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航空 宇宙 관련

항공기 기장과 부기장의 역할(조갑제 칼럼)

鶴山 徐 仁 2005. 7.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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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의 실수를 부기장이 방치할 때

가장 안전한 것이 항공기라고 하지만

오늘은 항공사고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항공기 여행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통계적으로는 여객기를 타고 죽을 확률보다는 그 여객기를 타기 위해서 공항에 나가는 택시 속에서 죽을 확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항공기사고로 죽는 사람보다는 벌에 쏘여서 죽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항공기사고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더 높아가는 것은 인간이 원래 땅을 딛고 살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높은 데 올라간다는 것 자체가 공포인데다가 항공기 사고는 갑자기 공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승객의 입장에서는 주체적으로 무슨 수를 쓸 수도 없어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공중에서 비행기가 고장나면 세워놓고 고칠 수도 없습니다. 자그만한 실수나 사고, 예컨대 조종사가 고도계 수치를 착각했다든지, 새가 엔진 속으로 들어갔다든지 하는 사소한 사고가 수백 명의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이 항공사고의 특성이 항상 사람들의 뇌리를 누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만 타면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비행공포증에 걸린 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조종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종석에서 조종사들이 태연하게, 자동적으로 첨단계기를 조작하는 것을 본 승객들은 안심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항공 여객수송 인원이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이다. 1980년에 우리나라 항공사가 수송한 여객수는 4백40만 명인데 1997년에는 4천3백12만 명으로 열배나 늘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강 한 해에 한 번씩은 비행기를 탄다는 통계인 것입니다. 여객기 대수도 1980년에 37대이던 것이 17년 뒤엔 1백62대로 늘었습니다. 1980년에 국제항공노선은 32개에 불과했는데 1997년엔 1백16개소. 국내도시를 연결하는 노선수도 1980년의 13개에서 32개로 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항공산업이 번창하면서 비행기사고도 많이 났습니다. 1980년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서 발생한 6건의 큰 사고로 7백75명이 죽었습니다. 1980년 대한항공 점보기의 김포공항추락 사고, 1983년 대한항공 007격추사건, 1987년의 김현희(金賢姬)에 의한 대한항공 폭파사건, 1989년 대한항공 트리폴리 공항 추락사고, 1993년 아시아나 항공의 목포 공항 추락 사고, 그리고 1997년의 괌추락 사고.

우리나라의 항공사고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1억인km 당 사망자수는 세계평균이 0.04명인데 우리나라는 1.5배인 0.06명입니다. 항공사고의 원인은 압도적으로 조종사 과실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심한 편입니다. 1975년부터 1997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46건의 항공사고중 조종사가 잘못한 것은 36건으로서 78.3%나 됩니다. 이는 세계평균인 64.4%보다 더 높은 편입니다.

조종실의 민주화

흥미 있는 사실은 조종사 과실이 높은 지역은 아시아라는 점입니다. 백만 비행회수 당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사고회수를 보면 북미(北美)에서는 1.3회, 유럽은 2.7회, 중동(中東)은 2.1회, 남미(南美)는 4회인데 아시아 지역에서는 5.9회, 우리나라는 4.86회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시아 조종사들이 특히 사고를 많이 내고 있는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것은 유교적인 전통에서 우러나오는 권위적 서열의식입니다. 조종실에 있는 2명 또는 세 명의 조종사들 사이의 인간관계가 너무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의 실수를 솔직하게 지적하여 실수를 줄이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機長이 실수하는 것을 副機長이 보고도 죄송한 마음 때문에 지적을 하지 않아 대사고가 나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사례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조종실에서만 있는 일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조종실인 청와대에서도 똑 같은 일들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호의 機長인 대통령이 실수하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참모들이 그 권위를 존중해준다는 명분으로 감히 지적을 하지 않고 방치하여 대한민국호의 승객인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린 것이 바로 金泳三 정부하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조종실의 민주화가 사고를 막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항공기 사고가 많이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더딘 곳이고 적게 나는 지역일수록 민주화가 잘된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의 핵심은 계급의 상하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직무에 관련된 생각을 솔직하게 개진(開陳)할 수 있는 인간관계인 것입니다. 조종실의 민주적 인간관계를 보장하고 촉진하는 회사의 민주화, 사회의 민주화, 언론의 민주화가 항공사고를 줄여준다는 얘기이기도 한데 이는 항공사고는 그 사회의 문화수준을 반영한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언론의 민주화란 사실중시(重視)의 원칙에 충실하는 자세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저는 최근에 1997년 8월 괌공항에서 발생하여 2백28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대한항공801편 점보기의 착륙사고를 알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미국의 교통안전위원회에서는 사고기에 실려 있던 조종실 녹음장치를 풀어서 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이 사고의 원인을 거의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조종석에 있는 이 녹음장치는 항공기 추락 이전 30분간의 대화를 담고 있었습니다.

