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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한국, 하늘도 도울 수 없는 나라 돼가나

鶴山 徐 仁 2024. 6. 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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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한국, 하늘도 도울 수 없는 나라 돼가나

핵 先制공격 公言한

푸틴·김정은 야합은

한국 生存 위협

동북아 急所에 위치한

한국 한눈팔면

나라와 번영 순식간에 끝나

강천석 기자


입력 2024.06.22. 00:15

지난 1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유사시 자동 개입할 문(門)을 열어놓고 다음 행선지인 베트남으로 향했다. 푸틴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은 북한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았을 때만 적용될 것이므로 북한을 침략할 의도가 없는 한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일성과 손잡고 6·25 남침 전쟁을 일으킨 스탈린 후계자다운 궤변이다.

현대 전쟁은 침략한 나라와 침략 당한 나라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희미해졌다. 푸틴이 통치하는 러시아가 표본이다. 푸틴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기습 공격해 러시아 영토로 만들고 침략을 고토(古土) 회복이라고 정당화했다. 러시아는 10년 후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러시아계(系)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억지를 썼다. 푸틴이 시범을 보인 침략 전쟁 정당화 수법은 한국을 적대(敵對) 국가로 규정하고 각종 도발을 증가시키고 있는 김정은에게 교과서 역할을 할 것이다.

푸틴과 김정은은 자기네 국가가 ‘실존적(實存的) 위협’으로 느끼면 상대 국가를 핵무기로 선제(先制)공격 할 수 있다고 공언(公言)한 세계에 단 두 명뿐인 국가 지도자다. 이들의 야합(野合)은 대한민국의 생사(生死)를 가를 수도 있는 ‘실존적 위협’이다. 그러나 한국은 핵무기가 없고 핵무기 개발에 접근할 통로조차 미국에 의해 완전히 봉쇄돼 있다.

북한과 북한 뒷배를 봐주는 국가들이 제멋대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은 한국과 북한 사이 핵무기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위협을 키울 때마다 미국이 전략무기를 한국에 보내는 것은 아스피린 같은 해열제(解熱劑)에 지나지 않는다. 러시아가 독일을, 중국이 일본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겠다고 협박한다면, 독일과 일본이 한국처럼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먼 산만 바라보고 있겠는가. 주권 국가로서 제정신이 있다면 ‘근본’을 생각해야 한다.

북한 방문을 끝내고 베트남에 도착한 푸틴은 북한에서의 언동(言動)과 완전히 달라졌다. 푸틴은 평양에서 발언 절반은 미국 공격, 나머지 절반은 북한 지원 약속으로 채웠었다. ‘평양의 푸틴’과 ‘하노이의 푸틴’이 딴 사람처럼 바뀐 것은 한반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 벨트로 묶여 돌아가기 때문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바닥난 탄약·포탄·로켓을 메워주는 탄약고(彈藥庫) 노릇을 하고 있다. 푸틴은 북한에 대한 대가(代價)를 지불하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집중 지원을 분산시키기 위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高潮)시켰다. 미국은 푸틴이 러시아로 돌아가자마자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공급한 패트리엇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전격 허용했다. 러시아가 미국 급소(急所)는 한국이라 보고 찌르자, 미국은 러시아 급소 우크라이나에서 반격했다.

베트남은 석유 자원이 풍부한 남지나해 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긴장이 높아지자 과거 전쟁 상대인 미국과 관계를 강화했다. 이를 아는 푸틴이 하노이에서 미국 공격을 펴긴 어려웠다. 대신 한국을 자극했다. 푸틴은 월남전 때 소련이 베트남을 도왔던 이야기만 하다 돌아갔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동맹 관계가 절박하지 않다. 북쪽 국경을 맞댄 중국과의 관계만 조절하면 된다. 이런 지정학적 이점(利點)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러시아를 지지하지도 규탄하지도 않는 외교가 가능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한국이 베트남식 외교를 따라 한다면, 한국은 전쟁터에서 길 잃은 미아(迷兒)가 되고 만다. 그러나 베트남 국가 지도자들이 중국과 영해(領海)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중국을 언급할 때 단어 하나에도 극도로 신중을 기했던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은 한반도가 자기네 나라 안보의 급소(急所)라고 여긴다. 목구멍과 명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듣기 좋은 말로 요충(要衝)이라고 한다. 역사가 보여주듯 남의 목구멍에 위치한 요충 국가는 나라 수명(壽命)과 번영의 기간이 길지 못했다. 한눈을 파는 순간 끝이다.

남이 목구멍으로 생각하는 위험천만 낭떠러지 나라에서 대통령은 부인을 보호하려다 거부권 하나에 정권을 의지한 형편이 돼가고, 국회 3분의 2에 육박하는 의석을 가진 정당 대표는 자신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고 국회의원을 사병(私兵)처럼 부리는 병정놀이에 빠져있다. 스스로 돕지 않으면 하늘도 돕지 못한다. 한국은 하늘도 도와줄 방법이 없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