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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자들은 상대방을 전률하게 하는 용어를 발명하는 데
천재들입니다. 계급의 적, 인민의 적, 계급의 원쑤 등등의 단어들은 상대방을 벌벌 떨게 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공동체의 단합을 파괴하고
공산주의자들의 잔학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공산주의 이론은 증오(憎惡)의 과학입니다. 인간사회를 분렬시키고 서로 미워하게 하는 데
대한 엄청난 이론과 실천방법, 그리고 戰略 戰術을 축적해놓은 악마의 씨앗인 것입니다.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으면 이른바 계급의 적에 대한 잔학한
공격, 음모, 살상도 계급해방을 위한 정의로운 일이 됩니다. 인민재판을 하여 사람들을 때려 죽이고 거짓말을 만들어 상대를 매장하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해서는 안되는 일도 공산주의 논리에 따른다면 계급의 적을 타도하는 정의로운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족상잔이 일어난 이유를 복잡하게 설명할 것도 없습니다. 증오의 과학인 공산주의가 우리 사회에 소개되면서 동족간의 증오심을 증폭시키고 선동하였기 때문입니다. 증오는 증오를 부르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이런 잔학한 행동에 맞서 애국세력도 살벌한 응징을 한 점이 있습니다. 동족상잔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어디까지나 좌익이었습니다. 이런 좌우익 충돌 시대를 연상시키는 용어들이 춤을 추고 있는 요사이 정치판의 종착점이 어디인지 많은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언론의 질을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자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가이고 정치인들의 질을 가늠하는 방법도 같을 것입니다. 언론과 정치란 기본적으로 말로써 하는 것입니다. 요사이 우리나라 언론이나 정치인들의 말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겠다는 꿈을 접고 3류국가로 전락하지 않을 궁리를 하는 것이 더 쉬울 것입니다. 1997년 8월6일에 괌공항 근처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점보기 사고로 2백명 이상이 죽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두고 당시 우리 언론은 놀라운 애국정신을 보여주었습니다. 괌 관제탑의 실수나 괌공항시설의 낙후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대한항공 조종사들을 옹호하였습니다. 항공사고 전문가들이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실수에 의한 사고라는 주장을 펴면 우리 언론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서 음모론을 전개하곤 했습니다. 즉 사고조사기관이 미리 대한항공측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쪽으로 몰고 간다는 음모론이었습니다. 이런 우리 언론의 애국적 보도로 인해서 엄청난 사고를 낸 대한항공은 큰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대한항공은 오히려 미국측의 음모에 걸린 희생자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걱정을 했습니다. 대한항공이 사고를 낸 곳은 외국이었습니다. 사고수습과정에서 우리는 미국측에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미국항공사의 여객기가 김포에서 추락하여 2백 명 이상이 죽는 사고를 냈더라면 우리가 수고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미국측에 대해서 많은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사고를 낸 쪽이 미안해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이것이 우리의 예절감각과 맞는 행동인가, 하는 걱정이 그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의 걱정은 비행기사고조사 결과가 우리 언론이 애국적 보도를 한다고 달라질 것인가 하는 회의(懷疑)였습니다. 비행기 사고조사는 미국에서 할테고 미국은 이런 조사에서는 이미 확립된 방법을 개발해놓고 있는데 아무리 우리 언론이 거국적으로 대한항공을 옹호하고 나서도 그 조사기관이 눈을 깜짝이라도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방적으로 대한항공을 옹호하는 기사는 어떤 부작용을 우리 국민들에게 끼칠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엄청난 사고에 대한 충분한 반성과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고마운 언론이 괌의 관제탑과 관제사들, 그리고 허술한 공항시설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공격하고 있으니 대한항공측으로서는 잘못을 반성하고 事故에서 교훈을 얻으려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피해는 누가 보는가. 결국 대한항공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우리 국민들이 위험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식으로 피해를 볼 것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즉, 언론이 무작정 대한항공을 편들고 미국측을 공격하는 보도를 한 결과는 결국은 대한항공과 국민들의 위험을 방치하는 결과를 빚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고의 원인이 언제 발표되는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엊그제 괌사고 원인이 보도되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그것은 조종사 과실이었습니다. 진실이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대한항공 조종사는 계단식으로 서서히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어야 하는데 갑자기 고도를 낮추다가 니미츠 힐이라 불리는 산과 충돌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대한항공조종사는 VOR, 즉 전방위무선표지소의 위치가 다른 공항처럼 활주로 끝에 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런데 이 괌공항에서는 무선표지소가 활주로에서 3.3항공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조종사는 이 무선표지소를 활주로 끝이라고 착각하여 그곳을 향해서 기수(機首)를 급강하시키다가 충돌했다는 것입니다. 조종실 안에서 경고음이 나왔지만 이 조종사들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고 기체를 상승시키는 동작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원인조사는 조종실에 있던 녹음장치와 각종 비행기록 장치를 회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분명한 증거가 있어 항공사에서 반론을 제기할 성격도 아닙니다. 조종사의 고도 착각이 괌사고를 불렀다는 기사는 신문에 자그맣게 실렸습니다. 이런 편집은 2백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큰 사고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人命과 관련된 기사는 일단 기사가치가 크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지구 전체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생명이기 때문에 살인사건, 교통사고 등이 큰 뉴스가 되는 것입니다. 하물며 2백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대한항공을 옹호하는 기사를 쓸 때는 그토록 紙面을 많이 할애하던 언론이 정작 그 원인이 확인되었을 때는 이토록 작게 취급한다는 것은 우리 언론이 아직도 인명존중의 생각이 퍽이나 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언론은 한쪽으로 몰아가기만 하면 강아지도 고양이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에 젖어 있는 점도 있습니다. 정치인과 권력자는 언론을 이용하여 자신의 약점을 덮고 남을 골탕먹이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오만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이번 괌사고 조사결과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애국심을 앞세우고 사고책임을 미국측에 전가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고조사가 언론이나 여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과학과 이성, 그리고 검증과 증거주의에 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음모, 그리고 선전과 선동이 진실을 덮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언론인들과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은 이번 괌사고 조사에서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요사이 소위 북풍사건을 담당하는 정치인, 언론인, 검사, 안기부 사람들도 이 괌사고 조사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진실을 영원히 가두어둘 수는 없는 법입니다. 언론조작과 권력의 힘으로도 덮을 수 없는 것이 사실과 진실입니다. 다만 진실이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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