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저런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을까

鶴山 徐 仁 2005. 8. 18. 07:32


 

위 사진을 보노라니

재작년 즈음 어느날의 풍경이 또다시 기억에 새롭습니다.

오후시간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내는 관계로
가끔 아름다운 모습들을 접하게 됩니다.
제 기억의 저장고 상태가 양호하다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을법한데
아주 콕 박힌 기억들 아니면 가슴 찡 그 신호만으로 아웃 되어버린
삶의 조각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날도 신호등이 바뀌어 제 차는 횡단보도앞에 서 있었고
팔 차선의 넓은 횡단보도를 건너자면
빠른 걸음으로 걸어야만 신호 바뀌자마자 달리려 폼 잡고있는
성질급한 차들의(저도 그 무리중 하나이지만^^)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푸른불의 깜박임과 함께 여럿의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그 중 한 할머니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보기드문 할머니의 머리 때문이었을거예요.
간편하다는 이유로 머리를 뎅강 자른 퍼머머리 할머니들이 수두룩한데
허연 머리를 곱게 빗어넘겨 뒤에 비녀를 꽂은 모습이 참 아름다웠거든요.
근데 제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시킨 모습은 그 때문이 아니었어요.

당신만이 건너기에도 힘겨워뵈는 그 할머님의,
한 손은 머리에 인 자그만 보퉁이에
또 한 손은 허리가 구부정해 할머니보다 더 작아진 할아버지의 등어리에...
어미가 코흘리게 아이를 데리고 거리를 걸으며
혼자 걸어보겠단다고 고집피우는 아이의 불안스런 걸음마를
등어리에 닿을 듯 말 듯 손가락 펴 지키듯 영락없는 그 모습이었습니다.
빨간불로 바뀌고 아슬아슬한 사이로 길을 다 건넜을때까지
할머니의 손바닥은 그렇게 할아버지의 등어리에 닿아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한 마디 나누지 않고 살아왔을 노부부지만
두분 사이에 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잔잔한 사랑이
그림처럼 그려지는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제 기억창고가 부실함에도 새어나가지않아 위 그림을 보니
어제 본 모습인듯 생생하여...


 
가져온 곳: [골짜기 그 너머에는]  글쓴이: 띨빵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