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우리는 이제 익명이 되었습니다..

鶴山 徐 仁 2005. 9. 27. 15:00


 
당신과 내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안 어머니가 우체부 아저씨에게 부탁해 당신이 받을 편지를 어머니가 받았지요.
나는 오랜 후에 그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쩌다 마을에 가도 어머니는 나를 감시하였습니다.
어느덧 당신의 편지도 끊겼지요.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청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림을 그린다 하였습니다. 가끔씩 당신을 생각하다 잊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흙을 만지고 있었지요.
흙, 그것은 당신과 어울렸습니다. 당신도 그 냄새가 그 촉각이 다시는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십여년이 흘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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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앞으로 안개가 내렸습니다. 안개를 퍼내듯 당신께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빨간 우편함을 그저 정답게만 지나치며 다시 안개 속으로 몸을 밀어넣었습니다. 당신이 한번 자유라는 말을 발음했습니다.
자유라고? 나는 무릎을 조금 오므리고서 서글프게 그 말을 들었습니다.
당신도 나를 가끔 생각하다 잊었나요? 다시 만났을때 당신은 내게 백야의 땅에서 날아온 한 시인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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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되뇌었지요. 영혼을 표현하기 위해...
나의 시간 맞은편 저울추에 영혼이라는 말이 앉고부터 나는 나를 어쩌지를 못하겠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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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지 못한 나는 도시에서 국화를 만나면 자꾸만 샛길로 접어드는 기분이 되지요.
길을 걷다가 빌딩가에 놓여있는 국화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국화를 꼭 쥐었다가 놓습니다.
손바닥을 코에 대어보면 손금 사이사이로 국화향이 베어 있다가 새어나옵니다.
이따금 국화를 몇잎 따서 팔소매에 놓고 소매를 접어놓기도 합니다.
오랜 후에 자동응답기에서 당신의 목소릴 듣습니다. 나야, 나 결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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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 혹은 초여름. 긴 골목의 장미꽃이 만발한 담벼락에 귀신처럼 몸을 붙이고 나는 피곤하게 중얼거렸습니다.
이젠 나도 내 집으로 가고싶어. 오랜 후에 자동응답기에서 당신의 목소릴 다시 듣습니다. 나야. 나 딸 낳았어.
더 이상 당신의 목소린 들려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딸을 데리고 살고 있겠지요.
잠결에 뒤척이다 이마에 손을 얹게되면 접힌 소매 속에서 향기가 납니다.
꽃은 여전히 순한데 우리는 이제 익명이 되었습니다...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中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 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Stand By Me - Ben E. King

 
가져온 곳: [푸른자전거..]  글쓴이: 아스라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