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기
강변마을 65.2×50㎝ 캔버스에 유채 2000
9월.. 희고, 노랑빛 나는 국화꽃이
우리의 곁을 향기와 자태로 밝혀줄거 같고,
높은 나뭇가지의 빨간 감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릴거 같은 마음이 드는 계절의 다가왔음을 알리는거 같은 9월이 왔습니다.
가을 동산 106×45.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1
깊은 산속의 사이사이엔 줄줄이 길게 뻗은 다래넝쿨과
마디마디에 달려있을 틈실한 다래 열매가 숲 속 동물들에 손짓하여
날마다 즐거운 잔치가 벌어질 거 같은 구월.
노란 들꽃 53×33.3㎝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1
산모롱 굽이굽이엔
하얀 구절초와 연보랏빛 벌개미취가 한들한들 피어있어,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여 한 송이쯤 꺾어 머리에 꽂아
마치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라도 된양,
또는 순박한 가을처녀라도 되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투명한 구월이 왔습니다.
밤꽃 마을 121×45.5㎝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1
산봉우리 봉우리마다엔
흰구름도 가다가 터억 걸터앉아,
가고 싶으면 가고 싫증나면 쉬다가
바람이라도 찾아오면 다시 말동무하며 느지감치 길을 떠나보는,
누가 뭐랄거 없이 한가로운 하늘의 길을 떠날것 같은 구월입니다.
언덕- 붉은 땅 53×40.9㎝ 캔버스에 유채 2001
빛과 열의 파장을 길게 늘여 쉼없는 정열로 땅을 달구어대던 태양도,
마치 세상풍파 다 겪어 한걸음 뒤로 물러나 여유로이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미소가 넉넉한 노신사의 얼굴처럼,
오솔길 동산에 33.3×53㎝ 캔버스에 유채 2000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시골 지붕의 둥근박을 찬찬이 영글어가게 하고
여름내 성숙되어 아낙네의 손길에 따내어져 마대에 길게 누워
자기 얼굴을 쳐다보는 빨간 고추엔 매운 맛과 달큰한 맛을 불어넣어주는,
그야말로 여름의 거울이자 가을의 전령, 구월입니다.
언덕-밤나무 53×45.5㎝ 캔버스에 유채 2000
조금만 걸어도 등에 후줄근하게 내리던 물방울도
이제는 가까운 동네 산을 가든지, 높고 험한 준령을 오르더라도
한결 서늘해진 바람이 동행하여 기분좋게 땀방울을 녹이며
동료와 이 얘기, 저 얘기로 꽃피워
산새의 지저귐과 함께하는 산행을 즐길수 있을 것 같은 선뜻한 구월입니다.
늦가을 저녁 53×41㎝ 캔버스에 유채 2000
아버지, 저 올해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할아버지, 땅 속에서 지내시니 얼마나 갑갑하세요..
파란 하늘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철없던 딸이 자라나 애기 엄마가 되었고,
그 딸의 아기들은 어느새 성장해 오래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무덤에서 마냥 뛰놀던
개구장이가 아니라 여름내 자란 길다란 풀들이 예초기에 베어져 쌓여 있으면
한 짐씩 번쩍번쩍 지고 나를수 있는 든든한 어깨를 지닌 소년으로 변한 아들과 딸,
언덕- 느티나무 45.5×53㎝ 캔버스에 유채 2001
남편과 같이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술 한잔 가득 부어 올리고 생전에 담배를
좋아하셨으므로 담배도 한 개피 무덤 앞에 맛나게 드시라고 놓아드리고,
넷이서 넙죽이 절을 하고 싶어지는 숙연한 구월입니다.
가을비 38×45.5㎝ 캔버스에 유채 2000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대형매장을 찾아 쇼핑카트를 밀고
시원함과 함께 여러 물건 눈요기와 함께
배고프면 눈 앞에 펼쳐진 식당 코너에서 이것 저것 사먹느라 눈길을 외면했었던 재래시장을 찾아
질박한 아주머니들과 마음에 오래 묻어 두었던 물건값도 흥정해보고
살랑살랑 강아지풀 53×33.3㎝ 캔버스에 유채 2000
세상 사는 얘기도 시시콜콜하게 나누다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잘거리는 저녁 반찬 구입시간을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구월입니다.
꿈- 붉은 꽃 38×45.5㎝ 캔버스에 유채 2000
그리하여 반가운 손님에 대한 선한 눈과 반짝이는 마음들을 교환해 보고 싶어지는
정겨운 구월입니다.
길- 들꽃 언덕 45.5×65.2㎝ 캔버스에 유채 2000
바다로 산으로 향하던 마음들을 거둬들여
서점을 찾아 신간 소설도 훑어보고, 시인의 마음들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삶이 엮어진 수필집도 돌아다보고,
산동네 40.9×53㎝ 캔버스에 유채 2001
사색을 할 수 있는 철학이 담긴 책에도
손길을 보내 여름내 파도에 쓸려나간 가벼워진 가슴에
사색이란 두 글자를 새겨 넣어도 보고 싶은,
그리하여 춥지않은 겨울을 준비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양식의 구월입니다.
느티나무집 53×45.5㎝ 캔버스에 유채 2001
철이른 코스모스가 한가로이 피어있는 도로 양켠에
어느새 다른 색깔의 옷을 손과 발에 걸친 나무들이 약간은 무상한 마음으로
허무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주절이 주절이 달려있는 연두색 밤나무의 가시 열매와
연녹색 오종종 대추와
진초록 듬성듬성 모과 알맹이와
청록색 띄엄띄엄 호두 송이는
가을들녘 100×80㎝ 캔버스에 유채 1999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고 남겨진 시간이 있으니
가만히 멈추지 말라고
우리에게
큐 싸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글:하늘과나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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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칠팔구십년 이천년대를 살아오며 개화된, 혹은 개화되려 노력한 존재이다
호롱불에서 남폿불로, 남폿불에서 전깃불로, 네온사인 찬란한 불빛, 광속,
그 짜릿한 가속도 초고속 통신망에 연결 된 나는 그러나
이 시대의 문명을 본질적으로 의심한다
과학적인 합리성, 돈이 본질적 가치인 자본
땅강아지 사라진 이 땅, 산성비 내리는 저 하늘을 보며 나는 의심한다
그림을 그리는 내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내 어릴 적 그때부터 지금껏 묵묵한 자연
그 하늘과 땅 사이 공기를 숨쉬며 사시사철 피고 지는......생명들
내 명상의 처음과 끝은 온전히 거기에 머문다
모든 예술가들의 꿈과 희망의 몫이 저마다 있을 것
시대와 호흡하며 더 바람직한 예술의 전망을 탐색하는 것
그 소중한 몫이 내게는 <되돌려 바라보기>이다
나는 내가 태어났던 그 좁다란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돌아가되 근본적으로, 어설프지 않게, 혹은 도피적일지라도
확실히 꿈꾸는 듯한 신화의 공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낭만적인 회귀는 부정할 것. 내 속에 가장 현실로 살아 숨쉬는 선택일 것
그 퇴영의 공간이 이 시대와 어떻게 조화하고 부조화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그려보고 살아봐야 알 일이다.
- 내 그림의 원형질 / 작가노트 중에서 -
출처 : 블로그 > .. | 글쓴이 : 너와집나그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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