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南北美洲.濠洲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鶴山 徐 仁 2005. 8. 27. 17:40

7/9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은...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아몬드농장과 포도밭 그리고 목초지를 두루 구경하며 금잔디가 곱게 덮인 구릉을 지나자니 정말 경주의 왕릉을 무더기로 매다 부려 논 것같다.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古都 경주에 가서 보고 느끼는 게 무얼까를 곰곰 생각하니 조금은 심난하다. 간간히 박혀있는 올리브 나무같은 잔잔한 나무들... 이제 모하비사막으로 들어서는 지루한 여정이다.


우리가 탄 벤츠사의 대형 버스는(6억짜리) 에어컨 시설이 머리 위와 발아래까지 있어서 가끔은 발이 시럽다. 중국인 운전사 cy는 무뚝뚝하고 억센 영어 악센트로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한다. 그런데 그게 모두 차 안을 깨끗이 쓰고 교통법을 지키라는 소리이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마다 호텔에서 훔친 목욕 타올같은 걸 발판에 깔아두고 털고 올라오라한다. 먼지가 바닥에 떨어지면 아래 에어컨이 막혀서 고장 난단다. 처음엔 기계처럼 딱딱한 그가 싫어서 아무도 인사를 안하고 무슨 별종 보듯 했는데 겪어보니 정말 성실하고 일에는 빈틈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저리 무식답답하게 보이는 사람에게 이런 고가의 차를 맡기는 거겠지... 타국에서 자식 교육에 일념으로 일하는 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다.

 



미국은 식량과 함께 자기 나라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을 아끼고 아끼는 나라다. 그러기에 최종까지 살아남을 궁리를 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인다. 대체 에너지 개발의 의도로 이곳 사막에도 풍력발전소 단지가 줄줄이 있다. 가끔 돌아가지 않는 풍차는 다 축전이 된 것이고 축전기는 에디슨 전기회사에 보내진다. 서구 잘 사는 나라들은 너도나도 하이브리드 전기 자동차나 물자동차가 나온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태양에너지나 수소로 가는 자동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종종 보았지만 에너지 정책이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태도에도 문제가 많이 있다. 아무튼 난 올해도 에어컨을 안사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약간의 애국심을 챙겼다.


정의한님이 소개했던 Joshua tree (여호수아 나무)가 정말 기이한 형태로 팔을 들고 서 있다. 가장 멋진 포즈의 나무를 사진 찍으려고 했지만 시속 14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차안에선 잘 안 잡힌다. 해발 600미터 이상에서 사는 선인장의 일종이라는 이 나무는 몰몬교도들을 도피처로 인도하는 나무라는 의미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사막 한가운데 내려앉은 경비행기들의 중고시장도 보았다. 이 사막의 드넓은 땅은 간단히 두 겹의 아스팔트만 갈면 활주로가 되어주기에 비행기 중고 시장이 생겼단다. 여기에 멈춰있는 비행기가 많은 회사는 곧 망한다나? 대한항공의 비행기 날개도 하나 눈에 띈다.

 




점점 건조한 땅으로 다가가는지 사막에 잘 산다는 덤블 추리가 보인다. 지난봄에 그런대로 비가 많이 와서 파란 수세미처럼 무성히 자란 이 나무들은 뿌리가 몸채의 열배나 된다는데 원래 노란색 수세미 덩어리같은 것이 <황야의 무법자>같은 영화를 보면 총잡이들의 숨을 곳이 되어주기도 해서 가끔 본 것 같다. 년간 강우량이 10밀리 정도인 모하비 사막은 과거 바다가 융기해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모래 속의 소금기와 잔존하는 거북이와 해저 화산 활동의 결과인 까만 현무암의 존재이다.

 

모래밭의 소금은 채취해서 공업용으로 이용하고, 아직도 선인장을 뜯어먹고 사는 거북이가 있다 한다. 작은애에게 줄 티셔츠를 하나 사면서 보니 캘리포니아 로고와 거북이 사진이 박혀있다. 가끔 프리웨이주변에 보호 철조망이 쳐져있는데 그게 다 그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자연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전갈이나 방울뱀을 주의해야한다니까 아무도 도중에 노상 용변을 보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지루한 사막을 무료하게 달리자 가이드는 전면에 접힌 화면을 내리더니 한국영화 <내 마음의 풍금>을 보여준다.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서 냉정과 열정을 읽던 시절의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일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일정 대상도 아닌 그대가 보고 싶어졌다. 문득 연실에서 끊어진 가오리연처럼 회오리바람을 타고 뒤뚱거리다가 사정없이 곤두박질치는 마음이 되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불어주던 휘파람이나 하모니카소리가 그리운 심정으로 전도연과 이병헌의 영화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긴장과 흥분이 斷續되는 여행 중에 난데없이 불어온 한줄기 바람처럼 사막을 건너온 그대의 흐린 얼굴을 만났다.


