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Before Sunset - 2 <네가 만지면 난...

鶴山 徐 仁 2005. 8. 27. 17:57

 

Before Sunset  -  2 <네가 만지면 난 분자단위로 녹아버릴 것 같아...>

 


파리의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길모퉁이, 붉은 문 앞에 비둘기가 놀고 있는  카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그 부근 어느 모퉁이 서점에서는 제시 왈라스의 신간 베스트 셀러의 사인회 겸 인터뷰가 있다. <언페이스풀>이라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입구는 좁고 책은 쏟아질 듯 높이 쌓인 서가가 파리의 서점 내부인가보다. 제시는 열혈독자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고 있다. 그가 쓴 소설은 9년 전 기차에서 만난 프랑스 여인 세린느를 두고 쓴 자전적인 소설이었다.

 

 

자신의 경험을 쓴 것인가를 묻는 독자에게 그는 말한다.<우리 모두는 작은 열쇠 구멍을 통해 세상을 본다. 즉 자기가 알고있는 정도로만...>  그녀를 다시 만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독자 자신이 낭만적인지, 냉소적인지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고 한다. 낭만적인 사람이라면 만났다고 여길 것이고,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그들이 만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가 원하는 것은 진실을 향해 싸우는 것이며, 행복이란 무엇을 얻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있느냐에 달렸다고 답변하는 그는 현재의 삶에 적응하며 살려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포 썬라이즈>에서 제시와 세린느, 그들은 9년 전 12월 16일 비엔나 역에서 다시 만나지 못하자 각기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 날 재회하지 못한 아쉬움이 제시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빠리에서 그들은 만난다. 서점 앞 가로수 아래 세린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미 다른 서점에서 그 책을 두 번이나 읽은 세린느, 소설 속의 여인이 자신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드디어 만났다. 그리고 제시가 비행기 탈 때까지 일몰의 시간을 함께 하기로 한다. 세린느가 잘 다니는 카페까지 골목 속을 걸으며 그들은 서로가 그곳에 갔던가? 그리고 왜 약속을 못지켰는지를 궁금해한다. 제시는 그녀가 오지 않은 비엔나역 플렛 폼에서 48시간을 기다렸다. 세린느는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느라 오지 못했었다.

 

 

제시의 인생은 해후하지 못한 그 후로 바뀌었다. <너의 눈을 통해 나를 본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던 두 사람에게 그 날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qlvh

정치사회학을 전공했던 세린느는 지금 그린 크로스라는 환경단체에서 수질 정화나 화학물질에 대한 제어, 혹은 지구를 치료하는 방법을 개몽하며 활동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골수처럼 자기 일을 해명하면서 갑자기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거칠어지는 세린느. 그들은 카페에 들어갔다. 그리고 서로의 행복을 확인해보는 그들의 탐색전은 여전하다. 그들은 서로 만나지 못해서 죽을 듯이 고통스럽던 때, 똑같은 시기에 미국에 살았고 가까운 브로드웨이 11번 가와 13번 가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껏 만나지 못하고 찾지도 못했다.

 

 

카페를 나왔지만 비행기 시간에 쫓기면서도 아직 알고싶은 서로의 남은 부분이 있다. 여늬 사람처럼 결과만 중시하고 과정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흥분하며 세린느는 자신에게도 광적인 사진 작가 남편이 있고 그는 전쟁터에 나가 있다고 말한다. (나중에 보니 그녀에겐 가족이 없었다. 결혼하자고 말한 남자도 없었다. 모든 남자들은 그저 사랑을 나누고는 그녀의 사랑에 감사하고 떠나갔다. 제시 이후 모두...)

