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南北美洲.濠洲

아, 그랜드케년... 그리고 라스베가스에 버려진 꿈

鶴山 徐 仁 2005. 8. 27. 16:19

7/10 아, 그랜드케년...  그리고 라스베가스에 버려진 꿈


 

사막 위에 계획되어 세워졌던 은퇴노인들의 실버 촌, 그러나 겜블러들에겐 허망한 밤의 도시, 콜로라도강가의 휴양도시 라플린에서의 밤은 너무나 짧았다. 겨우 2시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3시 반에 모닝콜이 요란하다. 그럴 줄 알고 지난밤에 샤워랑 샴프를 했기에 망정이지 정신없이 로비에 내려가니 다들 여행의 베테랑답게 차분히 준비하고 차에 올라서 계신다. 아직 짙은 잠에 빠진 도시, 라플린의 좁은 골목길을 헤집고 나서니 푸르고 속깊은 콜로라도강이 묵묵히 따라온다. 아, 내 생애 또 다시 여길 올 수 있을까? 멀고 먼 길을 달려왔다가 이렇게 새벽 봇짐을 싸며 나서고 보니 묘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이제 차 안에서는 남은 잠을 자라고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곡, 시크릿 가든이 졸졸 흐른다. 새벽빛이 시들면서 황금빛 아침 햇살이 검은 산의 실루엣을 어루만지고 넘어온다. 구릉진 사막은 덤불 트리와 노란 모래밭, 그리고 특이한 지층이 드러난 단애의 암벽을 보여주며 펼쳐져있다. 지층이 드러난 낭떠러지 사이로 아침햇살이 눈부시게 떠오를 때 오아시스 아니 산골주막 같은 아리조나 밥집에 도착하기까지 지금 가고있는 그랜드 케년에 대한 또 한바탕 지리공부가 시작된다. 브라스 케년과 자이언트 케년이 각기 합쳐서 지구의 나이테라는 13개의 단층을 형성했는데, 이를 통해서 지구의 나이를 24시간으로 보았을 때 인류의 기원은 단 2초에 불과하다나? 꼼꼼히 적고 있는 내가 가장 무섭다는 가이드의 얼굴을 피하며 실웃음을 흘렸다.

 

 


 

 

열악한 환경, 지금도 연기가 오르는 분화구를 가진 화산 폭발의 위험이 있는 그랜드 케년에 아직도 인디언들이 사는 이유는 바람과 달과 해와 별같은 일월성신과 늑대와 독수리같은 자신들의 조상의 현신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믿음 때문이란다. 척박한 사막에서 치루는 장례문화는 독특하다. 널빤지 위에 선조의 시신을 널어두어서 독수리가 먹게하고 그런 독수리를 신격화한다는 것이다. 인디언 보호구역 내에선 도박이 합법적이어서 카지노로 부를 축척한다. 오래전 이들 인디언의 나마호부족은 아시아를 지나 베링해협을 건너서 알라스카를 돌아서 라틴아메리카를 지나서 맥시코로 이동한 궤적을 가지고 있다니 우리와 검은 머리카락, 피부색과 얼굴 형태가 유사한 것이 그럴 듯하다.

 

 


 

 

그랜드케년을 가지고 있는 아리조나주는 미국에서 48번째로 잘 사는 주란다. 수도는 피닉스에 있는데 불사조, 승리했다는 뜻이라지만 기껏 <그랜드케년 스테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니 아마 이곳은 관광 수입이 대부분의 수입원인 듯하다. 이곳 아리조나 주립대학은 대학 중에서 가장 해발이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천문학 연구가 발달한 대학이란다. 눈, 비가 많고 계곡의 깊이가 1600미터인 케년의 빠른 기류현상이나 돌풍에 대한 연구에다가 지각 변동에 의한 콜로라도강에 미치는 영향까지... 천문학이나 기상학, 지질학의 발달이 그럴 듯하다. 가장 흔한 카이밥 나무는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를 연상시키고... 어디선가 나타날 것 같은 인디언 얼굴의 어린왕자, 휘날리는 긴 스카프를 환상으로 보았다.

 

 


 

 

저 멀리 엘에이쪽의 험프리산은 여름인데도 허연 눈을 이고 있다. 이십억 오천만년 전의 카이밥스퀘어 화석을 가진 자연의 만리장성, 길이는 277마일이고 폭은 10마일, 깊이는 1마일이며 120만 에이커의 범위를 가지고 있는 그랜드 케년은 매년 삼백 만 명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단다. 1919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랜드케년 4개의 가지 중에서 이스트 림은 인디언 보호구역이고 웨스트 림은 낮아지는 계곡으로 리프팅이나 레저 활동지이고 노우스 림은 6,7,8월만 개방하는 곳이며 2500미터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흔히 관광객이 가는 사우스 림(South Rim)을 향해서 가는데, 계곡 아래 진록색의 콜로라도강을 맨 처음 1869년에 탐험한 존 웨슬리 파월 소령은 <콜로라도강은 마시기엔 너무 진하고 뱉기에는 너무 깊다>고 말했다나?

