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스크랩] 친구..

鶴山 徐 仁 2005. 7. 28. 13:19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행복이란 말 자체가
 사랑이란 표현처럼 범속으로 전락된 세태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행복이란,
 가슴속에 사랑을 채움으로써 오는 것이고,
 신뢰와 희망으로부터 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혹은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경험은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친구일 것이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가장 큰 보배이다.
 친구를 통해서 삶의 바탕을 가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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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맹맹한 목소리의 그와 나는 똑같이 감기에 걸려있었다.
그가 병원을 가봐야 겠다고 했을때 내가 농담처럼 했던
"남자새끼가 감기가지고 병원까지 가냐..나 봐라 그냥 버틴다.."

.......

 

광주에서 모정당의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지금껏 한번도
월급을 받아본적이 없는 늘 아비나 어미의 허리춤에서
나온 돈으로 고시를 준비해왔고 생활비를 타 써왔던 친구..
어느해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살았고
어느해는 어느 암자에서 살았고
어느 몇해인가는 소식도 끊고 어느 섬에서 고시를 준비했던 친구
그래도 잊지않고 서울이라도 올라오면 잊지않고 나를 찾던 친구
그리고 고시에서 발을 빼던 재작년 쯤 불쑥 찾아와서
술몇잔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친구
작년 가을에는 늙그막이 결혼도 했고 신혼단꿈에 푹 빠져 지내고
선거 끝나면 서울로 온다던 친구
....

 

근데 어제 핸드론으로 전화해보니 서울에 있어야 할 그의 형이
그의 핸드폰을 받았었다.
순간 이상한 직감이 들었다. 나의 코맹맹이 소리를 못알아듣고
"형님 접니다. 000입니다"라고 내이름을 정확히 말했을때야
그가 감기증세 인줄로 병원을 찾았던날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응급실에서 사흘째 출혈과
골수이식등으로 사경을 해매고 있단다..

전화를 끊고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고속철도 예매하는 일이고

오늘 그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지 못한다고 하여도 그의 병문이라도 보아야겠다..

 

파흔(坡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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