 

 

그녀는 말한다. <세상을 나아지게 바꾸는 사람은 정치가나 리더가 아니라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다. 욕망은 생활의 활력소이며 욕망을 가진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친구를 가질 욕구, 구두를 가질 욕구, 갖고자 하는 자격에 대한 욕구... 매 순간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욕구이다.> 그러나 그녀에겐 이미 어떤 욕구도 사라져버린 삭막한 내면만이 남아있다. 그 비엔나의 하룻밤에 그녀의 로맨스는 다 사용되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종교를 갖지 못한 그들, 하나에 열중 못하는 성격 탓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들에게도 온갖 사이비 예언과 점성술과 마법과 처음 듣는 종교까지도 신의 계시처럼 진지하게 믿었던 밤이 있었다. 열정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멀쩡한 종교조차 거부하게 한 것이다.

 

 

낙엽이 날리는 파리의 스산한 거리를 걸으며 그녀는 그 때 그와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94년의 수첩을 찾아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시는 공원에서 분명 잔 적이 있다며 의아해한다. 셀린느는 정말 그 충격으로 정신과적인 임상 치료를 받았는지 모른다. <가끔씩은 기억하고 사는 것보다 잊고 사는 것이 덜 괴롭다고 생각해> 셀린느는 겨우 수긍하며 말한다. (비포 선라이즈를 서너 번이나 본 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들이 잤다고??)

 

 

죽어버린 할머니의 온기 잃은 시신을 보며 그 플렛폼에 가지 못해서 영원히 잃어야하는 제시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녀는 엄청 많이 울었었다.

 

 

그러나 다시 만났으니 <베드  엔딩>은 아니다. 그녀의 섹스에 대한 편집증은 유년의 기억 속에서부터 떠오른다. 그것이 타고난 본성이기도 했고 어머니에게 교육된 관념이었다. 이제는 심령술사도 환생도 믿지 않는다. 마법이나 우주의 신비로운 조율을 말하기엔 그들의 운명은 이미 궤를 달리한 것이다. 할머니가 일주일만 늦게 돌아가시거나 우리가 일주일만 일찍 만나기로 했더라면...

 

 

오늘밤이 마지막이어서 함께 죽게 된다면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공원 벤치에서라도 사랑은 할 수 있었다. 제시는 문득 세느강을 따라흐르는 관광객용 유람선을 타자한다. 4살짜리 핸리라는 아들이 있는 제시에게 유람선의 다음 정착지는 <핸리 4> 이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노틀담 사원의 후면, 그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원도 폭파의 위험 속에 있었던 적이 있다. 한 독인군인의 양심에 의해 폭파되지 않은 것일 뿐,..

 

 

사람들은 사랑도, 결혼도 때로는 매일 먹던 시리얼 브랜드의 이름도 잊을 수 있다. 그러나  함께 보낸 시간의 세부도는 잊을 수가 없다. 모든 사랑은 끝나면 상처일 뿐이고, 사랑이 깊을수록 상처는 크다. 그러니 사소한 것까지 신중해지고... 작은 일에 괴로워하고... 세린느는 한숨쉬며 말한다. <너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었어, 그 때 플렛폼에서 헤어질 때 아침 노을에 비췬 네 붉은 수염이 기억나고... 그리고... 그리웠어,>

 

 

<단 하룻밤의 일을 삼 사년이나 걸려서 책으로 쓴 것은 너를 찾고 그때 네가 어디 있었는지 묻고싶었어. 네가 와줬길 바랬어, 그럼 인생이 달라졌을거야. 서로 전화번호나 주소를 교환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 >

 

 

엇갈린 운명에 대한 회한이 두 사람의 마음 속에 회오리 친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아도 마음 속에는 남아있었어. 결혼 전 몇주간 내내 생각했어. 브로드웨이 13번가를 헤메며... >그런데 결혼할 때는 누구나 상대가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단지 그 시기에 어떤 사람이 앞에 있었는가가 중요하고 그래서 그녀와 결혼한 것이다.

 

 

제시는 말한다. <네가 건드리면... 난 지금 분자 단위로 녹아버릴 것 같아....> 간절한 사랑의 염원이 폭팔하면 원자핵만큼 강한 것일가?

