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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한국 국방 이대로 괜찮습니까

鶴山 徐 仁 2025. 3.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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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한국 국방 이대로 괜찮습니까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5-03-17 23:092025년 3월 17일 23시 09분 


2015년 2월 7기동군단 예하 K2 전차들의 사열 모습. 한때 7기동군단의 전력으로 한나절 안에 평양까지 진격한다는 말도 나왔지만 드론의 시대에도 가능할진 의문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세계 2위 군사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3년째 고전하는 것을 보며, 비록 군사전문가는 아니지만 많은 걱정을 떨쳐낼 수가

없다. 전쟁 양상이 확 바뀌는데 우린 괜찮을까.

병종별로 보자. 한국 육군의 자랑은 최강 화력의 7기동군단이다. 세계 정상급 K2 흑표 전차 수백 대로 북진 선봉에 선다.

두꺼운 전면 장갑으로 포탄을 튕겨내며 전진하는 전차는 ‘지상전의 왕자’였다. 그런데 이 왕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힘을 못 쓴다. 그 넓은 평야에서도 중대급 전차전조차 벌어지지 않고, 포탄을 정면으로 튕겨내며 버티는 일도 거의 없다. 파괴된 전차 대다수는 휴대용 미사일이나 드론, 지뢰에 상부 또는 하부가 뚫렸다.

만약 7군단이 북진할 때 1인칭 드론 수백 대가 공격하면 막을 수 있을까. 북한이 특정 신호에 일제히 수십 m 상공에 날아올라 내리꽂히는 능동형 지뢰라도 개발하면 어떻게 될까.

전차 설계는 이대로 괜찮은가. 강력한 전면 방탄 성능에 집중해온 세기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가 오진 않았을까.

장비만 문제가 아니다. 가령 한국군이 강철 체력의 특등사수 육성에 열심인 동안, 북에선 지금 여군들이 드론 조종을 맹훈련하고 있진 않을까.

공군은 괜찮은가. 지금까지는 군용기의 공중전 능력이 매우 중요했다. 최고 성능을 위해 비행기는 점점 비싸진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중전은 전쟁 초기에 좀 벌어졌지, 이후엔 사라졌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도입한 F―16 전투기는 순항미사일 격추 임무에 사용되고 있고, 러시아 군용기는 멀리서 공대지 미사일이나 폭탄을 투하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강력한 대공 미사일들이 버티니 군용기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된다. 이럴 바엔 수천억 원짜리 다목적 비행기 한 기보단 값싼 순항미사일 격추용 무인기나 폭격 전용기 수십 기를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진 않을까.

엄청난 돈을 쓰는 해군엔 물음표가 가장 많이 붙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해군력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러시아 해군은 꼼짝 못 한다. 전쟁 초기 1조 원 가치의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이 미사일 단 두 발에 격침됐다. 강력하다고 알려졌던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 곡물수송로조차 통제하지 못한다. 뒤로 밀려나 구석에 숨었는데도 전력의 30% 이상인 수십 척의 함정을 앉은 자리에서 잃었다.

1조 원이 넘는 이지스함을 찍어내는 한국 해군이 유사시 돈값을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북한 해군을 상대로 이지스함까지 쓸 일은 없을 것 같고, 중국을 상대한다면 수십, 수백 기씩 떼로 날아들 최신 극초음속 미사일을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이지스함은 사례일 뿐이다. 바야흐로 바다를 휘젓는 수중 자폭 드론, 레이더를 피해 수면을 스치듯 날아와 공격하는 드론,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는 골판지 드론 시대가 오고 있다. 북한이 과거의 포사격과 같은 전통적인 공격 대신에 광섬유로 연결해 전파 방해도 받지 않고 정확도도 뛰어난 골판지 드론들을 대거 날려 보내면 어떻게 막아야 할까.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해병대 격인 해군육전대가 매우 강했다. 그런데 전쟁 3년 동안 상륙작전은 해보지도 못한 채 전선에서 보병대처럼 소모된다. 미군도 해병대를 없애고 있는 흐름에 우리도 굳이 해병대여야만 하냐는 질문도 해야 한다.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확전 우려 때문에 쏘지도 못할 비싼 미사일을 잔뜩 실은 함정보단 우리에게도 수십 km 밖에서도 드론 1대와 군함 1척을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드론정들이 시급할 수 있다. 서해 5도를 드론의 섬으로 바꾸면 값비싼 육해공 장비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을 더 확실히 견제할 수 있다.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은 비교 대상이 안 될 정도지만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비싼 무기만 찾고 또 그것이 아까워 놓지 못하는 사이, 북한은 값싼 드론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수십만 명의 희생과 바꾼 러시아의 전쟁 경험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사이, 우린 우크라이나에 참관단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줄어드는 병력 자원에 대한 걱정만큼 싸고 효율적인 군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질 미래 전쟁의 설계는 누가 해야 하는가. 승진훈련장의 판박이 훈련을 수십 년 동안 보면서 결정권자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 하긴 어려운 일이다. 경험을 무시할 순 없지만 상상과 혁신은 50, 60대의 몫이 아니다.

#군사력       #K2 전차       #방탄 성능       #전쟁 전략       #한국 국방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