사막 한가운데는 대규모의 폐차장도 있다. 얼마나 달려버린 몸인지 쇠잔하고 지친 차들의 시체가 고려장처럼 버려져있다. 어디선가 오, 세난도~~ 노래가 흘러나오고 드디어 네바다주로 넘어온 모양인지 팻말이 보인다. 이제 화면은 최신형 플라밍고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영화 <벅스>를 보여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카지노의 세계가 폭력적이고 잔혹하게 진행된다. 지금 지나가고 있는 바스토 지역은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군기지 40개를 가지고 있는데 해병대나 특전사 기지가 있어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우주항공선 콜롬비아호도 플로리다에서 발사하고 이곳 모하비 사막에 착륙하는 것으로 실험을 한다. <팻튼의 전차부대>를 촬영한 라스토 지역은 교통의 요지라는데 역시나 각종 군사실험의 장소로 이용된다.

 



정면의 온도계에서 보이는 외부온도는 화씨 100도를 오르내리는데 사막길을 꾸벅꾸벅 졸면서 달린다. 간혹 내다본 창밖은 잔풀과 덤불 추리가 바위 사이로 몽실몽실하게 흩어져있다. 낙타 위에선 졸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데... 다들 졸음에 지쳐서 염치 불구하고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잠이 들었다. 저녁이 되자 산기슭에 깔리는 저녁 이내인지 안개인지 푸르스름한 너울이 거대한 산줄기를 덮어오는데 그 엄청난 크기와 속도가 또한 장관이다.


도박의 도시, 라플린은 형질 변경된 경작 시범지였다는데 은퇴한 노인들의 실버타운으로 도시 구성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콜로라도 강을 끼고 있는 이 도시는 습기가 적어 관절염 환자들에게 유리했단다. 카지노의 대부인 란 라플린이 이곳에 카지노를 세우고 은퇴한 할머니들을 웨이트리스와 딜러로 고용해서 그들에게 생활비를 벌게 하고 노후한 시설을 바꾸어주었다. 적, 흑, 황색으로 흐르던 콜로라도 강은 록키 산맥에서 시원하여 그랜드 케년을 지나면서 6개의 댐을 거치고 네바다주로 흐른다. <코로라도>라는 이름은 우리나라 세종대왕이 작명한 것인데, 이곳을 관광하신 세종이 목이 말라서 물을 떠오게 했단다. 그런데 성급한 하인이 그릇을 준비하지 못해서 그럼 코로라도 마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나? (말이 잘 안되네, 기억력이 나빠서... zz)

 



아무튼 지루한 사막을 달리는 동안 영화 두 편을 보고 점심으로는 거대한 스테이크를 먹었다. 라플린의 속소 레이디 파크 앞에서 차를 내리니 온통 뜨거운 열기가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도망치듯 호텔 로비로 들어서니 입구부터 주루룩 현란한 색깔의 카지노 기계가 맞아준다. 1815호, 제법 높은 방에 오르니 아, 호텔 바로 아래로 둥글게 감싸며 흐르는 푸른 콜로라도강...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래 오늘밤에 저 강물에 지는 달그림자를 꼭 봐야해. 전면과 우편이 모두 통유리로 된 전망 죽이는 이 방은 어둠이 깔리면서 떠오른 야광불빛들로 창밖은 검은 벨벳에 온통 보석을 깔아 논 듯하다. 현란한 보석의 바다를 업고 어둠 속의 콜로라도 강은 두텁고 아름다운 중후함으로 고요하다.


저녁 식사 후 여기가지 왔으니 슬슬 카지노 체험을 가잔다. 네바다 도박협회가 승인한 슬롯 머신은 승률이 99%라는데 세금 47%를 때고나면 얼마가 남는지 모르겠다. 십 불, 이십 불씩 한정된 돈을 쥐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는 갖가지 농담과 기 살리기 우스갯소리로 왁자하다. 아직 초저녁이라서 다들 흥분된 모습으로 굿 럭을 빌어주는데... 일행 중에 돈을 따면 갖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는 공약에 다들 물건을 고르려고 먼저 기념품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것저것 점점 비싼 물건을 추켜들고 대박을 기원하면서 낄낄거리는 재미가 그만이다. 나는 먼저 선물할 인형과 유리공예품, 간이 여행 가방을 하나 샀다. 그리곤 낮에 차에서 실컷 자둔 덕에 늦도록 카지노를 돌며 도박의 맛을 터득하고 놀았다. 결과? 모든 삶의 끝처럼 결론은 공수거, 허무였다.

 



2005.7.26

 

푸른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