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간이역/권영우

鶴山 徐 仁 2006. 1. 6. 12:11

  간이역
                    글 / 권영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떠났는지,
바람이 머물다 간 철길에는
만나고 떠난 낡은 그림자의 눈망울이
저물어 버린 추억의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새벽 치맛자락 부여잡은 
긴 햇살의 뜨거운 사랑에 사무친
초여름 목단화의 첫사랑은
긴 기다림의 터널을 빠져나온 
이별의 기적(汽笛)에 실려간
한 송이 눈물이 되어
무서리에 사그라져 가는
보라색 국화꽃 무덤을 끌어안고 있다
여명이 서리는 간이역 한 모퉁이를 서성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까마귀 똥이 되어버린
인연의 억겁은
연정의 알갱이만큼이나
역사(驛舍)의 지붕에 쌓이고
물안개를 실어온 기적은
또 한 겁(劫)의 그리움 되어 
역무원의 가슴을 하얗게 적시고 있다.

	
출처 : 오랜친구의 행복이야기
글쓴이 : 희나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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