괌사고기 조종실의 녹음내용

추락 30분 전 사고기 대한항공801편은 2백58명의 승객과 승무원들을 태우고 괌으로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巡航고도는 4만1천 피트였습니다. 항공기는 순항(巡航)상태에서는 거의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3, 4만 피트 상공은 기상이 안정되어 있고 조종사들도 이륙이나 착륙 때처럼 여러 가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여유를 가지고 비행기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801편 사고기는 예정착륙 시간 30분 전에 괌을 향해서 고도를 낮추기 시작합니다. 이런 하강동작을 취하기 전에 기장은 부기장과 항공기관사에게 브리핑을 해줍니다. 공항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이 대화가 녹음되었는데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항공용어가 많이 있어 이해하시기가 다소 힘드실 것입니다. 기장이 하는 말입니다.

{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ILS 110.3, 니미츠 VOR 115.3, 코스 063, 시정 6이라니까 비주얼(visual)되면, 음,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어 , VOR 넘버 투(2)는 VOR 계속 세트(Set)해주시고 VOR 플러스 3(항공마일)되는 데로 TOD잡고 내려가겠습니다. 3 모어(More)하므로 한 백오십오 마일 정도부터 내려갈께요. 항공기가 속도 줄으면 확 떨어지니까, 스피드 좀 내겠습니다. 음, 다른 것은 큰 지장 없지요. 만일에 고우 어라운드(Go Around)하게 되면은 VFR(Visual Flight Rule, 시계비행)이니까 그냥 비쥬얼(Visual)로 두는 상태여야지....에서 라이트 턴(Right Turn)해서 들어가면서, 어, 레이더 벡터(Radar Vector, 관제 레이다의 방향지시) 요구하든지, 어, 그렇게 하고, 바로 그렇지 않으면 지금 플레이크(Flake)로 들어가야 하니까, 플레이크 쪽으로 들어가 가지고 턴 코스(Turn Course)062. 음, 아웃바운드 헤딩(Outbound Heading) 242로 홀딩(Holding)하면 되겠습니다. 로컬라이저 글라이드 슬롭(Locallizer Glide Slope)이 아웃(Out)되어 있기 때문에 MDA(Minimum Descent Altitude)는 560피트이고 HAT(Height)는 304피트, 아휴 브리핑 양이 너무 많습니다. 이상입니다}

비행기가 순항고도에서 활주로를 향해서 내려가기 전에 機長이 副機長과 항공기관사에게 해준 이 브리핑 내용은 괌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다. 첫째, 괌 공항에는 접근하는 항공기에게 무선을 보내는 VOR, 즉 고주파 전방위 무선표지가 활주로 끝에 있지 않고 활주로 끝에서 전방으로 3.3노티컬마일(Nautical Mile)되는 지점에 있었는데 기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장이, 이 무선표지소에서 약3마일을 더 간 곳에 활주로가 있고(VOR 플러스 3) 그곳을 향하여 기체를 강하시키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뒤에 나오겠지만 機長은 착륙단계에 가면 무선표지소가 활주로에 붙어 있다고 착각한 듯한 행동을 보이는데 사고 30분 전의 브리핑 때는 그런 착각을 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착륙하는 비행기를 자동적으로 유도해주는 괌공항의 활공각 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GLS)가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기장은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브리핑은 아주 정상이었습니다. 이런 브리핑을 들어보면 어느 누구도 30분 뒤의 비극을 예상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801편 점보기 박용철 기장은 브리핑을 마친 뒤 괌 관제소로부터 허가를 받아 4만1천 피트에서 2천6백 피트까지 내려가기 위하여 機首를 숙입니다. 괌공항의 기압치를 통보받아 고도계에 입력하는 동작도 차질없이 수행합니다. 착륙공항의 기압치를 입력시켜야 조종실의 고도계가 정확하게 고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런 동작은 아주 중요합니다.

