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PD들은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라

鶴山 徐 仁 2005. 11. 29. 17:48

◇PD들은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라 



  PD연합회가 어제 성명을 내고 "진실만이 국가이익에 부합한다. 언론의 제1차적 임무는 진실보도이다."라고 했더군요. 그렇다면 ''국가이익''을 지키는 것은 몇차적 임무에 속하는 것일까요. 2차적 임무라도 좋고, 5차적 임무라도 좋습니다. 언론(또는 언론인)은 자신이 수행해야 할 임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진실보도''와 ''국익''이 상충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요? 아닙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기자윤리요강에 명시하고 있듯이 ''독자나 시청자의 시각''에서 판단하면 됩니다. PD들이나 방송사가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니지요. 이번 황우석 박사의 난자채취의혹과 같은 ''중대한 사건''일수록 더욱 그래야 합니다.

 


 불행히도 MBC 취재수첩팀은 이런 과정을 생략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렇게 해야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으니 알 리가 없는 것이지요. 게다가 늘상 그렇게 해왔으니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PD연합회는 나름대로 논리를 세운 성명을 내면서 MBC PD수첩팀이 한 일에 대해 옳다는 주장만을 했습니다. 이 문제로 흥분하거나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한마디의 사과나 양해 말씀이 없었습니다. 자신들도 모르게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자그마한 예(禮)조차 갖추지 않고 ''큰소리'' 치는 행태는 참으로 뻔뻔스럽고 가증스러운 일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익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들은 기자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언론의 1차적 임무''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나 신문사에 근무한다고 해서, 잠시동안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기자''나  ''언론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고향 6시''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리포터'' 역시 ''기자''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번에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PD도 당연히 ''기자''도, ''언론인''도 아닌 ''PD''일뿐입니다.


 혹시 PD가 입사 때부터 간부가 될 때까지 기자처럼 취재·보도를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면 저의 말은 틀린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취재 와 보도 활동은 원래 기자들의 몫이니까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PD윤리강령''이다, ''방송윤리강령''이다 하면서 미사여구만 잔뜩 늘어놓은 내용을 공표하고서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태도를 보인 것이 PD들입니다. 1995년 연예계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일부 PD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PD연합회는 ''더 이상 추악한 풍문에 희생되거나 PD집단의 도덕적 순수함이 매도될 수 없다''며 ''방송프로듀서윤리강령''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2년 뒤인 1997년 4월3일자 ''프로듀서 연합회보''는 다음과 같은 글을 쓰고 있습니다. 『4월6일은 우리 연합회에서 제정한 방송프로듀서윤리강령 반포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윤리강령이라니? 그런 게 있었나 하고 아스라한 기억을 더듬을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세를 추스르고 지금 앉아있는 사무실 책상 언저리를 더듬어 보라. 그대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은 이상 책꽂이 어느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짙은 붉은 벽돌색의 윤리강령집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을 보면 이 글을 쓴 날이 ''PD윤리강령''을 선포한지 2년이 되는 시점입니다. PD연합회보에서 왜 이런 글을 썼을까요. 윤리강령만 발표했지 당초에 그들이 다짐했던 만큼의 실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리강령이라니? 그런 게 있었나"라는 대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겨우  2년밖에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PD들은 언론의 1차적 임무를 논하기 전에 ''PD가 가져야 덕목''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PD의 1차적 임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의 임무를 따지는 것보다 더 급한 일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PD들은 우선 이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런 우선 순위도 못 지키면서 ''언론의 1차적 임무 운운''하는 것이 얼마나 낯부끄럽고, 오만방자한 일인지를 PD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05.11.29> 



  • 출처 : 교육문광마당 [이재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