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2005 전국 대학 평가] '황우석 효과'… 다양한 진로… 우수학생 몰려

鶴山 徐 仁 2005. 10. 6. 15:44
[2005 전국 대학 평가] '황우석 효과'… 다양한 진로… 우수학생 몰려
수의학과
‘황우석 효과’덕에 수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8월 서울대 황우석(中).이병천(左) 교수가 복제 개 ‘스너피’(오른쪽 개)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관련기사
관련링크
지난달 23일 제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수의학회장.

서울대 수의학과 이병천 교수가 연단 위에 올라서자 학회 참석자 800여 명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같은 대학 황우석 교수와 함께 복제 개 '스너피' 연구를 이끈 주역이다. 이 교수의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교수는 "음지(陰地)에 머물던 수의학과가 드디어 양지로 나온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황우석 신드롬' 덕분에 수의학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교수들은 사회적 관심에 사뭇 상기된 표정이다. 대학 입시에서도 '황우석 효과'는 두드러진다. 수의학과는 각 대학 입시 전형에서 성적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하다는 것도 수의학과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하지만 수의사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이 같은 관심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 수의학과가 뜬다=수의학과의 한 원로 교수는 요즘 '격세지감'이란 말을 실감한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던 30년 전만 해도 가족들은 "왜 대학까지 가서 '소 침쟁이'가 되려고 하느냐"며 말렸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그는 "수의학과가 첨단 바이오 학문으로 대접받는 것을 보니 세월이 흘렀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학내 대우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건국대 장병준 교수는 "우리 학과 신입생의 입학 성적이 학교 전체에서 가장 높다"며 "학교에서도 '간판학과'로 대접해준다"고 말했다. 경상대 김곤섭 학장은 "최근 신규 동물병원을 지을 예산을 본부에서 따냈다"며 "10년 전까지만 해도 수의학과 병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북대 강창원 교수는 "예전에는 의대.치대 사이에 끼여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요즘은 학생들도 수의학과에 다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 다양한 진로='황우석 효과' 때문이 아니더라도 수의사는 고(高)실업 시대의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인의 인식과 달리 수의학과 졸업생의 진로는 동물병원 의사가 전부는 아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 최근 5년 동안 전국 수의학과 졸업생 1514명 중 병원에 취직한 사람은 절반 이하인 43.3%였다. 졸업생의 21.6%(327명)는 대학원과 연구소로 진출했고, 19.2%(291명)가 공공기관에 취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의학과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진로는 생명공학 연구 분야다. 동물 질병 치료에서 시작한 수의학은 최근 들어 유전공학 기술 및 의약 신물질 개발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수의학계는 2010년까지 전 세계 동물장기 이식 시장이 연간 50억 달러, 줄기세포 관련 시장은 연간 3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분야 진출자도 늘고 있다. 서울대 김대용 교수는 "몇 년 전에 비해 대학원 지원자가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진출한 수의사들은 가축 질병을 예방하고 식품의 안전성 여부를 검사한다.

돼지 구제역, 광우병, 조류독감 등 동물 전염병의 관리를 도맡는 것도 수의사의 몫이다. 국제 통상에서도 이들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광우병 파동 이후 국내 수의사들이 힘을 합쳐 미국 쇠고기 수입 압력을 막아낸 것은 좋은 예다.

◆ 사회적 처우는 아직=현재 수의직 공무원은 대부분 7급직으로 선발된다.1997년까지 수의학과가 4년제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일반 학사 졸업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수의학과가 예과 2년, 본과 4년 등 6년제로 바뀐 뒤에도 이는 변하지 않았다. 한 교수는 "최근 일부 기관에서 수의사를 9급으로 채용하겠다고 해 수의학과 교수들이 시험 출제를 거부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대 김대중 교수는 "기업체에 취직할 때도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자와 대우가 같은 경우가 많다"며 "졸업생의 취업길이 막힐까 봐 섣불리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양일석 수의대 학장은 "똑같은 6년제인 의대 졸업생은 공무원 채용시 5급이나 6급으로 채용된다"며 "수의학과 졸업생들도 공공기관.기업체 취직 시 의사 수준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대 대신 농촌 지원 활동 공익 수의사 제도 도입을"
동물 의약품 조제권 확보도 과제


공익 수의사 제도 도입과 동물 의약품 조제권 확보.

