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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러 훈련과 강대국들의 '거대 게임'

鶴山 徐 仁 2005. 8. 24. 21:18
[시론] 중·러 훈련과 강대국들의 '거대 게임'
김성한·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미주연구부장
입력 : 2005.08.24 18:40 03'


▲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미주연구부장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의 코앞이라고 할 수 있는 산동반도와 서해에서 8월 18~25일 사상 최초로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중국 군부는 작년 말 군사훈련을 계획하는 초기 단계에서 훈련지역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중앙아시아 인접지역, 동북 3성’ 등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정된 훈련지역은 서해와 산동반도였다. 2년 전인 2003년 8월 중·러를 포함한 상하이협력기구(SCO) 6개 회원국들은 중앙아시아에서 반(反)테러 공동훈련을 실시했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중·러 합동군사훈련의 후보지로 2005년 초 중국 서부지역과 동북3성을 제안했다가 최근 들어 산동반도와 서해로 바꾸었다. 이는 중국이 중앙아시아 지역 못지않게 동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가 올 7월에 발간한 ‘2005년 중국 군사력 평가 보고서’는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군사력이 대만에 위협이 되는 차원을 넘어 ‘지역적’ 차원에서 위협이 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미국 부시 행정부는 최근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협력 외교를 공세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일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고,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런 가운데 최근 미 국방부를 중심으로 “중국이 미·중 협조 분위기를 역이용하여 투명성이 결여된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부시 2기 행정부는 동아태전략 전반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의 이러한 미묘한 분위기 변화와 중·러 합동 군사훈련 장소의 변화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서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이미 9·11 발생 직후부터 예사롭지가 않았다. 냉전기간 동안 러시아의 영토였던 중앙아시아 지역이 러시아의 영향권을 벗어나자 미국은 9·11이후 코카서스 지역, 중앙아시아, 중동지역에 직접 들어가 ‘미국적 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협이 가장 높은 이 지역에 안정적 질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2, 제3의 9·11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의 어설픈 미·중·러 세력균형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안팎의 ‘네오콘’들은 경제발전을 해 나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 확보에 부심하고 있는 중국의 대(對)중앙아시아 및 중동 접근, 즉 중국의 서진(西進)을 차단해야 중앙아시아에서의 안정적 질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중·러의 입장에서 볼 때 합동 군사훈련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공세적 진입, 그리고 아태지역에서의 대(對)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중·러 군사훈련은 ‘미국적 단극 질서의 문제점’을 빙자한 중·러의 영향력 확대 시도다.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북핵 문제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에 강대국간 ‘거대 게임(great game)’이 첨예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곧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이후에도 한국의 안보 도전은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우리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비전을 설정하고 중장기 국가전략을 짜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