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와 점심 먹으러 가기 위해 쁠라까 지역을 지나는데
갑자기 교통 통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주요 중심가를 비롯하여
아테네 시가지 전역에 교통이 마비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그리스에서는 시위가 많아서 외지에서 방문한 사람,
특히 관광객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네요.
그리스 북부 관광지로 떠났던 여행자들은 농민들의 시위로 주요 도로가 차단되어
며칠째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일행은 버스 안에서 거의 한시간이나 기다린 후에
우회로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아테네 시내 관광은 시위대의 움직임을 보아 결정하기로 하고
이미 예약시간에 조금 늦었으므로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예전에 리용에 있을 때는 그리스 음식점에도 가끔 갔었습니다.
야채와 해산물이 많이 들어가고 담백한 편이어서 제가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이번에 아테네에서 갔던 식당에서는 별로 그리스다운 특징이 없는
오징어 튀김과 샐러드를 주네요... 간단한 메제네스나 수불라끼 만도 못한...
언젠가 아테네에 다시 간다면 식당 메뉴를 미리 꼭 확인하려고 합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벌써 오후 두 시가 넘었습니다.
삐레(삐레아스)항으로 가서 배를 타려면 서둘러야 했고요...
간단한 시내 관광을 예정 했었지만 포기하고
올림픽 경기장들만 차창밖으로 보며 삐레항으로 향했습니다.
올림픽 경기장과 부대시설 중에는 반년이 지난 지금도 완공되지 못한채
공사를 하고 있거나 아예 공사를 중단한 곳도 있었습니다.
공항과 도로들은 올림픽 덕분에 새로 정비된 것 같은데
예산의 부족과 특유의 느긋함으로 인해 계획했던 도시인프라 개선이
다 이루어지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삐레항에 도착해서 부근의 에기나 섬으로 가는 배를 찾았는데
아뿔싸 5분전에 벌써 출발했다고 하네요. 다음 배는 25분 후에...
그런데 그 배는 작고, 다른 섬에 들러서 가므로 55분 후에
다른 큰 배를 타는게 낫겠다고 -.-
급하게 오느라 아테네 시내 관광도 일부 포기 했었는데
일정관리를 못하는 여행사 측에 화가 났지만
일행을 인솔하는 입장이어서 항의하지도 못하고(애써 느긋한 표정으로)
그 시간을 활용할 방법을 궁리했지요.
그래서 결국 삐레항을 한바퀴 돌며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2500년전에 건설되었다는 삐레항은 제법 큰 항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테네 외곽(서쪽 10킬로)에 있는 조그만 항구로만 알고 있었는데...
배후도시는 인구가 100만이나 되는 그리스 최대 항구도시라고 합니다.
산업항으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았고요,
특히 그리스의 주요 섬들로 향하는 크루즈 선박이 출발하는
부두가 늘어서 있고 대형 선박들이 정박해 있었습니다.
산토리니, 미코노스, 크레테, ... 와아아 @@
언젠가 타게 될지 모르는 큰 배(페리)들을 바라보며
에게해 크루즈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메리나 메리꾸리가 주연했던 '일요일은 참으세요' 장면들와
까잔자끼스의 '희랍인 조르바' 선술집도 생각하고요...
에기나섬으로 가는 배가 정박하는 부두는 삐레항 입구에서 멀지 않아서
다시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부두 바로 뒤쪽에는 전형적인 양식의 그리스 정교회가 있는...
그리고 드디어 우리가 기다리던 포세이돈 엘라스 호에 승선했습니다.
'삐레아스항에서 출발하는 포세이돈 엘라스(그리스의 포세이돈) 호'...
러시아어와 비슷하기에 그리스 문자를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지요.
출장길에 잠시 들른 아주 짧은 아테네 방문이지만
해양국가 그리스에서 잠시라도 에게해 크루즈를 해보고자 추가했던 일정에 따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에기나 섬을 다녀오기 위해 이제 출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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