 

 


 

 

좁아지는 길을 슬슬 달리던 차가 서행하자 문득 장엄하게 솟구치는 음악의 서곡과 함께 갑자기 가려졌던 숲이 벗겨지고 순식간에 그랜드 케년이 안전에 도래했다. 깜찍한 가이드의 연출 솜씨에 놀라면서 모두들 탄성을 지르고 벌떡 일어나 유리창 밖을 내다보았다. 보랏빛 운무에 감싸인 엄청난 장관이 바로 곁에 있었다. 정말 압도하는 자연 그 자체의 장엄함에 눈물이 솟구칠 것 같았다. 여기에서야 사람이 지구의 나이를 세어볼 수 있다는 영특함이 이해가 되었다. 각기 다른 색깔과 다른 자태를 보여주는 저 오묘한 자연의 광경은 미국의 것도 인디언의 것도 아닌 하나이신 신과 창조물 인간의 오롯한 만남의 접촉 단면일 뿐이다.

 

 


 

 

모두들 서둘러서 차에서 내린다. 계곡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철책 안을 걸으라는 주의를 들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도 저 아래 살고 있는 원주민, 아파치 인디언의 선조라는 아나사지족의 조랑말이 지나가는 길이 멀리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나있다. 물이 흐르고 하얀 텐트가 보이고 가느다란 그들의 삶이 슬프게 이어져 보인다. 아나사지족은 기원후 5백년 경에 이곳으로 이주하여 이 계곡에 서식하고 있던 사슴이나 야생 양 토끼 등을 사냥하며 살아왔다는데, 그 후 이곳을 스페인이 발견했고 드디어 이백년 역사의 일천한 미국의 눈에 띠여서 그들의 소유가 되어서 지금 우리들 앞에 놓여 있다.

 

 


 

 

도착하기 전 나에게 이 계곡의 예감은 낮고 흐린 재색에 붉고 젖은 주황색으로... 무한히 고요하고 무한히 넓게 열려있었다. 화보 속에서처럼 무엇에도 놀라는 일없이, 무엇에도 화내는 일 없이 무량 적막강산과 같은 자세로 멈춰있었던 것이다. 마치 어렵게 도달했던 백두산의 영봉과 천지를 만나던 그 감회로 기다리고 기대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매일, 매 시간, 순간순간이 다르다는 이곳은 쉼없이 휘발하고 쉼없이 스쳐가는 구름과 안개로 변화하는 자연, 뜨거운 마그마를 토해내는 살아있는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거대한 골짜기 속에 그 변화를 축척하고 녹여내어 품은 자의 평안과 아름다운 고독의 무게가 두껍고 깊게 고여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은 풀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저 한 미물처럼 계곡에서 불어 올라오는 상서로운 기류만을 심호흡했다.

 

 


 

 

야바파이 포인트에 있는 전망대와 안내센터에서 가장 넓게 보이는 시야를 관람하고 마그넷 바와 그림엽서 몇 장, 그리고 그랜드케년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맥가이버 주머니칼을 하나 샀다. 여기에서는 그랜드 캐년에서 발견된 어류나 거북이의 화석 등을 전시해 두고 있어서 기념품이나 비디오 태입, 책자 등을 골고루 살 수 있었다. 아쉽지만 다시 차를 돌려 그랜드케년 빌리지에 내려서 점심을 먹고 기대하던 경비행기장으로 향했다. 안전을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랴. 탑승료 120불을 아끼고 I-MAX 영화관으로 향하는 이도 절반이나 되었다. 사실 경비행기 탑승보다 더 멋진 것은 인디언이 사는 마을까지 조랑말을 타고 내려가서 하룻밤을 그들의 동네에서 민박하는 350불짜리 일박 투어라 한다. 사진찍기 좋은 곳에 상주하는 저 다람쥐, 아몬드를 주니까 볼 안에 넣어두고 또 달란 듯 쳐다본다. 아, 이 놈도 관광지에서 닯아빠진 놈이로구나... ㅊㅊ

 


 

그랜드케년 항공사의 19인승 경비행기 조종사 찰스는 관광객의 심중을 헤아려서 비행기를 착륙해두고 사진 찍기 좋은 곳에 발자국 스템프를 찍어놓았다. 딱 그 자리에 서면 조종사랑 찍어주는 전문 찍사도 준비시켜 두었다. 사진 한 장에 18불, 일행 중의 한 명이 사서 스켄해서 보내주기로 하고 우리도 단체로 찰칵. 비행기는 안전벨트로 꽁꽁 묶고 좌석의 헤드폰으로 머리를 다시 한번 움직일 수 없게 한 다음 이륙한다. 날개를 비틀거리며 계곡 사이를 지날 때의 어지러움은 스릴이 아니라 멀미였지만... 움직이는 계곡의 단면을 보는 맛은 이것이 수위 지구 제 3의 역사라는 표현을 실감나게 했다.

 


 

 

웅혼한 자연의 모습, 폭 100미터의 콜로라도강은 붉은 밤색이다가 청록색으로 흐르며 277마일을 흐르는 동안 161개의 급류를 굽이친다. 저 아래 아나사지 유적지로 가는 하얀 오솔길이 보이고 짙은 입김이 토해지는 분화구 곁도 지난다.

