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적자’ 한국… 이공계 엘리트 年3만명 해외로
-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4년 7월 3일 03시 00분
글로벌 과학저널 기여도 봤더니
유출 인재 1.69>유입 인재 1.41
2010년대 중반 이후 매년 한국의 이공계 학부생 및 대학원생 약 3만 명이 해외로 떠나고 있다. 문제는 그 빈자리를 채우는 해외 과학 인재들의 경쟁력이 해외로 떠나는 국내 과학 인재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인재 적자’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과학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을 떠나는 과학 인재들의 과학저널 기여도는 2022년 기준 1.69였다. 하지만 한국으로 유입되는 과학 인재의 기여도는 1.41에 그쳤다. OECD는 61개 나라를 대상으로 유출 인재와 유입 인재의 글로벌 과학저널 기여도를 수치화해 발표했다. 기여도는 주요 저널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스키마고 저널 랭크(SJR)’의 점수를 활용해 얼마나 좋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는지로 평가했다.
한국을 떠난 인재들의 점수(1.69)는 미국과 동일했고 프랑스(1.66) 캐나다(1.65) 오스트리아(1.67) 일본(1.55)보다 높았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유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에 유입된 외국 인재의 점수(1.41)는 미국(2.16)보다 한참 뒤처졌고, 중국(1.52) 프랑스(1.66) 오스트리아(1.74)보다도 낮았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한 이공계 교수는 “국내 이공계 박사들이 고를 수 있는 일자리가 매년 줄고, 처우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못하다”며 “이런 인재 유출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의 과학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韓떠난 인재들 연구성과 주요국 최고수준… 유입 인재는 하위권
[이공계 ‘브레인 드레인’]
이공계 ‘인재 적자’ 한국
4대 과기원 포닥 4명중 1명 외국인… 과학 선진국 아닌 동남아 출신 다수
美-中, 인재 고갈에 베트남-태국 눈독… “韓, 처우 개선하고 일자리 늘려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국가별 유출·유입 인재의 연구 기여도에 따르면 한국 유출 인재는 주요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을 떠난 인재들이 다른 나라에서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에 유입된 외국 인재들의 연구 기여도는 미국 중국 프랑스 캐나다 오스트리아 일본 가운데 꼴찌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한국을 떠난 대신 빈자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외국 연구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인재 적자’인 셈이다.
한국 이공계 인재들은 매년 약 3만 명씩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조금 감소했을 뿐이다. 한국 인재들의 빈자리를 채운 것은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권 국가들의 연구자들이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AIST를 비롯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박사후연구원(포닥) 4명 중 1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서 온 ‘포닥’ 많아
6월 기준 4대 과기원 박사후연구원은 총 771명으로 이 중 외국인은 183명(약 24%)이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4대 과기원의 박사후연구원 외국인 비율은 평균 26%다. 인도, 베트남,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를 제외하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4대 과기원의 한 교수는 “박사과정생 혹은 박사후연구원이 부족하다 보니 최근에는 학교 차원에서 주요 동남아 국가들에 가서 인재를 유치해 오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 학생들마저 미국과 중국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인 이공계 인재 고갈 현상으로 미국에서도 베트남 파키스탄 등의 인재들을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출연연 본부장급 관계자는 “20여 년 전 미국 몇몇 대학에서 한국의 젊은 이공계 학생들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많이 데려갔다”면서 “지금은 미국 대학들이 한국 대신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유학길이 열리면 동남아 국가 인재들이 한국보다는 미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한국 못지않게 우수 인재를 타국에 뺏기고 있는 중국은 젊은 과학자들을 붙잡기 위해 파격적인 연구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국무원 산하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는 올해부터 ‘최우수 신진 과학자 프로젝트’에 선정된 과학자에게 최대 15년간 약 3000만 위안(약 57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5년간 400만 위안이었던 지원금 및 기간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 외국인 포닥들마저 美中에 뺏길 우려
주요 과학기술 과제의 프로젝트 책임자 중 40세 이하의 신진 과학자 비중도 50%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가자연과학기금 지원 프로젝트에서 신진 과학자 프로젝트 비중 역시 45%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중국의 인재 유입 정책에 대한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중국의 똑똑한 이공계 젊은이들이 중국의 ‘일론 머스크’가 되기를 원했지만, 최근에는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내 과학기술계에서는 연구자들의 처우를 향상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보고서에 따르면 1991∼1995년 이공계 박사 인력은 6716명, 박사급 일자리는 1만7443곳으로 인력에 비해 일자리가 2.6배 많았다. 하지만 2016∼2020년에는 인력(3만1020명) 대비 일자리(1만6804곳) 비중은 0.54로 약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핵심은 양질의 일자리”라며 “현재 한국은 상위권 핵심 인재들을 잡아둘 매력적인 연구 환경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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