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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악 지진 땐 '캘리포니아' 섬 된다

鶴山 徐 仁 2005. 9. 11. 19:21

최악 지진 땐 '캘리포니아' 섬 된다

 


[조선일보]

지난해 12월 26일 낮.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현대사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ㆍ서남아 일대를 강타한 지진해일로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만 15만명에 이른다. 유례없는 사망자 수다.

쓰나미(津波ㆍTsunami)는 ‘포구로 밀려드는 파도’란 뜻으로 해안(津)을 뜻하는 일본어 쓰(tsu)와 파도(波)의 나미(nami)가 합쳐진 용어로 ‘지진해일’로 번역된다. 일본이 지진으로 인한 해일의 피해를 많이 겪어와 일본말이 국제어가 됐다.



아프리카·유럽 붙으면서 지중해 사라져

인도네시아의 불행은 국토가 아시아 지각판과 호주 지각판이 맞물리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점. 동남아시아 전역을 초토화시킨 이번 지진과 해일은 전세계 지각판 중 인도ㆍ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축적된 지구 내부의 에너지가 인도ㆍ호주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면을 뚫고 분출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지구의 표층인 지각은 12개의 판(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인도ㆍ호주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남아메리카판, 남극판, 필리핀해판, 카리브판, 코코스판, 나즈카판, 아라비아판 등)으로 덮여 있다. 각각의 판은 두께가 수십㎞에서 200㎞까지 이른다. 이들 판은 연간 수㎝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이바라키현 가시마와 하와이 제도의 하나인 카우아이섬 사이의 거리는 1년에 4㎝ 좁혀지고 있다. 태평양판이 아시아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진의 발생에 대한 가장 유력한 이론인 판 구조론에 따르면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고, 캘리포니아는 미국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 결국 ‘태평양의 마다가스카르섬’이 될 운명이며, 아프리카와 유럽이 달라붙으면서 지중해는 사라지게 된다.

두 판이 접하는 부분에서는 판끼리 밀거나 서로 떨어져나가거나 부딪친다. 두 판이 서로 부딪치는 곳에서는 무거운 쪽의 판이 가벼운 판 밑으로 가라앉는다. 이곳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지진의 형태는 크게 수평단층과 수직단층으로 나뉜다. 수평단층은 지각판이 부딪치며 서로 엇갈리는 형태이고 수직단층은 한쪽 지각판이 상대판에 부딪쳐 밀려들어가는 모습이다. 수평단층에서는 지진해일이 발생하지 않지만 수직단층 땐 대규모 지진해일을 발생시킨다.

인도·호주판은 매우 활동적이어서 매년 동북 방향으로 6㎝ 가량 움직이고 있는데 이번의 경우 리히터 규모 9.0의 강력한 해저 지진으로, 인도·호주판이 유라시아판의 아래쪽을 파고들면서 거대한 해일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인도의 땅이 태국ㆍ말레이시아를 지탱하는 대륙 밑으로 약간 파고들어가 지구의 일부분을 들어올리면서 지진이 발생했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지각판이 매년 6㎝ 속도로 북쪽으로 밀고올라가 아시아 대륙판과 충돌하면서 솟아오른 것이다. 지진이 땅 위에서 발생하면 땅이 갈라지고 건물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지만 해저에서 일어나면 지각판의 충돌로 바닷물 전체가 흔들리는 충격을 불러 물기둥과 같은 해일을 유발한다.

바다가 깊을수록 해일의 파고는 높지 않다. 대신 빠르다. 해안으로 다가와 바다가 얕아지면 파고가 높아지고 속도는 느려진다. 인도양 주변국을 휩쓴 이번 쓰나미의 경우 해저 9㎞ 아래쪽에서 지진으로 지각이 약 11m 솟으면서 일어났다. 길이 1200㎞의 파도가 심해에서 시속 700㎞로 달렸다. 하지만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배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할 정도의 파고다. 그 파도가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 높이 10m로 돌변했다.

