압'에 굴복한 기업은 흥하다가도 금세 소멸해 버리고, 반대로 이것과 저것을 함께 지닌 'and의 능력'을 가진 회사는 100년의 번영을 누렸다.

역설적인 생각을 피하거나 모순되는 힘과 생각을 동시에 추구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A 아니면 B의 택일적 사고에 의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윈-윈'전략처럼 A와 B의 양극을 동시에 추구해 성취한 기업들은 음의 꼬리에 양의 머리가 오고 양의 꼬리에는 음의 머리가 이어져 돌아가는 태극 모양을 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이 두 개의 대립을 하나로 합쳐 그 중간을 취하는 절충이 아니라 모순되는 쌍방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동시에 긴장과 균형을 유지하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태극의 음양과 같은 힘이라고 설명한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해병대는 해군과 육군을 그냥 혼성한 집단이 아니다. 바다냐 육지냐의 택일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육지에서도 동시에 싸울 수 있도록 한 양서류(兩棲類) 같은 신개념에서 태어난 유니크한 군대 조직인 것이다. 그래서 경영 마인드에 '태극 무늬를 단 기업(비저너리 컴퍼니)'들은 동서 가릴 것 없이 해병대처럼 강하다.

공자는 너무 옛날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새롭기 때문에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H 핑가레트도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어떤 의무가 서로 충돌할 때 그중 하나를 선택하려 들지만 공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논어'에서 양을 훔친 아버지의 고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또 양자론 연구의 공적으로 귀족의 작위를 받게 된 닐스 보어도 자신의 이론을 보여 주기 위해 태극 문장을 단 예복을 입고 식장에 나타났다. 태극 도형 둘레에는 'CONTRARIA SUNT COMPLEMENTA'라는 라틴어가 적혀 있었다. 대립(對立)하는 것은 상보(相補)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IMF, e-커머스의 버블, 그리고 반기업 정서의 도전들은 한국 기업들의 수염에 대한 질문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or의 억압'을 'and의 능력'으로 바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음양 상보하는 태극 마크를 비전으로 삼는 것- 그것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 디지로그라는 말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하나로 합친 말입니다. 지금까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합친 시계를 부분적으로 '디지아나'라고 부르거나 디지털 다이얼로 그의 뜻으로 디지로그란 말을 이따금 사용해 온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단편적인 기술 용어에서 벗어나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brick), 가상현실과 실현실,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해 신개념을 구축하게 될 이 연재는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올 후기 정보사회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비판과 희망의 작업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필자가 만든 키워드나 슬로건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신바람 문화''신한국인', 서울올림픽 때의 '벽을 넘어서'를 비롯해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새천년의 꿈, 두 손으로 잡으면 현실이 됩니다' 등이 있습니다.
  2006.01.28 05:04 입력 / 2006.01.28 05:06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