 

 

선착장에 도착한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초 단위로 아쉽다. 택시를 타고 셀리느를 바래다 주기로 한 제시. <더 이상 꿈은 필요없어, 나 자신이 내 것일 때가 행복해, 제대로 된 남자와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어, 어떤 남자와 서로 잘 조화된다면 그건 악마겠지. 아니 그 날 밤 내 로맨스는 다 사용되었어, 이제 사랑 같은 건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겠어, 미워, 네게 진저리가 나, 날 내려줘, 지금, 차 세워, >

 

 

세린느의 발작적인 태도에 당황한 제시. <난 지금 행복해, 네가 천사가 되었건, 우울증환자가 되었건 지금 너를 보는 것 만으로 행복해.> 아들을 위해 결혼을 위장하고 있을 뿐 행복하지 않은 가정을 가진 제시, 그리고 가정을 가진 적 없는 세린느. 그들은 함께 꿈을 꾼다. 다시 그 플렛폼에 서있는 꿈.

 

 

일몰의 어두움이 다가올수록 사랑을 포기해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서로의 가슴에 사무친다. 그래서 헤어질 수 없는 그들은 다시 세린느의 아파트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신다. 세린느가 자작해서 부르는 왈츠 한곡, Let me sing you a walz, about one single night...하룻밤에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이야기이다. 그녀의 소파에서 노래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제시, 노래가 끝나고 죽은 니나시모네의 시디를 들으며 다시 춤추는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제시.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You were for me that night,

everything I always dreamt of in life.

But now you're gone.
You are far gone.
All the way to your island of rain.

 

It was for you just a one night thing.

But you weret too much more to me to say no

I hear rumours about you

About all about things you do.

But when we were together alone

You didn't seem like a player at all

 

I don't care what they say

I know what you meant
for me that day.

 

 

I just wanted another try.
I just wanted another night.
Even if it doesn't seem quite right.
You meant for me much more

than anyone I've met before.

One single night with you, little... Jesse...

 

is worth a thousand with any-body.
I have no bitt

erness, my sweet.

I'll never forget this one night thing.

Even tomorrow in other arms.
My heart will stay yours until I die.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blue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lovely one night stand."

 

 

 

왈츠곡 하나를 불러 드릴게요.

그냥, 내 마음 속에 있던 생각을

왈츠곡으로 지어 불러 드릴게요.

바로 이 아름다운 밤의 노래를요.

 

그 날 밤, 그대는 내게,

내 꿈꾸던 모든 것이었지요.

그러나, 지금 그대 내 곁을 떠나

.비내리는 섬, 그대만의 섬으로

 멀리 가버렸어요. 아주 멀리요.

 

그대에겐 하룻밤의 추억이었겠지요.

내겐 그러기에 당신이  너무 소중했어요.

당신에 관한 소문 많이 들어요.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요.

그러나 우리 두 사람만 따로 있었을 때

당신은 전혀 그런 사람 아니었어요.

 

누가 무어라 해도 상관치 않을래요.

그 날,  그대의 의미, 

나는 알고 있으니까요.

 

                           

다시 한 번 당신 만나고 싶었어요,

다시 하룻밤만 더 만나고 싶었어요.

그게 옳지 못한 일이라고 하여도

그 누구보다도 그대가 내겐 소중했어요..

당신과의 하룻밤은, 제시, 

 

다른 사람과의 수 천 밤보다 행복했어요.

내 사랑 그대, 난 괴로워 하지 않아요.

오늘 이 밤을 잊지 못할 거예요.

내일 다시 다른 이의 품에 안겨도

내 마음은 죽을 때까지 그대의 것.

 

왈츠곡 하나를 불러 드릴게요.

그냥, 내 우울한 마음 있는 그대로,

바로 이 아름다운 밤을 노래할게요. 

 

번역: 해선녀님

 

 

 

<너, 이러다가 비행기 놓치는 것 아냐?>

 

<나도 알아...>

 

fade out...

 

 

 

 

2004.10.26

 

푸른샘

 


 


 
가져온 곳: [푸른샘의 홈스쿨]  글쓴이: 푸른샘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