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장동력은 반도체.전자.통신 등 정보기술(IT) 분야로, 이들의 눈부신 발전이 우리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음은 자명한 현실이다.
또한 IT 산업의 중심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이 두 기업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지하며 세계 IT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고 소비자에게서
존경받고 있다. 이는 아마도 타이밍이 맞는 기술 개발, 미래를 읽는 안목의 탁월함, 적절한 자금력 투입 등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들과 함께 향후 10년 이후 국력을 이끌어 갈 중요 분야 중 하나로 생명공학(BT)이 거론된다. 그러면 우리는 진정 미래에
꽃피울 BT 분야의 밑거름을 국가에서, 대학에서, 산업체에서 준비하고 있는가. 나의 좁은 소견일지 모르지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그러면 무엇부터 풀어나가야 하나? 반도체 기술의 첫 단추는 늦었지만 뒤늦게 발전의 속도를 가속화해 IT 선진국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BT 분야도 마음만 다잡으면 선진 대열에 끼일 수 있을까. BT 분야는 IT 분야에 비해 인력 소모적인 연구가 광범위하게
수행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BT 분야에서 과거 수십 년간 천문학적 규모의 연구비를 투자해 웬만한 원천기술 특허는 이미 확보 중인 선진국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의 졸속적 욕심은 도둑 심보나 마찬가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미래의 BT 분야는 과거 생물학.의약학 분야의 발전 방향과는 180도 전환된 패러다임 아래 발전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연구된
결과가 현재는 불과 수일이면 가능하게 된 다량 집적화(high-throughput)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대단위 시설을 이용한
투자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수년 내에 BT 분야의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더 이상 원천물질의 확보
차원에서 극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를지도 모른다.
국내 제약사의 규모는 연매출 5000억원 정도의 회사들로 그야말로 대형 외국회사와
비교하면 도토리 키재기의 형상이다. 지난해 포천지에서 읽은 바에 의하면 인도의 제약사 중 1997년 매출이 국내 선두 제약사인 동아제약과
비슷했던 곳이 2004년까지 불과 7년 남짓 만에 대규모 제약사로 탈바꿈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인 약품도 서너 개 확보할 정도로 수십 배
성장했다. 그것도 두 개의 회사가.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의 제약사는 그동안 너무 안주 기간이 길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
수년간 선진국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규모의 전쟁을 하고 있어 삼성전자보다 몇 배 큰 회사가 여럿 있다.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는 생명공학
분야의 필수적 기술 중 하나인 PCR이란 기술 특허를 확보, 바이오제약 산업의 길목을 틀어막고 있어 향후 모든 바이오산업 의료 행위에는 로슈로
가는 로열티가 의무적으로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 BT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에는 바이오 제약을 담당할 대형
회사의 출현이 필요하다. IT를 주도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기존 제약사들이 마음을 비우고 합병에 합병을 지속해 큰 틀을 짜든지 현재
자금력을 비축하고 있는 재벌회사의 컨소시엄이 삼성전자 이상의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그나마 국내의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알게 된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해외 유수 과학저널에 속속 발표되는 국내의 원천 발견.발명들을 투명하게 라이선싱, 원천 물질을 확보하고
이를 제품화해 외국 다국적 기업들과 상호 교환하는 전략으로 나아간다면 지금이라도 우리의 입지를 확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제약사의 사업 개발 및 라이선싱 담당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처음은 외국 유명 회사의 경력 있는 전문가를
영입하더라도 전문가 그룹의 풀을 키워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IMF 경제난을 거치면서 뼈아픈 경험을 했다. 선진국의 다양한 금융기법을
앞세운 금융전문가들에 의해 한국 경제가 좌지우지되고 수년 뒤 알짜배기는 거의 그들의 손안에 있을 정도로 모르면 당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 BT
분야 개발 및 사업전문가를 양성하지 않으면 미래에 BT 분야가 풍성하게 열매를 맺을 때 우리는 또 한번 외국 선진 기업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을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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