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언론의 신년특집 여론조사는 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5.31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고, 차기 대선주자들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아무래도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가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주요 언론사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는 아래와 같습니다(3위까지만 표시했습니다).
고 건 이명박 박근혜 조선-갤럽 28.0 27.5 17.3
동아-KRC 24.6 22.0 18.8 한국-미디어 22.8 23.3 19.9 경향-메트릭스 25.8 23.2 17.5
서울-KSDC 20.1 22.6 14.0 매경-TNS 27.4 26.6 19.2
위의 6개 신문사 외에 방송 3사도
여론조사를 했는데, 비슷한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선 고건 전 총리가 4개 조사에서 1위, 이명박 서울시장이 또 다른 4개
조사에서 1위라고 했습니다. 이는 잘못된 보도입니다. 8개 조사 모두에서 두 사람이 선두를 다투고 있다고 보도해야 합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양강 구도가 형성된 것입니다.
場外株 고건, 實績株 이명박, 價値株 박근혜
신년을 맞아 소위 ‘빅3’
진영에선 향후 지지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은가 봅니다. 코스피 지수가 최근 1400을 돌파했는데, 세 명의 선두주자를
주식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건 전 총리는 장외주(場外株)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장외에 머물고 있지만 상장만 되면 지금과
상황이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장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군요.
장외주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대개 사실입니다. 그래서 상장 이후 적정한 평가를 통해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내 지수가 오르면 장외주도 함께 움직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시장이 가라앉으면 장외주도 고전을 면치 못하죠. 시기와 방법에 따라 다소 출렁임은 있겠지만, 상장 자체로 큰 폭의 지지도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명백히 실적주(實績株)입니다. 청계천 복원이 대표적인 실적이고요. 그래서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갈 차기 프로젝트를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시장 퇴임 이후 공백기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향후 지지도 추세의 관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파 신도시 건설을 연기해야 한다는 언급도 강북 뉴타운 프로젝트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계속해서 높은 실적이
기대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적을 보고 매수하는 것은 이미 때가 늦습니다. 2005년 4/4분기 실적은 대개 현재의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서울시장 재직 중엔 굵직한 실적 달성이 가능하지만, 퇴임 이후엔 그것이 여의치 않습니다. 만약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록 3위를 달리고 있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가치주(價値株)에 해당합니다. 당내의 탄탄한
기반과 각종 선거에서의 승리는 짭짤한 현찰 보유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다소 적게 잡히는 경향이 있는 보수 성향의 고연령층도 잠재된
자랑거리입니다. 이들은 실제 투표에서 선두주자 3명 중 박 대표를 찍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적주와 신규주가 서로를
끌어주면서 동반 상승하는 시기엔 가치주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입니다. 미래 비전 대결의 성격을 띠는 대선에선 (진보 개혁 성향의) 성장주가 유리한데, (보수 안정 성향의) 가치주는 그것에 반하는 즉
과거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87년 ‘1노 2김’과 비슷한 현재의 대선 경쟁구도
1월 5일자
‘중앙포럼’에서 중앙일보 정치부 전영기 차장은 “지금 시점에서 차기 대선의 경쟁구도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경쟁구도로만 보면 둘은 87년 양김과 비슷하다. 정권교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후보 단일화 압력을 받고 있는 게 그렇다. 더
비슷한 건 따로 출마해도 홀로 집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각자 갖고 있다는 점이다”고 했습니다.
전 차장의 탁월한 분석에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경쟁구도를 양김과 비슷하다고 하면 기분이 좋을까요 나쁠까요. 1987년 당시 ‘1노 2김(혹은 3김)’이
경쟁했다면, 지금은 ‘1고 2박’이 경쟁하고 있다고 표현하면 어떻겠습니까. 그저 2006년 1월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고
2박’이란 현재의 경쟁구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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