지구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이나, 남북 아메리카 대륙의 서쪽 등 태평양을 둘러싼 모양으로 지진 다발(多發)지대가 분포하고 있다. 지진은 주로 지각판 경계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지진이 잦은 일본열도는 4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즉 서쪽의 유라시아판, 동쪽의 태평양판, 북쪽의 북미판, 남쪽의 필리핀해판이 그것이다. 한반도가 놓여 있는 유라시아판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특히 인도·호주판의 북상은 동아시아를 더욱 동쪽으로 밀고 있다. 그런데 유라시아판의 동쪽 끝에는 오히려 서쪽으로 이동하는 태평양판이 딱 버티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쓰나미의 80% 이상이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다. 한국은 일본이 태평양과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쓰나미의 피해를 거의 당하지 않는다. 일본열도가 태평양의 쓰나미를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지각의 여러 판이 마주치는 지점으로 화산과 지진이 잦은 곳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진해일 또한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섬에서 발생했다. 강력한 화산 폭발로 섬 북쪽의 3분의 2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면서 30m 높이의 쓰나미를 동반해 3만6000여명이 숨졌다. 1755년 포르투갈을 강타해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진해일도 유명하다. 하지만 지진해일과 가장 밀접한 나라는 역시 일본. 서기 648년에 처음 쓰나미가 기록에 나타나는 것을 시작으로, 1896년에는 혼슈에서 2만7000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번 지진해일의 주요 피해국인 인도네시아도 지난 수백 년 동안 30여 차례나 쓰나미의 공격을 받아 인연이 깊다.



인도 아삼, 카나리아제도 등이 위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은 지구의 얼굴을 바꾸고 있다. 진앙지인 수마트라섬 끝부분이 남서부 방향으로 36m, 그 남서부 섬들도 역시 같은 방향으로 20m쯤 밀려난 것으로 관측됐다. 일본의 도쿄지진연구소는 이 강진으로 길이 560㎞, 폭 150㎞에 이르는 단층이 최대 13.9m 움직였다고 한다. 지형의 변화 및 지각판의 이동은 기울기가 약 23.5도인 지구의 자전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의 지구물리학자 리처드 그로스는 “지구 중심부의 변화로 하루에 한 바퀴 돈다는 지구의 자전 주기가 3마이크로초(100만분의 3초) 가량 짧아지고, 지구의 자전축이 2.5㎝쯤 기울어지게 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미국 지질학연구소의 허드너트 연구원은 “이번 지진이 발생한 뒤 지구축이 다소 변동했고 지구 운동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축이 변하게 되면 태양에서 받는 복사에너지의 양이 지역에 따라 달라지게 되고, 축의 변화 때문에 북극과 남극이 받는 에너지의 양이 많아지게 되면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한 기후 변화도 가능하다.

또한 이같은 지각의 뒤틀림으로 인한 후속 지진 재난의 우려 목소리도 높다.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다음 지진 발생지는 어디며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진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지구상에 한 곳도 없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는 현재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의 여파가 북쪽으로 계속 움직이면 가장 먼저 인도 아삼주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아삼주는 오래 전부터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돼 왔으나 한번도 대형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언제라도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수마트라섬 일대에서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환태평양 화산대는 지진의 잠재 위험 지역이다. 실제 지난 1월 6일 최근 해일로 10만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아체주 주도 반다 아체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6.2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프리카 카나리아제도도 요주의 대상. 쓰나미는 지진뿐 아니라 화산 폭발에 따른 섬 붕괴에 의해서도 발생하는데 이 일대는 잦은 화산 폭발 지역이기 때문이다. AFP 통신은 “아프리카 카나리아제도의 쿰브레 비에야 활화산 폭발로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의 북동부 해안까지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지금까지 7번 폭발한 쿰브레 비에야 화산이 다음 번 폭발할 때는 섬의 서부 측면이 크게 붕괴되어 5000억t의 돌덩이가 물 속으로 한꺼번에 잠기면서 100m 이상의 해일이 발생하고, 이 해일은 시속 800㎞로 8시간 만에 대서양을 건너 미국 북동부 해안을 강타한다는 시나리오다. 과학자들은 이때 바닷물이 내륙 20㎞까지 침투할 것으로 내다본다.

뉴질랜드에서는 ‘남쪽의 섬 지층이 500년마다 지진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500여년 전에 마지막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가까운 시기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엔, 조기경보 체제 글로벌화

지질학자들은 수마트라섬에서 발생한 강진을 최고 등급인 ‘메가스러스트(megathrust)’라고 부른다. 그만큼 이번 지진이 지각을 가장 많이 밀어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에너지가 1995년 발생한 일본 고베 대지진의 1600배 규모였다고 밝혔다.

지진 이후 지진해일 발생 여부와 규모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또한 조기 경보시스템만 갖추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캘리포니아공대 케리 시 교수는 지난해 7월 초대형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을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자에게 알렸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난한 국가의 입장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천재지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이에 유엔은 인도양 연안국들을 위해 국제적인 조기경보체제 구축을 추진키로 했다. 경보체제가 미치는 범위를 올해 말까지 확대하여 글로벌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 해 2000만달러를 지진 및 해일 예방에 사용하고 있다. 일부 태평양 연안 국가들은 미국 하와이 소재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로부터 지진해일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한 나라에 닥친 재앙이 더 이상 해당 국가에만 피해가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사회에서 범세계적인 재난 관리는 당연한 조치다.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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