{야, 시원하겠다}

하강하기 시작한 지 한 10분쯤 지나서 조종사들은 기상 레이다를 살피고는 비구름이 항로상에 많이 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규정항로에서 한 10노티컬 마일 쯤을 우회하여 그 비구름을 피합니다. 물론 이런 동작은 괌 관제소의 허가를 받아서 수행하였습니다. 기상이 나빴다는 첫 악조건이 나타났습니다. 이날 괌사고는 기상이 좋아 활주로의 불빛을 먼 데서 볼 수 있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한 5분이 흘러 기장은 괌을 레이더 스코프상에서 발견합니다.
이런 대화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기관사 : 괌 상황은 어떤데. 이게 괌이야?. 이거 괌이야, 괌.
기장 : 허 허 허, 괌 좋네.
기관사 : 오늘 기상 레이다 덕 많이 본다>
이런 여유를 보이면서 801편은 15분 뒤의 비극을 예비하고 있는 괌을 향해서 계속 고도를 낮추고 있었습니다. 하강하기 시작한 지 한 20분이 지나서 801편 조종실에서는 괌 공항에 레이다로 유도하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관제소에서는 6번 활주로를 향해서 120도로 비행하라고 지시합니다. 기장은 機首를 120도로 돌린 뒤 공항에 접근할 때 하게 되어 있는 어프로치 체크를 합니다. 착륙할 때 켜게 되어 있는 안쪽 날개등을 켰는가 등등을 확인하는 점검을 조종실의 세 사람이 정상적으로 수행합니다.
사고 7분 전, 기장은 플랩을 1단계 꺾도록 지시합니다. 플랩이란 것은 날개에 달린 공기저항판입니다. 착륙할 때는 이것을 뒤로 빼내어 굽히게 되는데 그러면 공기저항으로 속도가 줄어들게 되고 활주로에 내린 뒤에는 일종의 브레이크 보조수단 역할을 하여 비행기를 빨리 정지하게 합니다.
사고 4분 전입니다.
괌 관제소에서 부릅니다 : 대한항공 801편, 90도로 좌회전하여 로컬라이저(Localizer)전파를 포착하라.
부기장이 복창합니다 : 90로 회전하여 로컬라이저 전파를 포착하겠음.
로컬라이저라는 것은 공항의 계기착륙장치에서 발사하는 무선으로서 이것을 수신하면 착륙 비행기가 수평자세를 취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괌 공항에서는 착륙시의 降下고도를 보여주는 글라이드 스코프는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나 로컬라이저는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3분 전입니다. 조종실에서 누군가가 말합니다.
{야, 시원하겠다}
괌공항 상공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둠속의 급강하

괌 관제소에서 다시 주의를 줍니다.
[대한항공 801편, 활주로 6번 왼쪽으로 계기착륙방식의 접근을 허가한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사용할 수 없다]
이때 조종실에서 이상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녹음되었습니다.
<기관사 : 글라이드 스코프 되요? 글라이드 스코프? 예?
기장 : 예, 예 됩니다.
기관사 : 아 이, 그래서
누군가가 말합니다: 글라이드 스코프 되나 보라구?
또 누군가가 말합니다 : 글라이드 스코프 왜 나오죠?
부기장 : 낫 유저블(Not Usable, 쓸 수 없어요)>