 


 

 

약간의 멀미로 정을 뗀 그랜드케년을 떠나니 이제는 후버댐을 향하는 길 3시간과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2시간 반을 더 달려야한단다. 금세기 토목공학 기술의 결정체라는 후버댐을 본듯 만듯 잠에 빠져서 경주마대신 벤츠를 타고 아리조나의 초원을 한없이 달렸다. 라스베가스의 밤은 또한 기대되는 화려함이다. 고객을 라고 극존칭으로 부르는 그들의 상술과 벨라지움 호텔의 규모, 마피아 거부들이 주체 못할 돈을 가지고 장난하는 카지노 야담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롯데 호텔의 객실이 천개라는데 이곳 엠지엠 그랜드의 객실은 오천 개라니...카지노장의 크기가 축구장 세 개를 보탠 것만 하고 이십만 명을 수용하는 객실이 년중 90%이상의 예약을 자랑한다. 거기에 근무 종업원이 만 명이란다. 나만 들은 뻥인지 모르니 누구든 확인 바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눈을 휘둥글리고 바깥을 구경하는데 어느덧 스트라토스피어(stratosphere, 성층권?) 타워라는 높이 430미터의 탑이 보이고 그곳에 간 떨어지게 하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 4가지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아스라이 보인다. 아이를 그곳에 맡겨두고 부부가 카지노에 들어가도 까딱없이 잘 봐준다니... 게다가 이곳 네바다주는 결혼 하는데 5분, 이혼하는데 3분 걸리는 초고속 시행이 가능한 곳이란다. 문제는 돈을 따면 5분짜리를 하게되고 돈을 잃으면 3분짜리 계약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다가 어쩌면 저 놀이기구 타는 성층권 탑에 장기적으로 맡겨지는 아이가 생길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호텔인근의 한식집에서 간략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자마자 바로 출동이다. 라스베가스의 야경 중 전구쇼를 하는 7시 몇분 부터가 피크란다. 전구쇼는 우리나라 엘지 전자가 맡은 후 엄청 확대시켜서 그 화려함고 재미가 대단하다기에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어느 구석에소 한국적인 냄새가 전혀 없어서 좀 서운하기도 했다. 한국의 모 재벌 회장이 돈을 빌린 손 큰 여자와의 사건으로 알려진 미라지호텔의 분수 앞에서 벌어지는 화산쇼도 보았다. 브라질 삼바 축제가 열리는 음식과 웨이트레스가  최고라는 리오 호텔, 어린이 게임동산을 가지고 성층권 위까지 치솟은 타워호텔, 스티브 윈이 소유주인 원호텔. 보물섬호텔... 밤의 호텔 외관은 찬란하기만 하다.

 

 


 

 

영화에도 소개되었던 벨라지오 호텔은 년중 14번 정도 바꾸어 열리는 생화의 가든 쇼로 유명하다는데, 마침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서 꾸며논 꽃들로 특히 아름다웠다. 원산지에서 직수입한 꽃들을 후버댐 미들호수에서 끌어온 물로 매일 교환하며 돌보는데 단 한 송이도 시든 것이 없게 정성을 기울인단다. 이 호텔 앞의 분수쇼가지 호화의 극치를 엿보고 다시 차에 올라서 권투선수 김기수가 고온과 탈수로 사망한 시저스 팔레스 호텔, 셀린 디옹만이 노래할 수 있는 전용의 원형경기장 무대와 자기 집을 그대로 꾸며 가진 호텔, 벅시 시갈이 맨 처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녀를 형상화해서 지었던 플라밍고(홍학)호텔, 에펠탑과 사용한 철근의 개수도 똑 같게 지은 파리호텔, 레이저 빔이 나오는 피라밋 모양의 럭서호텔...

 

 


 

 

다른 일행들은 발리호텔에서 보는 쥬빌리 쇼에 가고 우리는 서둘러 숙소에 돌아왔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엘에이에서의 일정을 챙기려면 다시 새벽 4시에 출발해야하는데 이렇게 늦게 다니다간 또 다시 운전기사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생각해보니 라스베가스엔 괜히 왔다. 라플린에선 콜로라도강도 보고 또 카지노의 맛이라도 보았는데 여기서 뭘 또 한담. 이렇게 차를 타고 얼마나 달려야하는데... 그래서 아깝지 않으려고 둘러본 라스베가스의 짧은 야경을 속절없이 길게 써둔다.

 

잠시, 일본에 다녀옵니다. 동경과 나고야에 있는 대학 그리고 애이지 국제박람회 ... 이번에는 마음껏 쉬고 오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 업무차 온 일본어권 대만인에게 관광 안내 겸해서 일어 회화 좀 해보라고 붙여서 예습하게한 나뭇꾼 때문에 지금 머리에서 김나고 쥐나고... 터지기 직전입니다. 해선녀님이 그냥 부딪혀보라고 안죽는다던데...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운전보다 쉽다니요...ㅎㅎㅎ

 

 


2005.7.30

 

푸른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