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06 17:26] |
‘개와 고양이’ 외교부―NSC 2년만에 한통속? |
반미-친미 갈등에서 ‘코드 맞추기’로 대변신 |
[쿠키 정치] ○…기자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11개월여 동안
외교통상부를 취재한 뒤 그후 청와대로 출입처를 옮겨 노무현 정부 핵심을 취재 보도했다. 그러다 지난 10월초 다시 외교통상부를 담당하게 됐다.
한달여 동안 관찰한 외교통상부는 2003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우선 정권초기 논란이 됐던 대미(對美) 동맹파(외교부),자주파(청와대)라는 갈등적 단어가 물 아래로 가라앉았다. 외교부 A씨는 최근 "처음에는 왜 대통령 자문기구(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각 부처로 흩어져있는 외교안보 정책 조율 시스템의 유용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B씨도 "외교부가 당시에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외교부와 NSC 서로가 새로운 제도에 연착륙을 하지 못했었다"고 반성했다. C씨는 "2003년은 외교부로서는 잃어버린 한 해"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2003년에 외교부와 NSC는 '개와 고양이'였다. 대미 자주외교를 내건 청와대와 NSC는 "친미적인 외교부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별렀다. 이에 외교부 일각에서는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386과 책상물림들이 날뛴다"고 받아쳤다. 정권실세들과 기존 관료들이 정면으로 부딪친 곳이 바로 외교부였다. 양측의 갈등은 2003년 여름과 가을,이라크 추가파병을 놓고 정점으로 치달았다. 노 대통령이 NSC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외교부는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외교부-NSC,사사건건 충돌'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외교부 간부들을 조사하기도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4년초에는 "미국을 모르는 대통령과 NSC가 한·미관계를 망친다" "NSC는 탈레반같은 조직"이라는 등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발언까지 터졌다. 노 대통령이 격노하고,술을 입에 대지도 않던 윤영관 당시 외교장관은 폭음한 뒤 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은 노 대통령의 입에서 "외교는 초과달성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6자회담 공동성명 타결,주한미군 감축·기지이전 협상 마무리,한·미간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 개시 등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컸다는 게 노 대통령 평가인 듯 하다. D씨는 "반기문 장관이 넓게는 청와대와 백악관,좁게는 외교부와 NSC 사이에서 외줄을 타면서 한·미관계를 무난하게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인물이었던 NSC 이종석 사무차장에 대한 반감이나 오해도 크게 줄어들었다. E씨는 "JS(이 차장의 영문약칭)가 진보세력으로부터 '보수화됐다'는 욕을 먹을만큼 외교부를 이해하게 됐다. 이제야 약간씩 공무원 티가 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해석을 달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외교부가 고개만 숙이는 시늉을 하고 있다는 관전평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바깥의 모 인사는 "외교부가 2년만에 NSC에 '순치'(馴致)됐다"고 변화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정권은 유한하고,외교는 무한하다는 식으로 겉으로만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반기문 장관의 방일을 취소하려했다가 청와대가 '필수불가결한 외교'라는 원칙을 세워 "가는 것이 맞다"고 하니까 닷새만에 번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F씨는 "부처가 청와대 뜻에 따르는 것은 생리 아니냐"고 말했지만 말 속에는 자조감이 묻어나왔다. 고위직의 신분보장 철폐 등 인사쇄신안에 대해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선배들은 능력에 관계없이 대사를 세 번씩 지냈다.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인식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반겼다. 다른 쪽에서는 "무원칙한 발탁인사가 문제있다. 옛날 운칠기삼(運七技三)에서 요즘은 운구복일(運九福一)로 바뀌었다"고 비꼬았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함에도 불구하고,적어도 외교부가 의미있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G씨는 "외교부는 너무 오른쪽에,NSC는 너무 왼쪽에 치우쳐 있다가 서로 한 발씩 가운데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jhpark@kmib.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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