이 대화로 미루어 보면 당시 고장이 나서 작동이 안된다고 통보받았던 글라이드 슬로프 표시물이 조종실의 계기판에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기장은 계기판에 나타난 글라이드 슬로프 표시물을 무시하여야 했습니다. 괌 관제소로부터 글라이드 슬로프는 고장났다는 통보를 여러 차례 받았기 때문에 무조건 글라이드 슬로프는 작동되지 않는다고 간주하고 다른 착륙방법으로 내려갔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조종사들은 혹시 이 글라이드 슬로프가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련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착륙 직전에는 조종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오차 없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런 엉뚱한 데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사고에 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충돌 2분 전 801편은 고도를 1천4백 피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괌 공항의 시각 비행 착륙규칙에 의하면 항공기는 이 상공에서는 2천 피트 이하로 내려가서는 안되게 되어 있는데 사고기는 그 최저고도보다도 6백 피트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801편 기장 박씨는 착륙목표지로 삼고 있는 지점을 착각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즉, 활주로에서 3.3항공마일 전방에 있는 VOR(전방위무선표지)을 활주로로 착각하고 이곳을 향하여 사고기를 강하시키고 있었다는 추정입니다.

이때 바깥에는 구름이 끼어 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습니다. 활주로를 밝히는 전등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행기는 구름속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사고 1분40초 전 기장은 아직도 항공기가 위험하게 낮게 날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괌 관제사는 기장에게 괌 공항의 관제타워와 접촉하라고 지시합니다. 타워에서는 801편에게 착륙을 허가합니다.
<타워 : 대한항공 801헤비급, 여기는 아가나 타워, 6번 좌측 활주로의 풍향은 090도에 7노트, 그곳에 착륙을 허가한다. 오늘밤은 보잉747이 틀림이 없는가>
이 질문은 김포 - 괌 노선에 747이 뜨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관제사가 확인하는 것입니다. 부기장이 복창합니다.
{대한항공 801편, 착륙을 허가한다}
충돌 1분 20초 전, 副機長은 착륙 전 취해야 할 점검사항을 확인합니다. 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고도를 560피트로 셋하시오}
이 5백69피트라는 고도는 중요합니다. 이 고도까지 비행기가 내려가서도 육안으로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착륙을 포기하고 상승해야 합니다. 사고 50초 전 기장은 또 이상한 말을 합니다.
{글라이드 슬로프 안되나?}

경고음 무시 급강하 계속

機長은 아직도 고장난 글라이드 슬로프를 단념하지 못하고 거기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충돌 40초 전 부기장은 다시 착륙 전 점검을 실시합니다. 서로 복창하면서 착륙전에 해야 할 일들을 다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충돌 26초 전 아직도 機長은 항공기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때 부기장이 말합니다.
{안보이잖아?}
활주로가 보여야 하는데 안보인다는 뜻입니다. 이때 활주로는 전방 약4항공마일 지점에 있는데 조종사들은 바로 눈앞에 활주로가 나타나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때 충돌방지장치가 경보음을 발합니다.
{500피트!}
지표면과 비행기 사이가 약5백 피트, 즉 1백50미터 落差라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機長은 이 경고를 무시합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착륙전 점검을 합니다.
<기관사 : 자동 브레이크?(비행기가 着地한 뒤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하는 장치)
기장 : 미니멈(브레이크를 최저 단계에 놓아 활주로에서 길게 미끄러진 뒤 멈추도록 함)
기장 : 랜딩 기어 다운 인 그린(Landing Gear Down in Green, 착륙바퀴가 내려 갔음을 표시등을 통해서 확인)
기관사 : 플랩스?
한 조종사 : 30 그린(플랩이 30도로 내려와 있는 것을 확인하다)>
충돌 11초 전입니다. 충돌방지장치가 결정적인 경보음을 발합니다.
{미니멈, 미니멈}이라고 외칩니다. 이 말은 비행기가 최저고도, 즉 지표면에서 3백4피트 되는 상공을 막 통과하여 내려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 경보음이 들리고도 활주로가 보이지 않으면 무조건 기체를 상승시켜야 합니다. 이때의 행동은 무조건적으로 또 자동적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세 조종실 근무자들은 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경보음을 무시하고 한가하게 착륙점검을 계속합니다. 활주로를 육안으로 확인하지도 않고서 구름속에서 착륙점검 복창을 서로 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착륙을 포기하고 조종간을 잡아당겨 機首를 치켜 올려야 했는데 무슨 마(魔)가 끼였는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기관사가 {유압}이라고 하니 조종실의 누군가가 {음, 랜딩 라이츠(Landing Lights)}라고 합니다. 충돌방지장치가 다시 경고합니다.
{급강하!}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강하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부기장은 {급강하, 오케이}라고 복창만 합니다. 충돌 6초 전 비로소 부기장이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 {미스드 어프로치}, 즉 착륙을 포기하자고 소리칩니다. 기장은 이 소리를 듣자마자 무조건 조종간을 잡아당겨 機首를 올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습니다. 기관사는 이때 {안보이잖아} 하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체를 상승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아직도 밖을 보면서 활주로를 찾고 있습니다. 충돌 3.3초전입니다. 부기장이 다시 말합니다.
{안보이죠. 착륙 포기합시다}

