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부 역할·21세기 가족모습 상당한 변화"
김모(43)씨는 4년 전 살고 있던 아파트 1층 상가에 미용실을 냈다. 남편의 월급(100만원)으로 생활비는 물론 초등학교 5학년생 딸의
교육비도 못 댈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처녀 때 미용사를 한 적이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 김씨 집의 경제권은 완전히 김씨에게로 넘어갔다. 손님이 넘쳐 생활비, 딸 교육비, 은행대출 상환을 하고 저축까지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황수경 박사는 “할인마트나 서비스 판매직 등 작업환경이 좋고 근무시간대가 자유로운 일부 직종에 기혼 여성이 많이 진출하고 창업도 활발해지면서
남편보다 돈을 더 버는 아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54)씨는 요즘 통쾌하기 그지없다. 수년 전 그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를 사면서 대령으로 예편한 직업군인 출신 남편에게
무척 혼이 났다. 남편이 모아놓은 2억원에 은행대출 1억원, 친지에게 다시 1억5000만원을 빌려 아파트에 ‘올인 베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남편은 말이 없어졌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아파트 투자가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남편에게 요즘 “당신이 번
돈으로 살았으면 아직도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했다” “당신이 세상 물정을 뭘 아느냐”며 면박을 주다 때로는 “아이들하고도 좀 이야기하라”고
충고도 한다.
임모(62)씨는 2년 전 퇴직했다. 그의 전직(前職)은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지금 임씨는 가정에서 전혀 ‘존경’ 받고 있지 못하다. ‘방콕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콕이란 방에 콕 들어앉아 산다는 뜻의 은어다.
|
이러던 사이, 집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목소리 ‘톤’도 달라졌다. 과거 직장 다닐 때는 최종 결재권을 임씨가 가졌지만 지금은 ‘통보’ 받고
‘추인’하는 일만 한다. 최근 딸이 결혼할 때도 그랬다. 혼수품부터 저축상품들기까지 모두 아내가 결정했다. 임씨는 “처음에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이제 마음을 고쳐 먹었다”고 말했다.
아내의 ‘힘’이 집안에서만 과시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A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상품 문의는 대부분 ‘사모님’이 하고 결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업체 단체연수 등을 제외한 친목 목적의 단체여행 80~90%가 주부 등 여성의 계 모임이나 동창회 여행이 된 지 오래다. 이 관계자는
“나이 든 여자 손님들은 부부동반 여행을 물어오면서 ‘솔직히 같이 다니기 귀찮다’고 한다”고 전했다.
은행이나 증권사의 ‘주 고객’ 역시 여성들이 차지한 지 오래다. B은행측은 “금리가 높은 금융 신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전화가 걸려오곤
하는데 십중팔구는 나이 든 사모님들”이라고 말했다.
영동세브란스 이덕철 교수(가정의학과장)는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호르몬이 줄면서 활동성과 공격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노화도 빠른 반면,
여성은 몸이나 정신적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고 관리를 잘해 상대적으로 덜 늙고 활력을 유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문유경 박사는 “과거와 달리 맞벌이나 재테크를 통해 재산형성에 기여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가족 내에서 여성의 평등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가족공동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부부간의 역할 관계도 상당한 변화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숙 변호사는 “여성들의 경제력이 강화되면서 이혼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져 이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려고 하는 여성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政治.社會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와 고양이’ 외교부―NSC 2년만에 한통속? (0) | 2005.11.06 |
---|---|
盧정권이 國家파괴 주도 (0) | 2005.11.06 |
"미국은 우로 한국은 좌로 간다" (0) | 2005.11.04 |
삼성을 때리지 말라! (0) | 2005.11.04 |
盧정권이 대한민국 파괴 주도 (0) | 2005.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