수의학 교수와 수의사들이 수의학 분야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8월 수의학과 교수와 수의사, 관련기관 직원 등 모두 353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2%인 248명(복수 응답)이 "동물 의약품 조제권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수의학 전공자의 군복무 문제'를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53.5%(189명)였다.

공익 수의사 제도는 수의학과 졸업생들이 군복무 대신 농촌 지역에서 수의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의대.치대.한의대 졸업생들의 상당수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로 군복무를 한다. 하지만 수의 장교는 할당 인원이 제한돼 있어 수의학 전공자 대부분은 예과를 마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일현 의원(열린우리당) 등 24명은 6월 공익수의사법 제정안과 병역법 개정안을 임시 국회에 상정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경북대 송재찬 교수는 "수의사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군복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의약품 조제권은 수의사들이 축산단체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다. 수의사들은 일부 동물 의약품이 병원 처방 없이 약 도매상 등에서 무분별하게 팔리고 있다며 관련법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대는 말 … 충남대는 돼지 …
학교별 '간판 동물' 달라
지역특성 살려 활발한 연구


'제주대는 말, 강원대는 야생동물, 충남대는 돼지….'

대학마다 수의학과들이 내세우는 '간판 동물'이 다르다. 수의학과는 서울.경기(서울대.건국대 등 2개)를 제외하고 도마다 하나꼴로 있다. 학문 연구도 그 도에서 내세우는 지역 산업과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학교는 축산 농가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지역 기업 등과 협력해 탐방 학습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강원대는 올해 초 환경부와 강원도청의 지원을 받아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열었다. 이 대학 김종택 교수팀은 비무장지대와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 발견되는 야생 동물을 수시로 치료해주고 있다.

김 교수는 5월 비무장지대 철책선 인근에서 천연기념물인 산양을 구조했다. 지난해 말에는 담낭에 고무호스가 꽂힌 채 발견된 반달가슴곰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이 대학은 또 올해 초 환경부에서 사향노루 야생 복원 사업을 따냈다. 사향노루는 천연기념물 제216호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김 교수는 "한 달에 두세 번은 비무장지대나 도내 국립공원에 직접 나가 동물을 치료한다"며 "야생동물 유전자 은행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대 배종희 교수팀은 4월 농촌진흥청에서 3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말 질병 및 예방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대학 학생들은 수업 중 마사회 소속 육성목장에서 말을 관찰하고 분비물 등을 채취하는 현장 학습도 한다. 이 대학 우호춘 교수(학과장)는 "말을 주로 연구하는 산업동물연구소도 조만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대는 학과 내 양돈질병연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의 김현수 교수 등은 농가와 지역 축협에서 의뢰한 혈액 샘플에 대해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검사를 해준다. PRRS는 임신한 돼지가 유산.사산 등 번식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병이다. 한 해 샘플 검사 건수는 3000건 정도. 김 교수 팀은 농가에서 의뢰하는 샘플은 대부분 무료로 검사해준다. 대신 충남대 재학생들은 학기 중 지역 농가에서 현장 학습을 한다.

김 교수는 "지역 농가와 협력하면서 국내 질병 상황도 바로 파악할 수 있어 학문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경상남도 진주에 있는 경상대는 남해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 대학은 물고기 연구를 장기로 내세운다. 어류학을 전공한 정태성 교수는 최근 기업과 협력해 특히 양식 어류의 세균감염 문제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학생들을 데리고 인근 바다로 가서 직접 실험용 물고기를 가져오거나 방사한다"며 "양식 어장을 둘러보는 실습 과정도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2005년 대학평가팀

▶종합평가:김남중 차장(팀장).강홍준.고정애.김영훈.강병철.한애란 기자 ▶행정학과:안혜리 기자 ▶수의학과:홍주연 기자 ▶화학공학과:전진배 기자 ▶설문조사:중앙일보 조사연구팀, 리서치 앤 리서치<univ@joongang.co.kr>  
  2005.10.06 06:03 입력 / 2005.10.06 06:55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