副기장의 반란

이때 부기장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機長을 무시하고 자기 앞에 있는 조종간을 잡아당겼어야 했습니다. 기장이 명백하게 잘못하고 있을 때는 부기장이 우선 긴급조치를 취하여 위기를 모면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사실 상관의 지휘권을 빼앗는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장이 가만히 있으니 기관사도 말합니다. {고우 어라운드(Go Around)}
착륙을 포기하고 올라가자는 뜻입니다.

충돌 2.2초 전 드디어 기장이 {고우 어라운드!} 라고 말하면서 조종간을 잡아당깁니다만 때는 늦었습니다. 비행기는 계속 떨어져 니미츠 힐이라 불리는 언덕에 충돌하였고 2백54명 가운데 2백28명이 사망했습니다. 충돌 4초 뒤 조종실의 녹음기는 조종사들의 신음소리를 끝으로 작동이 중단됩니다.

대한항공기가 충돌한 위치는 활주로에서 약5.6킬로미터나 떨어진 전방위 무선표시 바로 옆이었습니다. 기장은 이곳이 활주로라고 착각했고 부기장과 기관사도 이 착각을 깨닫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큰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있었습니다. 충돌방지장치가 충돌 11초 전에 {미니멈 미니멈}, 즉 最低고도라고 경보했을 때 기장은 만사 제쳐두고 조종간을 잡아당겨 기체를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혹시 활주로 불빛이 보이나 하여 두리번거리다가 이 경보음을 못들었던지, 착륙해야 한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가 꽝하고 만 것 같은데 이들은 2백54명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모험을 한 셈입니다.

부기장은 기장의 대처에 대하여 마지막에는 문제가 있다고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과감하게 機長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자신이 조종간을 장악하는 결심은 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생명을 걸어두고는 인정에 얽매이는 타협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부기장이 영화 [케인호의 반란]에서 보듯이 기장을 일시적으로 바보로 만드는 그런 반란을 감행했더라면 機長으로부터 순간적으로는 욕을 먹었을지 모르지만 그 자신과 승객들, 그리고 機長의 생명까지도 구했을 것입니다.

괌사고와 같은 사고를 CFIT, 즉 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 이라 부릅니다. 機長이 정상적으로 조종하고 있는 상태에서 고도를 잘못 잡아 地上과 충돌했다는 뜻입니다. 조종사가 정상적으로 조종하고 있다고 착각하다가 갑자기 당하는 사고인 것입니다. 당하는 기장도 승객도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고 떼죽음을 하는 이런 사고가 최근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과신이나 오만, 상대에 대한 견제의 부족, 友情 있는 설득과 대화의 부족, 과감한 긴급조치의 미숙 등등 인간과 인간관계의 헛점을 파고드는 이런 사고를 막으려면 인간의 생명은 지구보다도 더 무겁고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인식에 철저하고 충실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